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 이야기

청하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포항에 살면서 주변을 자주 돌아보게 되는데, 그래도 자주 가는 곳이 청하면(淸河面)이다. 해변을 따라 가다보면 월포해변에 닿게되고 거기서 좀 더 내륙으로 가면 7번 국도가 있고, 그 부근 교차로 인근에 ‘청하시장’이 있다. 청하라는 이름이 주는 상쾌함도 있어서인지 청하라는 이름의 유명한 술도 있다. 청하(淸河)는 1986년 3월에 두산주류에서 출시해서 현재는 롯데주류에서 생산·판매하는 청주(淸酒)인데, 포항시 청하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3번 깎은 쌀을 12~15도의 저온에서 한달 간 서서히 발효시키며, 한약재, 향료, 색소 등을 첨가하지 않으며, 냉각여과로 쓴 맛과 알코올취를 제거한다고 한다.

  청하면은 현재 포항시의 일부로 존재하지만, 1995년 이전에는 영일군의 일부였다. 진한시대에 포항시 영역에는 근기국(勤耆國)이 있었으며, 신라시대에는 연일군 일대에 근오지현, 흥해군 일대에 퇴화현, 청하군 일대에 아혜현, 그리고 장기군 일대에 지답현이라는 고을이 있었다. 통일신라 경덕왕 대에 아혜현이 해아현으로 개편되었다. 근기(勤耆)에서 나온 근오지(斤烏支), 연일(延日), 영일(迎日) 등의 이름은 모두 \’해돋이/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라는데, 예로부터 포항지역은 해돋이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후삼국시대에는 미질부 호족 훤달이 포항지역을 다스렸다고 하며, 고려 초에는 임정현이 연일현으로, 의창군이 흥해군으로, 기립현이 장기현으로, 해아현이 청하현으로 개칭되었다. 이때 청하라는 이름이 나타나는데, 맑은 하천이 흐르고 깨끗한 산야를 지닌 동네이기에 붙여진 이름 같다. 조선시대에도 지역 및 명칭변경이 여러 차례 있었고, 1914년에 이르러 연일군, 흥해군, 청하군, 장기군이 영일군으로 통합되었으며, 청하는 면단위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명들을 살펴본다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것들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흥해도 그렇고 청하도 그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청하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기청산농원’이 있다. 필자도 여러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지금쯤이면 그곳도 갖가지 꽃들이 만발했을 것이다. 그곳은 면적도 넓지만 갖가지 꽃과 수목들로 장관을 이룬다. 9만㎡의 규모에 약 2,500여종의 식물이 관리되고 있으며 수목유전자원이 보유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자생화원, 울릉식물관찰원, 양치식물원, 약초원, 식용식물원 등 15개의 주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깽깽이풀, 목련, 섬개야광나무, 산수국, 섬초롱꽃, 자주초롱꽃, 모감주나무, 이팝나무, 섬단풍나무, 참느릅나무, 수련 등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며 딱따구리, 꾀꼬리, 호반새, 후투티, 뻐꾸기 등 30여 종의 새들도 함께 서식한다. 1969년에 기청산농원으로 출발한 이 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로서 교육 및 학술가치가 있는 식물, 울릉도 식물, 민속식물, 포항지역 식물 수집 등을 주요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청하에는 필자의 지인들이 운영하는 대단위 송이버섯농장이 있다. 이 농장은 전통적 형태의 버섯농장이 아니고, 첨단스마트팜으로서 천연송이버섯의 95%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오히려 식감은 더 좋은 ‘참산송이’를 생산한다. 몇 년간 실험재배는 끝났고 대규모 배지배양실(Spawn Culture Facility)과 버섯재배사(Mushroom Cultivation Facility) 20동을 완공 중이다. 7번 국도와 맞닿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주변은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다. 이런 소나무 숲에서 과거에는 천연송이버섯이 생산되었을 테지만, 요즈음 영덕 등 현지에서조차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수십년간 많은 이들이 송이버섯을 재배하고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고, 요즈음 조직배양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게 있었다. 이 농장은 원초기술을 지니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닌 가장 크고 품질 좋은 송이버섯을 대량생산할 단계에 와 있어, 장차 지역 소득증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포항은 도농통합시로서, 수도권에서 먼 중간규모의 도시이지만 글로벌기업 포스코와 철강공단이 있는 철강산업도시이며, 청하의 경우와 같이 교외농업 및 자연생태도시로 특정 지을 수 있는 다양한 생태자원을 지닌 지역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크게 발달된 과학문명시대에 살고 있고, 과거의 가난을 떨쳐낸 요즈음 선진국 중에서도 과학기술 리더그룹에 진입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좀 더 발전을 원하지만, 이 발전된 삶이라는 게 국제관계, 국내정치 등 다양한 거시적 요소들 속에서 조정되기 때문에, 자칫 나락에 빠질 수 있음도 알고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인구는 도시로 집중되고, 도시는 거대해지며, 그로 말미암아 도시의 작동 미케니즘을 이해하기도 힘들며 그 운용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세상이 발전됨에 따라 각종 도시문제, 빈부격차, 국제관계 어려움, 환경오염문제, 자연환경파괴 등 좀 더 두드러져 보이는 문제들이 많고 이에 대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삶이 미래에도 최소한 지금 정도의 번영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서 이루자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혹은 ‘큰 것이 더 좋고 새것이 더 좋은’ 현대인의 생활스타일이 자원절약적으로 바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도농통합시로서 다양한 자연환경과 도시화된 시설과 산업을 지닌 포항은 그래도 사람들이 자연환경 및 농업의 중요성을 느끼고, 체험하고, 이를 좀 더 용이하게 생활에 적용해 나갈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된다.  
영남경제 2022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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