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사회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고 학문적으로도 많이 연구되어 왔다고 본다. 보통은 ‘학교와 지역사회’라는 제목을 많이 이용했는데, 이는 대학만이 아니라 중고교를 포함하는 좀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려 때부터 성균관이라는 국가적인 교육기관이 있어 이를 대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대학들은 유럽에서 기원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중소도시의 큰 영역을 차지하며 일반 거리와 뒤섞인 대학건물들을 볼 수 있다. 미국에는 더욱 다양한 대학들이 존재하는데, 유럽의 대학들과 비슷한 전통적인 모습들도 있지만, 아주 광대한 캠퍼스를 지니고 지역의 첨단산업 및 경제발전 선도기능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은 많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들로 인해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교육연구의 거점이고, 지역 내 소비, 사회, 문화활동 등의 주체이고, 대규모 녹지와 휴식 공간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도 대학이 335개에 달하며, 학부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250~300만명 정도의 학생들이 제적되어 있다. 여기에 교원과 직원, 그리고 기타 캠퍼스에 고용되어 있는 분들을 합산하면 총인구의 7%에 이른다.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고용과 소비가 전부는 아니다. 대학은 거대한 지적, 인적, 물적 자산의 보고이며, 그 도시를 브랜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보유한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활용하여 국가와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대학이 지역 거버넌스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주변도시의 발전을 선도하는 등의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약 천 년 전 중세시대에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시작으로 대학들이 설립된 후 유럽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존재는 순수하기는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도피 됨이 강조된 상아탑 (Ivory Tower)’으로 비꼬아 표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학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199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가적 대학 (Entrepreneurial University)\’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이는 순수 학문도 중요하지만 일부라도 학문 중점 연구에서 탈피하여 연구의 성과가 상업화로 연결되고 사회에서 즉시 활용가능한 실용적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등과 같이 첨단산업클러스터의 성장을 경험한 지역의 중심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가적 대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기업가적 대학 패러다임은 학문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했다.
기업가적 대학 패러다임의 등장 초기에는 대학이 천박한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 상아탑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이 학문적인 공헌만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지리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의 성장과 발전의 조건으로 지역의 기술혁신 역량에 주목하고, 지역혁신체계 (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이론화와 사례 탐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여기에서 지역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주체로 \’대학\’에 주목하게 된다. 지역혁신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지역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우수 대학들이 지역산업과 R&D 네트워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고, 지역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주변도시와 단절되어 독립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사회 공헌 기능으로서 준공공적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기능이 단기적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 백년대계 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실습의 장으로서 지역사회가 활용되어야 하고, 고도의 개발연구가 지역산업과 네트워크되어 지역경제산업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사회에서 직장을 얻고 대학교수 및 연구기관과 네트워크 하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물품을 생산하는 등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역사회도 대학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들의 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면서 산학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포항지역에도 연구중심 대학교, 국제화된 강한 학부중심 대학교, 전문대학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교들이 존재하고 각기 차별화된 인재들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들 모두가 각자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는 것이다. 또한 포항에는 다른 도시들과는 차별화된 포스코 등 글로벌기업들이 존재하고 더욱 넓은 첨단산업단지가 계획 중에 있음으로 이들 대학 졸업생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글로벌화된 시대이자 무한경쟁 시대에는 지나친 안정과 폐쇄적인 시스템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신축성 있는 시스템 하에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와 네트워크하며 학문과 경제산업 경쟁력을 다져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들이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여기서 큰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지자체장, 대학총장 등 지역리더들의 밑그림 제시도 중요하고, 지역 민관산학의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협력이 크게 요구되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4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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