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 다녀오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지난 주말에 충북 단양에 다녀왔다. 그곳에 아는 분이 있어 한번 다녀오자 의기투합하여 동네친구 셋이 함께 떠난 것이다.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룻 만에 오고가지 못할 곳 없는 우리나라지만, 마음먹기가 쉽지 않음이 현실인데, 가게 된 것이다. 오전 9시경 필자가 사는 포항시 양덕동에서 만나 출발했다. 우선 포항-대구고속도로를 타다가, 영천 좀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상주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안동 인근을 지나 단양IC에 이르니 2시간 15분이 지나 있었다. 거기서 30분은 더 가야 목적지였다.
주말이지만 중앙고속도로는 한가한 편이었다. 주변은 수목이 우거지고 녹음이 짙어가고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산야가 구릉이 많고 높은 산이 적은 편인데, 차차 북으로 갈수록 산이 높고 골이 깊어지는 것 같다. 고속도로는 이러한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단양IC 근처에 이를 때는 고속도로가 높은 다리 위를 지나고 있고 마을이 저 아래 내려다보였다. 단양군의 동북쪽은 강원 영월군과 경북 영주시, 서쪽은 제천시, 남쪽은 경북 문경시와 예천군에 접하고 있다. 이곳에는 단성면 대잠리의 대선암공원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제일간다는 천혜의 관광지가 많다. 단양팔경(丹陽八景)은 단양을 중심으로 남한강 상류를 끼고 주위 20㎞ 내외에 산재해 있는 하선암(下仙巖)·중선암(中仙巖)·상선암(上仙巖)·옥순봉(玉筍峰)·구담봉(龜潭峰)·석문(石門)·도담삼봉(島潭三峯)·사인암(舍人巖)을 말하고 있는데, 부근 일대는 산악이 중첩하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군봉들이 늘어서 있다.
단양군에는 석회암지대가 널리 분포하고 있어 고수동굴, 노동동굴, 천동굴, 온달동굴, 남굴 등 많은 동굴들이 아름다운 종유석들과 함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필자도 2.5년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좀 한가할 때인 1979년 추운 겨울에 친구들과 이곳 고수동굴에 버스 타고 걸으며 와 본적 있다.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는데, 추후 미국이며 유럽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석회암 동굴들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이곳에는 여러 국립공원이 있고 소백산 국망봉·주목군락·철쭉제는 많은 등산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외에도 도처에 사찰·산성·명승지가 있는데, 특히 영춘면 백자리에는 대한불교태고종의 총본산인 구인사(求仁寺)가 있는데, 이들 경승지(景勝地)와 명승사적지(名勝 史蹟地)가 충주댐 호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구석기 유적이 곳곳에서 발견되어 주목되는데, 대개가 남한강 주변을 끼고 분포되어 있다. 단성면 북하리 뒤뜰굴 유적, 매포읍 도담금굴 유적과 상시리의 바위그늘 유적, 단양읍 상진리 유적, 적성면 애곡리의 덕천리 동굴 유적, 수양개유적 등에서는 전기에서 후기의 구석기시대에 걸친 많은 유물이 나와서 우리나라 구석기연구의 좋은 자료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신석기시대의 유물·유적들도 남한강 유역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중에는 인골도 있는데, 코카사스인 즉 백인의 DNA라는 것이다. 이 분야 골상연구로 유명한 한 학자는 지금도 충북 산골마을에는 이러한 DNA를 가진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잘 모르겠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모습과 형질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니…
지나치는 주변의 산들은 매우 높고, 비탈이 심하고, 수림으로 우거져 있다. 누구든 등산은 힘들 것이니, 자연이 잘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아 남한강 골짜기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는 이들이 여럿이다. 저 멀리 산정상에서 출발하면 넓은 강 골짜기를 따라 아주 길게 유영할 것 같다. 조금 더 지나니 다리 아래 멀리 단양팔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이 보이고 유람선이 보인다. 과거에는 가까이서 거대하게 보였을 풍경들이 이제는 산 중턱을 지나는 높은 고속화 도로에서 작게 내려다 보인다. 큰 주황색 철교 다리를 건너니 거대한 공장들이 있다. 시멘트공장이다. 이곳에 석회암 지대가 많아 자연동굴도 많지만 시멘트공장이 많이 들어선 것 같다. 저편에 이들 사원용 고층아파트가 높은 산과 강 사이에서 이색적으로 보인다. 한참을 더 가니 작은 마을이 나온다. 아니 이곳도 1980년 가을쯤에 절친 고교동창들과 와본 곳이 아닌가. 이 작은 마을 보건지소에 6개월간 근무하던 역시 고교동창생을 만나러 이곳을 방문하여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그때 이곳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원주, 제천, 창녕, 그리고 거제도까지 갔었고, 작은 고속정을 타고 부산으로 가서 기차 타고 다시 서울로 오는, 입은 옷 그대로에 칫솔만 가지고 떠났던 며칠간의 여행이었다.
드디어 목적지인 향산리에 도착했다. 떠난지 2시간 45분만이다. 마침 주차한 곳이 1600년전 세워졌다는 3층 석탑이 있는 곳이다. 향산사와 이 탑은 신라 눌지왕 19년(435년)에 세워졌는데 임진왜란때 불타고 탑만 남았다고 한다. 인근에 사는 지인을 만나고 차도 한잔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고사리와 나물, 그리고 푸짐한 삶은 염소고기가 메뉴였다. 이곳은 산골이라 무공해 산나물들이 유명하지만 닭과 염소를 방목하는 집이 많다고 한다. 이곳은 충청도지만 강원도와 경상도가 함께 합쳐지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봉우리들이 즐비한 산골마을인데, 그때 만난 주인장은 충청도 말에 약간의 강원도와 경상도 발음이 섞인듯하다. 과거에는 화전민들이 화전으로 곡식을 가꾸고, 서울선비들이 귀양을 오던 지역인데, 이제는 사통오달 고속도로가 뚫려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차를 몰아 다시 포항으로 향했다. 올 때와는 다르게 상주 인근에서 좀 더 한가한 상주-영덕고속도로를 타고, 그후 7번 국도를 타고 포항에 도착했다.
영남경제 2022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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