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거버넌스의 중요성

로컬 거버넌스의 중요성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거버넌스(Governance)는 관료들이 일방적 수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제도화된 정책커뮤니티 내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공공의사결정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조종하다 (steer)’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동사 ‘kubernan’에 어원을 두고 있다. 플라톤은 이를 은유적으로 정부 통치에 적용해 ‘통치체제의 설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이 용어는 ‘규칙 만들기’, ‘조종하기’ 등을 뜻하는 중세 라틴어 ‘gubernare’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이후 거버넌스는 옥스퍼드영어사전에서 정부(Government)와 동의어로 언급되고 ‘다스리는(Gover-ning) 행위 또는 기구’ 등을 의미하며 정부와 유사하게 사용되었다.

  미국의 학자이자 외교관인 할랜 클리블랜드(Harlan Cleveland)는 1970년대 이전까지 정부의 역할과 개입의 지나친 확대로 인해 국가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더 작은 정부, 더 많은 거버넌스’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면서도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국정관리체계를 재정립하자는 의미였다. 이 시기에 거버넌스는 기존의 정부 외에 시장,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통치 네트워크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때부터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협력적 네트워크에 의해 이해와 갈등을 조율하며 통치하는 의미를 가진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를 언급하는 이유는 지난 30년간 포항지역에 살면서 지역사회에서 민관산학연을 망라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이룩해야 할 사업들이 있었고, 많은 갈등을 초래하는 환경산업 내지 혐오시설 입지에 관한 주민들의 갈등들을 보면서, 로컬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지방의제 21’의 정립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각 구성원들의 행동원칙을 수립하고,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해나가는데 필요한 것이 로컬 거버넌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근래에도 불거지고 있는 혐오시설, 한 예로 포항의 SRF시설의 입지 및 가동에 대한 지역민 및 관련 환경단체들과의 해결점 없는 다툼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이슈 해결을 위한 조정자의 역할이며 로컬 거버넌스의 작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컬 거버넌스 사례로 일본의 마찌츠쿠리가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지역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도시를 가꾸어 간다는 의미의 마찌츠꾸리(まちづくり)운동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마찌츠쿠리는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본래 취지를 토대로 지역 주민들이 도시계획의 권리를 확립하기 위해 스스로 거주하는 시가지에 있어서 생활공간과 커뮤니티의 재생 내지 활성화를 위해 협동하여 전개하는 사회활동이었다. 일본의 마찌츠쿠리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유기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공동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마을만들기운동의 일환이자 환경거버넌스의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이다.

  영국의 그라운드워크 운동도 대표적인 거버넌스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라운드워크는 1981년 영국 멀시사이드주에서 처음 설립된 협력체로서, 공공, 민간 그리고 자체적인 위원회 등이 포함된다. 주요 특징은 트러스트라는 조직이 행정·기업·시민 3자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중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라운드워크 트러스트들은 시민이나 기업의 기부, 자원봉사활동, 행정의 지원을 받아 매년 높은 실업과 범죄율, 취약한 공공 위생, 노후화되는 주택과 공공장소, 황폐한 땅과 분쟁 사건들로 피폐된 지역에서 수천개의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미국의 BID (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도 대표적인 거버넌스 사례이다. BID는 공동화되고 낙후된 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해 특별지구를 지정하고, 상권 내의 자산소유주가 납부한 부담금 등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시하는 도심재생 프로그램으로,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활용한 접근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사업은 도시의 물리적 경관을 단절시키는 전면 재개발 방식보다는 건물 외관의 재정비, 가로 시설물 교체 등 재생을 위한 개선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지역상권의 활성화, 도시안전 및 위생환경 개선, 커뮤니티 복원 및 도시문화 활력을 불어넣기 등을 위한 이벤트 개최 등 장소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들이 주민참여제도의 체계적인 형성을 통해 신뢰성 있는 로컬 거버넌스가 작동함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가 타협·조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타협·조정이 쉽지도 않고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성공의 여건은 첫째, 환경적 여건으로 자원/재정 확보, 주민참여 제도화, 파트너간 신뢰와 존경, 그리고 다양한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구조화 전략으로서 네트워크 관리주체의 존재 및 일관성 있는 리더쉽이 필요하고,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명확해야 하며, 그리고 참여방식이 분명해야 한다. 셋째, 내부운영 룰로서 상호작용 촉진, 조정과 중재, 그리고 적절한 주민보상책이 필요하며, 넷째, 전략평가 기준으로 공동목표에 대한 몰입, 상호작용의 질적 수준, 투명성 등이 제시되고 있다.  

대경일보 2023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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