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진로 상담

학생들의 진로 상담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학기말에 가까우니 학생들의 진로상담이 잦아졌다. 물론 연중 있는 일이고 이미 대학원 입시는 끝났지만, 고학년들은 취업문제, 저학년들은 전공선택 문제를 상담하러 온다. 저학년들의 경우에는 우선 본인의 고민을 들은 후 요즈음 공부가 어떠한지, 취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본다. 잘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어릴 때부터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해보겠다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던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그러면서 차차 범위를 좁혀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한 1학년 학생이 진로 상담차 찾아 왔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전공을 물으니 잘 모르겠다는데, 이 학교가 ‘무전공 무학과’로 입학하므로 그리고 국제화된 대학이라서 입학했다고 했다. 필자는 그런 학생들이 많다고 운을 뗀 후 장차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데 전공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 외국어를 열심히 배우면서 몇 개 책들과 몇 개 과목들을 듣도록 추천해주면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빈곤, 지역 격차, 전쟁, 다툼 등 글로벌 이슈들을 설명해 주고 아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우리 젊은이들이 꿈과 사명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의욕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고 관련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물론 이 학생은 대학을 잘 졸업하고 지금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일하며 개발도상국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거쳐 월드비전 같은 NGO단체에서 일하는 졸업생들도 있다.    

  오래전에 우리 대학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복수전공하는 남학생이 찾아왔었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F가 두 개나 있는데, 그 분야로 나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필자는 두 과목을 재수강해서 학점을 올리라고 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전공으로 과목을 계속 들어보라고 했는데, 이 학생은 도시계획, 국제개발 등의 과목에 크게 흥미를 보이며 성적도 우수해졌고, 필자를 따라 개발도상국에도 자주 다니며 실력을 쌓았으며, 졸업 후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이 되어 스리랑카에서 2년을 보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본교에서 석사과정을 끝내고, 역시 그 기관의 돈을 받아 몽골의 한 대학에서 2년 동안 가르쳤었다. 국내에서 초중고대학을 나왔지만 그 동안 갈고 닦아 영어를 아주 잘 했었다. 그후 결혼도 하고 유럽에서 관련분야 박사학위를 끝내가는 중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한 여학생이 상담차 찾아왔었다. 그녀는 중고등학교를 유럽에서 나왔고,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 입학하여 건축학·도시계획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2학년 학생이었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우주비행사’라고 했다. 그렇다면 학교와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것 같다면서 학부를 마치면 미국의 엔지니어링 스쿨로 가보겠다고 했다. 필자는 그러면 시간을 너무 낭비하게 되니 지금 하는 것들에 취미를 붙여보자. 앞으로 갈 길이 이러저러한데, 잘하면 그러한 쪽과도 연관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이 학생은 학부를 졸업하고 서울의 유수 대학원에서 도시계획 및 설계분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서울에 사무실을 둔 저명 국제기구에서 인공위성 이용 토지이용 점검 및 도시성장 예측 등의 일을 하다가 지금은 미국 박사과정에 진학해있다. 아직 젊고 운동능력도 뛰어나니 언젠가는 우주비행사에 도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진로상담을 하고 지금은 자기 자리를 찾았거나 찾아가고 있다. 학교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인 포항에 자리잡았으면서도, 전세계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는 제자들을 볼 때면 걱정도 되면서도 뿌듯하기도 하다. 베트남에 종합건설회사를 세워 여러 개의 방계회사를 거느리고 아파트사업, 호텔사업 등을 크게 하는 졸업생그룹도 있고, 대학원 졸업 후 유엔, 월드뱅크 등에서 일하는 졸업생들도 있고,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등 외국에서 대학교수가 된 졸업생들도 적지 않다. LH 등 공사에도 많이 갔는데, 지금은 중견간부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포항에 남아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중에는 ‘건축사 라이센스’를 받아 독립사무실을 운영하는 여학생이 둘이나 있다. 지금 경제가 좋지 않으므로 아직 이곳저곳 직장을 구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졸업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세월이 가게 되며 대학 때 꿈꾸어 왔던 자기에 맞는 직장을 찾게 될 것으로 본다.  

  오랜 전 필자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1950년대에 우리나라 어른들은 보통 아들들을 보고 대통령이 되라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중고교 시험을 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꿈들이 현실로 바뀌는 것이다. 필자는 부친을 본받아 ‘지리학’을 좋아했고 글 쓰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잠시 의과대학에 가겠다고 했더니 부친께서 ‘동생들이 4명이나 있는데 6년씩이나 못 다닌다’ 하셔서 그 당시 세류를 따라 공과대학에 진학했었다. 부친께서는 필자의 적성대로 물리대나 법대에 가기를 원하셨던 것 같으나,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후에 유학하여 도시 및 지역계획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귀국하여 교수도 하고 정책자문도 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지금 보면 어릴 때 좋아하던 지리학이며 예술적인 일들을 지금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꿈을 갖는 것은 좋은데 진로선택에 너무 긴 세월을 보내지 말아라. 어느 정도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라면 계속해나가다 보면 길이 열리고 나중 자기가 꿈꾸던 일들을 하고 있게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경일보 2023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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