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필요하나 성공은 쉽지 않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이 90%에 달하니 대부분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인구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음이 또 다른 특징이다. 도시들은 대도시에서부터 중소도시들로 위계적인 도시체계를 이루고 있고, 또한 이 대도시들은 세계의 도시들과 네트워크 한다. 이 도시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주거, 동네, 도로, 상하수도, 상업시설, 병원, 학교, 교통, 제조업, 각종 정부 서비스 등이 존재하며, 이 시설들은 낡아지고 새로 지어지는 순환을 거듭한다. 과거의 도시들은 중심부에 대부분의 삶과 시설들이 몰려 있었지만, 인구와 시설들이 늘어나고, 혼잡해지고, 낡아지면서 자꾸 외곽으로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과거에는 도시확산을 장점으로 보고 있었으나 무분별한 확장이 환경오염/자연파괴/비효율적 토지이용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근래에는 도심재개발과 함께 체계적인 외곽개발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신도시들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 근교에는 수많은 교외도시들이 건설되어 벌써 50년 이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에도 마찬가지로 신도시 내지 신주거단지들이 많다. 외국의 경우 신도시의 역사가 더욱 길다고 할 수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지의 교외도시 건설들도 있고, 인도의 델리와 뉴델리처럼 모도시 옆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신도시의 형태는 모도시에서 먼 지역에 새로운 계획도시를 건설하는 것인데, 브라질이 내륙 깊숙이 신수도를 건설한 경우가 그 예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들과 기업들은 전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신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는 8개의 허브도시 건설을 검토하고 있고, 이라크는 바그다드 외곽에 5개의 정착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전직 사모펀드 대표인 스티븐 제닝스는 케냐 나이로비의 혼잡을 해결하고자 인근에 ‘타투’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고, 추가로 아프리카 5개국에서 신도시 7곳을 건설 중이다. 이집트 카이로 40km 거리에 들어설 신행정수도는 한창 공사 중이다. 완공되면 500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게 될 전방이다. 이집트는 이외에도 5개의 도시를 건설 중이며 수십개 도시를 추가로 계획 중이다. 인도네시아도 수도를 기존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 도시인구가 25억명 더 늘어난다. 이미 상당한 도시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기존 도시들에 이주민들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은 신도시 건설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 도시들도 마찬가지이다.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애리조나 사막에, 월마트 전 임원인 마크 로어는 네바다 사막에 각각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0곳의 ‘자유도시’ 건설을 제안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그룹을 이끄는 골드만삭스의 얀 슈라멕은 ‘캘리포니아 포에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는 미국 서부의 극심한 주택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자동차 없이도 학교와 직장, 상점에 갈 수 있는 고밀도 개발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도보접근성, 즉 ‘15분 도시(15-Minute City)’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금융서비스, 제조업, 관광업 등 자국에 부족한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사막에 170㎞ 길이의 건물로 구성된 ‘네옴 (NEOM)’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도시이다. 이처럼 21세기의 신도시들은 인터넷, 도로 등 인프라를 주민이 입주하기 전 갖춰져야 하기에 초기비용이 크게 든다. 그러므로 열정과 자금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거대한 프로젝트는 자칫 비용만 많이 들고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성공했다고 보는 신도시사업들은 찾기 힘들다. 수도이전 예들을 본다면, 브라질은 1961년 내륙 깊숙이 1,000km 거리에 행정수도를 이전하여 낙후지역의 성장거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현재 그 지역 200만 인구의 중심권으로서 20만 인구를 확보했지만 건설비용이 커서 경제압박이 컸고, 아직도 자생적인 도시기반이 부족하여 해안도시 사웅파울로에 의존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혼잡한 시드니에서 280km 떨어진 캔버라에 계획적이고 상징적인 수도를 조성하였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쾌적은 하지만 산업기능이 약해 자족적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집트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카이로 근교에 위치한 600억 달러 규모의 신행정수도 프로젝트 진행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프의 교통혼잡과 행정기관의 분산으로 인한 비효율을 탈파하고자 근교에 프트라자야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 중이나 경제적인 압박이 심해 공사가 중단 중이다. 하지만 세계에는 이들보다 더욱 빈곤한 나라들이 많은데, 그곳에는 경제산업 기반 없이 거대도시로 성장하는 빈곤, 환경오염, 사회문제 등이 총 망라된 ‘제3세계 도시’로 불리는 곳들이 많다. 이러한 곳에서는 제대로 된 도시 인프라는 물론이고 신도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적인 협력이 크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서울 인근에 신도시 개발이 추진된 후 그 효과에 대해서 왈가왈부 비판이 컸는데, 50년이 지난 후에야 이들 신도시들이 서울시의 늘어나는 주택수요충족, 대도시 교통혼잡 등을 완화시키면서 비교적 자족적인 성공을 보인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지역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나라라 하더라도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모도시와의 강한 네트워크 하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자족적 경제산업기반 형성이 힘들어 성공이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영남경제 2024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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