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짓는 요소는?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한국인들이 흔히 천조국이라 부르는 미국에 와 있으면서, 미국사회의 부유함도 보고, 생활의 편리함도 보고, 늘어나는 도심 길가 홈리스 천막들을 보면서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차이, 이를 결정짓게 된 원인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한국에서 태어나서 1950~70년대를 살았고, 그 이후 미국에서 15년,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가 30년을 살면서 고국의 발전을 눈물겹게 바라보면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와중에 많은 나라들을 방문하고도 있었다. 북미, 유럽 등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몽골, 네팔, 베트남, 나이제리아 등 개발도상국들에도 자주 출장을 다니고 있었으니 각국의 상황들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잘사는 나라라고 하면 우선 국민소득이 높은 곳이다. 물론 대부분 그러한 나라들은 생활이 풍족하고, 의료시설이 잘되어 있고 위생관념이 높으니 평균수명이 길고, 또한 학교 교육체계도 잘 되어 있고 평균교육기간도 길다. 당연히 도시인프라와 주거환경도 잘 되어 있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국민소득이 낮고, 도로, 상하수도 등 도시인프라가 열악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대기질/수질이 좋지 못하고, 의료시설도 좋지 못하며, 또한 평균수명도 상대적으로 짧다. 물론 여러 여건들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도 삶의 만족도가 낮지 않을 수 있다. 그 원인은 종교/사회적으로나 설명될 수 있었다고 보는데, 글로벌화되고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는 지금 그러한 경우를 찾기는 힘들다. 국가의 발전과 저발전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나와 있다.
1) 잘사는 나라들은 국토가 넓고, 비옥하고, 자원이 풍부하다.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렇더라도 일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나라들처럼 못사는 경우도 많다. 또한 국토가 좁고, 비옥하지도 못하고, 자원이 풍부하지 못해도 잘사는 나라들이 존재하는데, 그 예는 일부 유럽 소국들과 한국, 싱가포르 등이 그 예이다. 미국의 경우는 국토도 넓고, 자원도 풍부하고, 숙련된 인적자원 등과 함께 세계 최강의 국가를 이루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동의 국가들도 부를 구축하고 높은 국민소득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자원이 고갈되거나 다른 에너지원이 개발된다면 아직도 수퍼리치 왕족들을 유지하며 돈을 물쓰듯 하는 이 나라들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이 힘들다. 2) 너무 더웁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대에 위치한 나라들이 인문환경과 농공상업이 잘 발달 되고 잘 산다. 이는 헌팅턴(E. Huntington)의 ‘기후이론(Climate Theory)’이며, 맞는 말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예들이 많이 존재한다.
3) 먼저 근대화/산업화를 이룬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식민지 개척과 착취를 통해 부를 일구었고, 식민지들은 그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독립을 이룬 이후에도 그러한 지배체계가 지속되기에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국주의론(Imperialism)’이 있다. 4) 이차대전 이후에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고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국/타이완/싱가포르/홍콩 등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발전된 국가가 없다. ‘주류경제학자(Orthodox Economists)’들은 발전된 나라들은 먼저 발전을 시작했기에 번영을 구가 하는 것이고 나머지 나라들도 차차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공산주의(Communism/Structurist Marxism)’는 제국주의적인 착취구조가 지속되는한 발전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편 주류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더딘 것은 그 나라 정부의 부패와 독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발전했다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하에서 ‘중진국의 함정(Middle-Income Trap)’을 벗어나기 힘들다.
5) 발전이 더딘 이유를 그 나라의 경제사회적 불안정에서 찾기도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귀족 내지 파워엘리트들이 부를 독차지하고 있고, 이게 쉽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안정과 리더쉽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의 경우 20세기 들어 양반/상민제도가 붕괴되고, 해방이후 대대적인 토지 개혁이 이루어졌으며, 1960년대부터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국가의 경제산업이 체계적으로 발전되었다. 아프리카의 나이제리아, 중남미의 멕시코, 알젠티나, 콜롬비아 등의 나라들은 자원이 풍부해도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국가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6) 일부 학자들은 국가의 발전은 경제체제의 다름 때문이고 이는 곧 정치체제와도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자본주의 자유경제체제를 지닌 나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에 비해 큰 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이며, 미국을 위시하여 일본과 한국이 그 예이다.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독재체제이기는 하나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크게 받아들여 발전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감시체제를 바탕으로한 일당독재, 인권유린, 부패, 빈부격차 등이 심하여 전반적인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결론적으로, 한나라의 발전이며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경제산업 발전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경제체제가 중요하고 이를 결정하는 정치체제가 중요한 것이 맞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경제산업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빈부격차/지역격차를 완화해야 하고, 카스트 등 차별적인 관습들이 제거되고 주거와 관련 인프라, 의료서비스, 생필품 공급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시장경제의 작동과 정부의 적정 관여된 정책하에서 민간 및 정부투자가 이루어지고, 시민들의 동참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데올로기 다툼이 지속되는 현실 세계, 더구나 인공지능 첨단화되어가는 세계에서 국제적 양극화가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도 경제사회/정치제도의 변화가 쉽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영남경제 2025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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