샌디에이고 교외 산 칼로스에 머물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이번에 미국에 와서는 ‘로스앤젤레스’보다 ‘샌디에고’에 주로 머물고 있다. 같은 캘리포니아고 기후도 비슷하지만 두 도시가 300km 정도 떨어져 있어 후리웨이를 타고 차를 시속 120km로 몰아도 2시간 30분이 걸린다. 우리집은 로스앤젤레스 북쪽 외곽 라크리센터이고, 첫째아들은 오렌지카운티 얼바인 인근 레이크포리스트, 그리고 둘째 아들은 샌디에이고 카운티 칼스배드에 살았는데, 이번에 둘째가 샌디에고 중심부에 가까운 외곽 산 칼로스로 이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도 옮기고, 뒤치다꺼리를 위해 이곳에 머무는 것이다.
조용한 단독주택지역이라서 아무런 방해없이 개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미국 대도시 교외지역의 특징인데, 후리웨이를 운전해 가다 보면 숲으로 둘러쌓인 동네들이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깔끔한 단독주택단지들과 그 중심가에는 대형 쇼핑센터, 그로서리, 레스토랑 등이 운집해 있다. 이곳 산 칼로스는 샌디에고 외곽의 시 영역 안에 포함된 작은 마을이다. 그 경계 밖으로는 샌티, 엘 카혼 등 샌디에고 카운티의 소도시들이 있다. 여기서 한 15분 운전해가면 시온마트 등 한인가게들이 밀집한 지역도 있고, 좀 더 가면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분교, 그 유명한 씨월드 등도 있다.
아파트들은 이러한 곳보다는 대도시 중심부나 외곽의 교통중심지에 많이 지어지는데, 겉으로는 깔끔해 보여도 렌트비도 비싸고, 한국에서의 아파트와는 크게 다르다. 철근콘크리트가 아닌 목조로 지어진 대개 2층 정도의 집합주거로서 크기는 대개 20~25평 정도의 스튜디오 내지 1배드룸 1배스 아파트유닛들이라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웃의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 등 한국의 30평대 아파트들에 비해서 각 유닛에서의 삶이 그리 쾌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아무리 좋은 동네라해도 아파트 주변을 밤에 산책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의 고층아파트 단지들은 많은 이들이 거주하면서도 나름 고품격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참 대단한 것이다. 층간소음문제가 좀 있기는 해도 우리 아파트에서의 삶은 개인의 자유가 크게 보장된다. 무언가 고장이 나도 서비스센터가 즉시와 저렴하게 고쳐주며, 밤이든 낮이든 아파트단지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을 산책해도 아무런 위험이 없고, 아파트 상가와 주변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 언제든지 주변에서 물건을 살수 있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실 수 있디. 이러한 것이 우리 한국의 고층아파트단지의 특색인 것이다.
미국의 단독주택지역들도 그러하지만 한국의 이와 같은 중고층 아파트단지들이 수없이 지어지는 것은 국가경제가 비교적 건실하고 국민들의 소득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주거가 지어지면 많은 이들이 그리로 이사를 가고 남겨진 곳에 다른 이들이 와서 살게되니 자연스럽게 필터링(Filtering)이 일어나게 되고, 집들도 새롭게 리노베이션 되고 새로운 가구들도 팔리게 된다.
국가경제가 발전되지 못하고 국민들의 소득이 낮다면, 국민들의 주거의 질 향상이 쉽지 않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급속한 경제산업성장과 고층아파트단지를 부러워하는데, 이를 이루기가 그리 여의치 않은 것이다. 경제산업 성장도 그러하지만 고층아파트 단지를 국가가 지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국가의 정책기조에 따라 그 목표의 달성이 좀 더 용이하게 이루어 질 수는 있을 것이다.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이 연이은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수행, 수출지향적 경제구축, 열심히 일하는 정신/윤리, 대기업 육성, 국가적인 리더십 등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세계경제상황이 우리를 도와주었다고도 보고 있다. 주택의 경우에도 택지공급, 선분양제, 중고층 주거 지향, 건설사에 낮은 건설융자 제공, 토지주택공사의 저소득층 주거 건설 등이 국민 주거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려운 계층은 존재한다. 미국 대도시 도심에는 홈리스가 있고 위험한 지역의 열악한 아파트 환경에 살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에서도 낡은 다세대 주택이나 고시촌 방 한개 빌려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부로서는 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를 이루어 내기가 쉽지 않다. 딜레마적인 상황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은 할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전반적인 경제산업의 원활한 작동과 국제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쓸 수밖에 없기에, 기업을 키워야 하고, 건실한 노동 윤리(Work Ethics)와 높은 생산성을 지닌 다양한 분야의 노동력 양성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그 부가 저소득 계층에도 필터링(Filtering)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 계층이 존재한다면 정부는 이들의 생활비도 보조하고 임대주택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 머물면서 이 넓은 국토가 그리고 이들의 유복한 삶이 너무나 부러웠던 적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이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잘 알고 있고, 실제로 우리 한국에서의 삶이 미국보다 못하지 않은 상황에 와 있다. 국토는 좁지만, 고층아파트가 잘 디자인되고 지어져 그러하듯이 우리 국토를 좀더 효율적으로 가꾸어나가며 첨단기술로 무장된 스마트 국토로 가꾸어 간다면, 더 많은 인구가 살 수 있는 그러한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언제가는 남북통일이 되는 등 국토도 확장될 것이지만…
영남경제 2025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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