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 연말연시를 보내며

2024~25 연말연시를 보내며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2024년이 지나고 새해 2025년이 다가왔다.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면 단순히 계절이 지나가는 것이고 달력 한장 넘기는 것인데, 우리가 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정리하며 무언가 새로움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 새로움이란 세상일들이 새롭게 바뀜일 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함으로써 나와 주변환경을 새롭게 가꾸어나가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쁜 성탄과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하는데 이는 나만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의미 있는 새해를 함께 나누는 덕담인 것이다.

  우리 한국에서의 정월은 추운 겨울이기에, 새해를 맞는 우리들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좀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하지만 사계절 큰 차이가 없는 나라에서는 따뜻한 기후에 당연히 흰눈 없는 성탄을 맞고 새해를 맞게 되니 세월 가고 새해를 맞는 그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필자의 어릴 때 연말연시는 추위, 흰눈, 방학, 떡국, 세배 등으로 특징지어졌었고, 어서 빨리 나이 먹기를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청장년기 연말연시는 몇 개 망년회 참석에 아이들 중고교 및 대학입시 걱정에 세월을 보냈었던 것 같다.

  요즈음 정월 첫날은 주로 미국에서 맞게 되는데, 마지막 날 밤 교회 송년예배에 참석하고 한잠 자고 일어나면 새해아침이 밝아 있다. 이때 TV를 켜고 옆동네 파사디나에서 열리는 ‘로스퍼레이드’를 감상하며 아침을 보낸다. 이는 생화로 장식한 꽃마차들이 각 도시와 회사들이 초청되어 준비한 것이며, 전국에서 우수 고교밴드 및 치어리더들이 초청되어 밴드를 울리며 행진한다. 10년전에도 그 꽃마차 한대의 가격이 최소 수십만불이었을 정도로 비싸다. 이는 LA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행사로서 많은 이들이 전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좋은 자리를 찾아 길가에 노숙을 하며 행사를 기다린다. 필자는 옆 도시임에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매년 TV를 통해 감상하고 있다.

  필자가 3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포항시에서는 매년 호미곶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지난 몇 년 코로나 사태로 멈춘 적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수만명의 사람들이 동해로 떠오는 아침 해를 보기 위해 호미곶에 모이고 대형 솥에서 끊여진 떡국을 나눠 먹으며 각종 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정월초하루 뿐만 아니라 연중 일출을 볼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여 항상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우리 한국에는 특히 동해안에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들이 많이 있다.      

  필자가 머무는 LA는 미국대륙의 서부라서 일출을 볼수 있음을 생각도 못했고, 알려진 곳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동네에서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는 교포부부와 라카냐다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점심을 같이 했는데, 이분들이 다니는 교회가 그 유명한 ‘그리피스파크’ 인근이라서 새벽기도가 끝나면 부부가 차를 몰고 그리피스 전망대, 예전 제임스 딘 주연영화 ‘이유없는 반항’에 나오는 천문대 있는 곳까지 차를 몰고 가서, 거기서 한 30분 등산을 하면 산 정상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 광대한 대륙의 지평선으로 떠오르는 황홀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정월 첫날만 볼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정월 첫주 어느 날 함께 가보기로 했다.

  필자가 머무는 미국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아직 높은 이자율 등을 포함한  여러 국내외 부정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크게 살아나고 있어 순조로운 성장을 내다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연말연시는 가득이나 경제불황 속에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소용돌이가 커서 대부분 국민들은 공황상태에서 빠져 있으며, 당연히 내수도 크게 움츠러들었는데, 새해 되어도 그 소용돌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경제전문가들은 2025년의 세계경제를 일부 회복국면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큰 해로 보고 있다. 아직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았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관세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 불확실하니 유럽이며 동북아의 기업들도 투자를 미루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여러 전략들이 추진될 것이며, 그 가운데, 우리나라도 경제회복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보나, 불투명한 미-중/미-러 관계, 북한리스크 등으로 장담이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5년 세계경제 키워드를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격차’로 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대중 무역제재, 중국경제불황 악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세계경제성장의 위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미중에 걸친 반도체, 밧데리 등의 밸류체인 중간에 놓인 우리나라는 이미 그 어려움 가운데 있으며 소비위축과 함께 어려움이 큰 새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지난 6~7년간의 긴 경제불황을 잘 견디어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K-pop, K-food 등의 세계적인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게 되면, 우리 앞에는 도시인프라 복구, 스마트 원전 건설, K9자주포 등 무기 수출, LNG선 수주, 미 전투함 수리 등 다양한 일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민관은 힘을 합쳐 경제산업 발전 및 가계 여건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다짐 속에 경제산업 회복만이 아니라 위태위태해 보이는 양당 간의 정치논쟁들도 새해에는 좀 더 젠틀하고 건설적으로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무언가 우리에게 힘을 불어 넣어줄 일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Happy New Year!

영남경제 2024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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