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주차 후 KTX 타고 서울여행

간신히 주차 후 KTX 타고 서울여행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서울 갈 때는 요즈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예전대로 KTX를 타는 것이다. 2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주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한 시간이다. 포항역까지 차를 몰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든지 택시를 타고 30분 전 정도에 도착하면 된다. 또 하나는 요즈음 ‘진에어’가 하루 두 차례 서울-김포를 왕복하므로 이용할 만하다고 본다. 지난 10년전 까지만 해도 포항-김포 하루 4차례 왕복했으므로 당연히 항공편을 이용했으나 한동안 비행장 공사로 하늘길이 막히고 KTX가 포항까지 오게 되어 이를 전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물론 고속버스도 있지만 가는 곳이 고속버스터미널과 좀 멀어서 과거에도 야간우등을 이용할 경우 아니면 별로 이용하지 않았었다. 주요 항공사들이 한동안 운항을 접고 있던 포항공항에 진에어가 하루 한차례 김포를 오가게 된 것이 1~2년 되는 것 같은데, 올들어 아침저녁 두차례 운행을 해서 이용하기는 더욱 편리해진 편이다.  

  지난 주말 오랫만에 연로하신 어머님을 뵈러 토요일 오후에 서울행 열차표를 예약했다. 택시를 타기도 하지만 택시 기다리기가 좀 수월치 않은 면도 없지 않아서 보통 차를 운전해 가기에 이날도 좀 일찍 차를 몰고 포항역으로 갔다. 그러나 코로나 제한이 크게 완화되기도 하고 주말이라서인지 입구에서부터 차들이 밀렸고, 주차장은 만원이라고 아예 막아 놓은 것이 아닌가? 집에 돌아가 다시 오기는 힘든 상황이고, 다른 곳에서라도 주차공간을 찾아야 했다. 이날 따라 꽤 큰 캐리어와 백팩을 지니고 있고 여름을 방불케 할 더운 날씨라 고민을 하면서 주차공간을 주변에서 찾기로 했다. 주변 길가는 이미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어, 계속 가다보니 좀 거리가 먼 2차선 도로 가에 끊긴 차선 표시가 되어 있고 주차해도 차선을 침범하지 않을 노견을 지닌, 7~8대 차가 줄지어 세워질 만한 곳을 발견했다. 안도한 마음으로 이미 주차된 차들 사이에 차를 세우고 좀 무거운 캐리어 등을 들고 끌고 걸어 역사에 도착했고, 땀을 식히며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 안은 만원이었다. 지난 2년여 코로나 사태 이후 이처럼 차가 붐빈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다들 마스크를 하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고 2시간여 후 광명역에 도착했고, 택시를 기다려 타고 항동으로 향했다. 보통은 택시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날은 택시가 없어 꽤 오래 기다렸는데, 차 한 대 오는 데 보통 2~3분 걸린 것 같다. 택시에 짐을 싣고 목적지를 알려주는 등 말을 트다 보니 동년배 쯤 되어 보이는 택시기사분도 얼마 전 포항에 갔었단다. 자기 부인과 차를 몰고 거제도까지 갔다가 동해안 길을 따라 호미곶까지 갔었다고 한다. 거기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는데, 그곳의 한 커피숍이 마음에 들었단다. 한참 구룡포, 호미곶, 구만리 등 포항 이야기를 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절이라 항동 주변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어머니 계신 빌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유명한 곳인데, 봄꽃이 지고 아직 여름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기 전이라, 또한 본격적인 녹음은 아닌 시절이라 주변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좀 어정쩡한 감이 있다.

  어머니는 고령에 지난번 코로나 발병 이후 나으셨는데도 몸이 더욱 불편해지셔서 걱정이다. 어머니 모시고 있는 형님 내외분이 역시 노령으로 접어드는 나이로 큰 수고를 하고 계신다. 짐 풀고 세수하고, 어머니께 인사드리고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 빌라는 꽤 오래된 편이지만 단지가 넓고 집들도 다층으로 커서 인기가 있는 편이다. 처음 들른 사람들, 특히 택시기사분들이 단지가 넓고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조카들이 설치한 ‘구글AI스피커’로 여러 질문, 예를 들어 ‘지금 라크리센터에서 얼바인까지 후리웨이로 얼마나 걸리느냐?’ 등을 영어나 한국말로 묻기도 하고, 음악을 들었고, 텃밭에서 직접 수확했다는 상추 등 신선한 채소에 찜닭, 육개장국, 생선구이, 열무김치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은 아침식사 후 인근의 ‘서울수목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곳은 과거 그린벨트지역으로서 그 유명한 항동저수지와 폐쇄된 항동철길이 있는 곳이다. 그 당시에 이곳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시골이었고 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들었고, 저수지에 월척 붕어들이 많았다. 그리고 항동철길은 아베크족들이 산책하기 좋은 낭만적인 곳으로 시인들이 이를 주제로 시를 쓰기도 하는 곳이었다. 아마 8~9년전에 이곳은 구로구청에서 조성 관리하는 서울수목원이 되었고 갖가지 꽃과 나무가 심어지고 가꾸어진, 많은 이들이 산책하는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 있다.

  사진도 찍고 구내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도 주문해 마시며 수목원을 한바퀴 돌았다. 기온은 좀 높았으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아주 좋았다. 봄꽃이 지고 장미 이외의 여름 꽃들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시절이고 수목들도 이제 자라나고 있어서 큰 키의 ‘메타세콰이어’, ‘소나무’ 등만이 두드러져 보였다. 1박 2일의 여정이었으므로 그날 점심후 좀 일찍 광명역으로 향했고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해서 형님부부가 싸준 반찬 등이 든 캐리어를 끌고 한참 걸려 주차공간으로 가니, 아뿔사 모든 차들, 점선 침범한 차, 필자처럼 점선 안쪽으로 세운 차, 그 많은 차들 모두에 경고문이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견인대상이고 벌금은 5만원이라고… 구청에서 이렇게 단속하는 것은 교통안전상 그러하다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겠지만, 우선 주변 걸린 플래카드의 지침도 명확하지 않고, 코로나규제 풀림과 KTX 이용증가를 예상해서 좀 더 주변에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이 중요하지 않을까? 요즈음 양덕동에는 임시 주차장들이 다수 조성되고 있는데, 이곳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는 사소한 해프닝이었고, 결론적으로 기차를 시간 내 탈 수 있었고, 어머님 잘 뵙고 주변 수목원도 다녀온 좋은 여행이었다.

영남경제 2022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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