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마약 밀수·유통·중독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근래 트럼프 미행정부는 중국이 강력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인 ‘펜타닐’ 생산에 필요한 화학물질 수출을 막지 못했다면서 중국산 제품에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도 범죄조직이 미국으로 펜타닐을 밀반입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관세를 부과했으며, 국경 보안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 펜타닐은 여러 화학물질을 조합한 합성 마약이다. 지난 1960년대 미국 규제 당국은 의료용 진통제로 이를 승인했으나, 이후 펜타닐 과다복용이 사망의 주요 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2022년 한해 동안에도 펜타닐이 포함된 혼합 약물 투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11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펜타닐은 다른 불법 약물과 자주 혼합되어 사용되기에, 사용자가 자신이 투입하는 약물에 펜타닐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2mg의 펜타닐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 자주 다니고 머물면서 필자는 청소년들의 마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고 있다. LA코리아타운을 포함한 다운타운의 뒷골목에는 주로 히스패닉들이 몰려 살고 있는데, 차들이 길가에 이중으로 잠시 주차하는 경우는 주로 마약을 거래하는 것이다. 외곽의 괜찮은 동네에서도 고교생들이 몰려 있으면 마리화나 냄새가 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몇 년전부터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됐다. 누구나 만 21세 이상이면 일정량(28.5g)의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다. 술이나 담배처럼 기호용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마리화나 흡연은 불법이다. 적발되면 최고 100달러 벌금, 흡연이 금지된 지역에서는 $250~1,000 벌금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펜타닐 등 극약에 가까운 마약들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투약 시 인간의 신경계에 작용하여 환각이나 각성, 쾌락 혹은 마취 효과를 유발시키고, 장기복용 시 탐닉과 금단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되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써 규제를 받는 물질을 말한다. 마약이라는 단어 자체가 ‘몸을 절게 하는 약’이라는 뜻으로, 합성 마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던 당시 최초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아편을 지칭하는 용어로 만들어진 단어이며, 이것을 법으로 그대로 가져왔다. 마약류에는 \’마약(양귀비, 아편, 코케인, 헤로인, 몰핀, 펜타닐 등)\’과 \’향정신성의약품(암페타민, 캐타민, 졸피뎀, 프로포폴 등)\’, \’대마(대마초와 그 수지, 칸나비놀 등)\’의 3가지로 분류되며, 그 외에 마약류가 아닌 것 중에 \’임시마약류\’가 지정된다. 특정 마약성 진통제 (몰핀, 바이코딘, 옥시코돈 등)는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마약류라고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은 정신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쓰이는 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나 불면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제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약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거리이며, 더 빠르고 강한 효과를 위해서 약을 주사하는 경우 돈을 아끼려고 주사기를 여러 명이 돌려 쓰는 일이 빈번하기에 에이즈 등의 전염병에 감염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마약이 정제 과정에서 불순물이 포함되는데, 이 불순물들이 화공약품 그 자체이다. 그 외에도 마약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까트, 코카나무 등의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과정에서 삼림 파괴, 범죄 카르텔의 세력 확장, 물 낭비, 식량작물 재배 감소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무것도 없는 좁은 곳에 갇힌 쥐들은 그냥 물보다 헤로인이나 코카인이 녹아있는 물을 선호하고 결국에는 과다복용으로 죽었으며, 놀이기구가 있는 넓고 친구들 많은 우리에서 키운 쥐들은 약물 탄 물보다는 그냥 물을 선호했다’. 월남전 참전 미군들의 경우에는 전쟁터의 위협으로부터 심리적으로 도피하려고 20%에 달하는 군인들이 약물로 시간을 보냈으나, 귀환한 뒤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안정을 찾게 되고 그 중 95%는 약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마약을 밀수/유통하는 이들이 많고, 마약중독으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적지 않은 이들이 사망한다. 이들이 약물을 대량 남용하여 미처 분해되지 못한 약 성분이 하수를 통해 생태계로 유출되고 있다. 특히 마약 투약 후 하천이나 공원 등에 구토와 노상분뇨하여 마약성분이 야생동물에게 노출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항우울제 ‘프로작’에 노출된 오리건 게와 미국 가재는 천적을 피하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잡아먹히는가 하면, ‘암페타민’에 노출된 벌레나 미생물들이 미친 듯 짝짓기하고 번식해서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기도 한다. 미국 오리건 주에서 숲에 떨어진 ‘코카인’을 과다복용하고 죽은 아메리카흑곰이 발견되어 ‘코카인 베어’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축제기간 중 마약을 섭취·투약한 이들의 노상방뇨로 인해 멸종위기 위급 단계에 속하는 유럽뱀장어가 치사량의 마약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약문제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4년 4월 성인과 청소년 5천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진정제, 대마초 등 13종 마약류 물질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용해봤다’고 응답한 성인은 3.1%, 청소년은 2.6%였다. ‘마약류가 유발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성인은 56.2%, 청소년은 57.8%였다. 최근 5년간 국과수에 의뢰된 부검감정 건 중 마약성 진통제와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 등 약물 급성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000명에 이른다. 또한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마약류에 중독돼 숨진 사람도 최근 5년간 56명을 기록되어, 좀 더 촘촘한 약물 오·남용 및 마약류 중독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경일보 2025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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