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의 다양한 언어/문화의 의미

인간사회의 다양한 언어/문화의 의미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우리 인간사회는 다양한 언어, 사회문화, 정치경제, 종교 등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크고 작은 집단들로 구성되며 세계각지에서 나름의 역사전통 속에 지속되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오랜 투쟁을 해왔기에 오랜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복당하여 다른 문화에 복속되거나, 죽임을 당하고, 때로는 춥고 메마른 지역으로 쫓겨가면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지닌 족속들을 보전해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우리 한반도와 만주지역에도 많은 족속들이 고조선 및 고구려 산하에 있다가, 지금은 대부분 정체성을 잃고 중국화 되어 있다. 오직 일부만이 한국민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중국 땅에는 50개에 이르는 족속들이 군웅할거 했으나, 지금은 지배세력을 이루고 중원을 지배하던 만주족, 몽골족 등은 사라지거나 미미해지고 중국만 남아 있다. 아프리카대륙이며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지역에는 작은 골짜기만 넘어도 인종과 언어가 달라, 우리 경상도 정도의 땅에 수백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엽적인 언어와 문화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유럽의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이 그들의 문화적인 영향과 함께 큰 영향을 미치더니,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영어와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교통기관/정보통신이 발달하고, 다양한 이들이 서로 교류하게 되고 영향을 미치게 되어 무력으로 정복되지 않는다 해도 과거 같은 고립/독립된 사회를 이루기 힘들어졌다.

  우리 한국어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원설이 있지만 주로 북방과 연결된 우랄-알타이계 언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어는 독립적인 언어로 여겨질 만큼 주변의 언어들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이 수천년 동안 다양한 갈래의 인종 및 족속들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복합적인 DNA를 품고 있다고 보나 최소 2~3천년 이상 같은 장소에서 살아오면서 가장 강력했던 언어를 중심으로 주변 언어들의 다양한 어휘들을 흡수하면서 한국어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아진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인이 탄생하고 한국의 사회문화가 형성되고 역사가 이루어 진 것이다. 우리 한국어는 중국어와는 전혀 다르고 일본어나 몽골어와도 크게 다르며, 당연히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소통과 사고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소통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는 우리의 세계관, 가치관, 역사, 정체성 등의 구현체이다. 고유한 문화적 관습을 나타내는 관용구부터 다른 언어로 직접 번역되지 않는 단어까지, 언어의 각 요소에는 풍부한 문화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 언어와 문화가 이렇게 깊이 얽혀있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어휘와 문법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로서, 새로운 삶의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같은 언어 안에서도 다양한 억양과 방언이 있기에 언어는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강력한 표식이기도 하며, 사용하는 사람의 사회적/개인적/지리적 역사가 반영되어 있으며, 당연히 강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담고 있다.

  언어는 보통 호모 사피엔스의 특성으로 함께 진화하여, 기원전 3만~10만년경을 언어의 출현시기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고도로 발달한 언어는 인간의 문명을 이루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동하였고, 이를 통하여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전달의 목적 이외에도 언어예절을 통해 강력한 수직적 상하관계를 설정하여 각 씨족과 부족에서부터 국가에 이르는 ‘조직 사회’를 유지하고, 전승보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7,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며, 이 중에서 역사상 문자로 기록된 언어는 약 1,500여 개이며, 최근까지도 쓰였던 문자는 292개이고, 현재는 50개 정도가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대부분 언어들이 고유한 문자체계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문자가 있다 하더라도 강력한 언어/문자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다양성은 엄청난 문화적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인간 사고의 다양성을 나타낸다고 보아진다. 이는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가능하게 하며, 각 언어마다 고유한 통찰력과 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이러한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한달에 몇 개의 언어가 마지막 사용자와 함께 소멸하면서 대체 불가한 세계문화 유산의 일부가 사라진다고 한다. 언어의 동질화는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관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글로벌화된 지구촌에서 영어 등 강력한 언어문화권의 영향을 받고 때로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도 된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나타나게 되는 현상일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이미 시행하고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영어를 제2 공용어로 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추세 하에 몇 십년 후에는 한국어가 영어에 밀려 크게 쇠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들 무슨 문제냐고 되묻는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그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적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게 하는 근본 요소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한국어/한글 보전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우리 한민족이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언어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보존하기 위해 협력적 노력을 기울여 할 것인데, 이를 통해 우리 인간사회가 좀 더 다양하고, 포용적이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5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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