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산불로 인한 주거지 파괴 및 주택시장 반응

LA산불로 인한 주거지 파괴 및 주택시장 반응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해 12,000채 이상의 주택들이 전소되고,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재난 피해자들은 얼마간은 임시수용소나 친지 집에 머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집이 재건축될 때까지 대부분 임대주택을 구할 것이다. 이들로 인해 일부 지역의 임대주택이 부족해지고 임대료도 오르게 될 것이다. 또한 몇 년에 걸쳐서 전소된 주택들이 재건축될 것이므로 그 지역에 나름 주택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 요즈음 USC 등 일부 대학들이 주최하는 ‘LA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라는 심포지엄에서 보여주듯 전소된 지역과 주택들을 좀 더 다른 모습으로 재건하려는 노력도 보여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번 불이 난 해안가 부촌지역에 중고밀도 아파트타운을 건설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나마 공공임대 내지 민간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은 실제적으로 많은 이들이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허가과정에서 만만찮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이 지역의 토지가격이 매우 비싸므로, 정부건 민간기업이건 이러한 사업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LA메트로폴리탄은 매우 거대하고, 이 전소된 주택들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며, 주택 52,000채 전소로 가장 피해가 큰 ‘퍼시픽 팰리세이드’의 경우 최상위 동네 고가 개인주택들이라서, 집주인들이 재건축 후 다시 입주하거나 일부는 저밀도의 최고가 콘도가 건설될 것이기에 전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중고소득계층지역으로 주택 7,000채가 전소된 ‘이튼’의 경우 좀 더 많은 토지를 개발업자들이 사들여 중저밀도의 콘도/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보는데, 어차피 고가일 것이고 개발업자들이 이익을 볼지언정 지역 주택시장에 중저가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임대주택 신규 공급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힘들므로 근래 주변의 평판 좋은 동네의 임대료가 20% 혹은 그 이상 인상되고 있는데, 그리 멀지 않은,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동네의 중저가 임대주택시장에도 어느 정도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

  LA는 미국의 어느 도시들 보다도 다양한 성격을 지닌 소도시 및 동네들로 구성되어 있고, 소득, 학군의 질, 주택가격, 인종구성, 안전성 등이 매우 다르다. 그러므로 하위 주택시장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번 산불 이재민들의 임대거주지가 일부 고가격대 동네에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들의 임대료를 일부나마 지원할 것이지만, 주요 주택융자은행들도 1년간 이들의 주택모기지 지불을 유예한다고 한다. 물론 이재민들 중에는 파산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임대주택을 좀 더 저렴한 동네에서 찾고 싶으나, 자녀교육, 안전 등을 이유로 그리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서울d[서도 어느 정도는 일치될 것이라고 보나, LA 같은 정도는 아니다. 미국, 특히 LA의 경우는 맬팅팟(Melting Pot)이라고 불릴 만큼 인종, 종교, 문화 등이 다른 이들이 모여 살고 있고, 불법이민자들이 많고 마약거래 등 불법적인 행위들이 많아서 크나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극히 개인주의 성향, 자유를 찾아온 이민자의 나라 전통, 거친 서부개척정신 등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성이 존중되고 총기소지 마저 자유로워서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고도 있는 것이다.

  요즈음 서울만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도 공공임대 및 민간임대아파트 건설 시도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이론상으로 임대아파트의 건설과 소셜믹스(Social Mix)를 주장하며 다양한 전략들을 내세우지만 크게 성공한 적이 없으니 안타깝다. 임대아파트와 일반 분양아파트를 강제로 섞는 방안들이 추진되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근래 임대아파트도 단지 이름을 세련되게 브랜드하고, 초중등학교의 질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시도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고 본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정부가 그만한 투자를 감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며, 민간업체들로서도 분양 및 수익창출이 쉽지 않은 것이다. 포항과 같은 중간 크기의 도시에서는 주택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임대아파트의 입지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용이하다고 할 수 있으나, 기존 도시화지역 빈터에 입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7년전 포항지진 때, 진앙지였던 흥해 일원의 오래된 주택 및 아파트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들이 우선 흥해체육관에 수용되고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공공아파트 및 저렴한 민간아파트 빈집에 이주 권했지만 일부만 응했을뿐 많은 가구들이 이를 거부했었다. 또한 포스코에서 제공한 모듈러 컨테이너 주택 입주도 대부분 거부했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노령자들이라서 그간 살아온 동네를 떠나기 싫은 면도 있겠지만,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기 싫은 면도 있었으리라 보며, 보상문제 등 다른 원인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아진다.  

  아무튼 이번 LA산불을 천재지변으로 탓하기에는 제대로 준비 않된 지자체의 소방시설 및 안일했던 자세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게 매년 산불이 나니, 더구나 기후변화로 건기가 길어지면서 매년 주기적으로 강타하는 ‘산타아나 윈드’ 기간 중 대규모 산불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을 예측 못하고, 특히 LA시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관련 예산들을 과감히 삭감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누구를 탓하랴.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지만 이 정도에 그친 것을 다행으로 알고 미래의 더 큰 위험을 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불진화를 위해 다른 주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이 소방요원과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그런데 산불 피해지에 가장 먼저 돕고자 뛰어들어 이재민과 소방관들에게 물과 음식, 담요 등을 제공하는 LA한인회/한인교회/한인 푸드트럭들에 미국인들이 크게 감동하고 있다. 일본 커뮤니티가 정성스럽게 접어 보낸 수많은 색종이 종이학들을 많은 이들이 좀 어이없어하기도 했지만, 이재민의 어려움을 위로한다는 면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중국/중남미/동남아시아 커뮤니티들과는 다른 것이다.  
    
영남경제 2025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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