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도시조경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 주위에는 소나무가 많다. 높고 낮은 산과 구릉에도 도시 이곳저곳에도 소나무가 많다. 요즈음 기후변화와 재선충 여파로 수목 중 소나무 비중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 많고 또한 심어지고 있다. 아파트단지에도 소나무가 많다. 큰 키 소나무들이 많은데, 아파트 완공시기에 맞춰 어렵게 옮겨 심은 것들로서 잘 살아나서 아파트단지를 아름답게 꾸며 주고 있다. 도시 내 가로수는 대개 여름에 그늘을 만드는 활엽수들이 심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도시 내 소공원이나 야산에는 소나무들이 많다. 좀 더 외곽으로 나가면 도로 중앙선에 소나무가 줄지어 심어진 경우가 많고, 해안도로 가로수로도 소나무가 심어진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소나무들이 많이 심어진 것은 무엇보다도 사시사철 푸르면서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았고,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글과 그림도 많았고, 애국가에도 등장하며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 잔가지를 난방에 사용했고, 소나무를 벌목해 집도 짓고 가구와 생활용품을 만드는 등 쓰임새가 많았다.
하지만 소나무의 비효용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없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는 전나무 등에 비해서 목재 가치가 크지 않고, 소나무 아래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기 힘들고, 솔방울 내 작은 씨앗 이외에 열매를 맺지 않기에 산짐승들이 서식하기 힘들다는 등의 주장들이 있다. 그 이외에도 소나무는 줄기가 부러지면 살아나기 힘들고, 옮겨심기 힘들고, 목재용으로 자라나는데 세월이 오래 걸리고, 봄철에 송홧가루가 사람들의 알러지를 크게 유발한다는 것 등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식기술이 발전하고, 수종도 개량되면서 요즈음 아파트와 도시공원, 그리고 산야에 많이 심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 소나무는 나무껍질과 겨울눈의 색이 붉어 적송(赤松)이라고 하고, 해안지방에서 자라는 해송(海松)과 대비하여 육송(陸松)이라고도 한다. 이중 태백산맥 일대에 자생하는 소나무를 특히 강송(剛松) 내지 금강송(金剛松)이라 부르는데, 껍질이 얇고 줄기가 곧으며 재질이 좋아 옛부터 우량 건축재로 꼽히고 있다. 정부에서는 형질 뛰어난 강송을 경제수로 선정하여 조림을 장려하고 있다.
필자가 머무는 캠퍼스에도 소나무가 많다. 개교시 비싸게 구해다 옮겨심은 큰 키 소나무들도 있고, 일년 한두차례 기념식수로도 심고, 식목일날에도 심었다. 요즈음에는 느티나무, 벚나무 등도 교내외 가로수로 식재했지만 초창기에는 이곳저곳에 어린 소나무들을 많이 심었는데, 지금 이들이 자라나 높이 5~6m의 소나무가 되어 캠퍼스를 사시사철 푸르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산야도 지난 수십년간 녹화작업이 이루어져 푸르름을 보이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헐벗은 곳이 많았다. 일제강점기, 전쟁, 가난함 등으로 인해 산야의 나무들이 땔감으로 사용되어 남아나지 못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녹화작업을 벌이면서 처음 한 일은 사방공사였다. 마을사람들이 총동원되어 헐벗은 산야가 장마에 소실되지 않도록 사면을 계단형태로 만들고 잔디를 심고 아카시아씨를 뿌렸다. 그리고 식목일 전후하여 국가적으로 산에는 주로 소나무, 그리고 들판에는 잘 자라는 포플라를 심었다.
도시들도 건물만으로 삭막하게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지만, 차차 공원이 지정되고 가로수도 심게 되면서 좀 더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게 되었다. 가로수로는 플라다나스, 은행나무 등을 심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교외나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소나무도 심어지고 있다. 우리 아파트에도 큰 키 금강송이 심어져 동네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다. 미국의 유명호텔 앞에는 종려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이는 다른 야자수와는 달리 기품도 있지만 한그루에 수만불을 호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양 좋은 소나무들은 그러한 가격이 매겨질 것이다. 소나무는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지만, 느티나무나 플라다나스처럼 더운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주지 못함이 단점인 것 같다. 시민들이 자주 걷는 시가지 가로수로서는 물론이지만 아파트단지 내에서나 캠퍼스 내에서도 걷는 이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줌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도시조경에 있어서 장소와 목적에 따라 수종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의 근래 조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응답자의 60%가 소나무를 꼽았고, 두 번째 좋아하는 나무로 8%가 은행나무를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재선충피해, 식생변화 등으로 전국 수종 중에서 1960년대에 60%에 달하던 소나무가 2000년대에는 25%로 줄었다는데, 정말일까 의심될 정도로 뜻밖이고 걱정도 된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이 지금까지 600만여 그루의 소나무를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재선충은 실처럼 가늘고 0.1cm 내외 길이의 작은 벌레로 스스로 이동할 순 없고, 보통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같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며 살다가, 이들 곤충들이 소나무껍질을 갉아 먹을 때 생기는 상처를 이용해 소나무 속으로 파고들고, 소나무는 금새 말라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 자주 발생하는 대형산불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불에 잘 타는 소나무 밀집지역이라고 하며, 이러한 소나무 숲은 참나무 등 활엽수 숲에 비해 자연복원도 느린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만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가 이대로 지속 되면 50~60년 후에는 중생대 백악기 1억 7천 년 전부터 존재해오던 이 역사적인 소나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나 지리산 일부 지역에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 터라 안타까움이 크다.
대경일보 2022년 6월 19일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