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머물며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꽤 오랜만에 경주 보문단지에서 1박 2일 머물렀다. 이웃 도시 포항이지만 양덕동이 북쪽에 위치하여 남방에 위치한 경주 보문단지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린다. 보문단지는 봄이면 입구에서부터 벚꽃이 유명한데, 올해는 일찍 피고 져서 좀 아쉬움 속에 차를 운전하여 목적지인 K-Hotel로 갔다. 요즈음 코로나19 관련 제한들이 많이 풀려서 작년보다는 좀 더 많은 이들이 경주를 찾는 것 같은데, 아직도 과거 수준을 되찾으려면 좀 더 세월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포항과 경주는 몇 년전 국내에서 경험한 바 없는 큰 지진을 겪었고 또 코로나19가 닥쳐서 경제사회적인 피해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포항과 경주는 이 지방에서 유일하게 서로 통근 가능한 위치로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밀접한 동일문화권이라서 한 개의 도시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 유럽의 ‘란스타드’지역과 같은 6~7개 중소도시의 ‘네트워크 도시’가 가능한 곳도 최소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포항과 경주밖에 없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다. 물론 국토연구원에서는 대구/경북지역 산하에 ‘포항권’을 지정해놓고 있기는 하다. 물론 이는 지역연구를 위해 경제사회 및 교통네트워크를 감안하여 분류해 놓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그대로 행정구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포항, 경주, 영덕, 청송, 울릉 등을 포함하는 지역이며 여기서도 역시 포항과 경주가 중심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포항공항을 활성화하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 이름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바꾸었다. 그때 한 방송에서 필자에게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말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분명 이로 인해 포항만이 아니라 경주로 가는 이들도 좀 더 이 공항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 공항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았던 것은 KTX개통, 코로나19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렇게 공항을 두 도시 이름으로 하고 편수를 좀 늘리게 되면 분명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포항과 경주는 한 지역에 자리 잡은 한 도시와 같아 보이며 그렇게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필자가 보문단지로 간 것은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한 해외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네팔의 한 공과대학과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6층에 방을 잡고 창밖을 보니 여전히 크고 높게 황룡사 9층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탑은 불타고 사라진 황룡사의 9층탑을 재현한 것으로 언제나 보아도 아름답다. 황룡사 9층탑은 634년(선덕여왕 12년)에 건조되었는데, 그 높이가 80.18m에 이르는 철제 못을 사용하지 않고, 물론 기중기도 사용하지 않은 경이로운 규모와 기술의 목조탑인데, 200여년후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버린 것을 최근에 재현한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주춧돌만 남은 황룡사터에 사찰을 복원하고 이 9층탑도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이니, 또 하나의 정교한 탑이 경주에 세워질 것 같다.
세미나는 오후 3시경에 시작되었다. 필자를 비롯하여 여러 분들이 발표를 했는데, 주제는 ‘지역개발을 위한 혁신, 대학, 커뮤니티 노력 (Innovation, University, and Community Efforts for Development)’이었다. 세미나 후 좀 늦게 저녁식사를 하고, 동행한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이박사와 주변을 거닐기로 했다. 의외로 날씨가 쌀쌀했는데, 거기서 보문호까지 10여분 걸으니 한 대형 커피숍이 나타났다. 여기서 주로 오리 모양의 작은 유람선이 출발 운행되었었다. 1층 창가에 자리 잡고 따뜻한 차 한잔 하며 어둠에 잠긴 보문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걸어 호텔로 왔다.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샤워하고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진한 커피 두어잔 마시는데 이박사가 잠을 설쳤다며 늦게 내려 왔다. 필자만이 아니고 이박사도 알레르기 및 불면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나아져야 할지 각자 고민 중이다. 계절 탓일 수도 있고, 걱정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중년 넘어서는 나이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틀째 세미나는 낮 12시에 시작하여 오후 6시경 끝났는데, 이렇게 시작시간이 좀 이상한 것은 네팔과 3시간 15분 시간 차이가 나므로 이를 적당히 조정하여 서로 큰 어려움이 없도록 함이 목적이었다.
코로나19만 아니면 학생들과 직접 현지방문조사 및 세미나도 할 수 있을 것인데, 요즈음은 이렇게 ‘줌’으로 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하지만 그동안 줌을 활용한 미팅도 크게 발전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도 일부만 직접 대면하고 외국대학 및 정부기관들과는 비대면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도 큰 회의실을 이용해야 하기에 상황에 따라 교내 혹은 교외에서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네팔은 가난한 나라라서 사람들의 삶이 매우 구차하고 전기,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산업발달이 되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직장을 제대로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히말라야산맥이 북측에 위치하고 대단히 많은 역사유적들이 있다. 궁전, 사찰 등인데, 그 규모와 정교함이 놀라울 지경이다. 사람들도 순하고 매우 신앙적인데, 가난한데도 젊잖고 가난해 보이지 않음이 경이로운 것이다. 물론 대부분 불교도들이며 기독교인들도 좀 있다. 아무쪼록 이러한 나라들이 제대로된 정책을 수립하여 좀 더 잘 살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가 재직중인 한동대에서도 이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여러 분야의 교수, 학자, 그리고 학생들로 구성된 여러 팀들이 지속적으로 관련 조사 및 사업들을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2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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