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족 전설과 인간의 신장 변화

거인족 전설과 인간의 신장 변화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어릴 때부터 거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가장 기억나는 것이 걸리버의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들이었다. 이 거인들은 걸리버보다 키가 12배나 더 큰 것으로 묘사되므로 추정하자면 대략 18~20m에 이른다. 걸리버는 이들이 사는 거인국에서 어린 소녀의 인형이 되거나 곤충의 먹이감이 될 위험에 처하며 많은 수난을 겪는다. 또한 자라나면서 듣던 이야기가 ‘숲속의 빅풋’이다. 지금도 이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지만, 숲속에 숨어 살며 키는 2미터에 이르고 온몸에 털이 있는 인간 같이 생긴 생물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유인원의 일종일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거인의 유해가 관심을 끌기도 했다. 1976년에 터키 남동부 쿠르드지역에서 신장 2.7m~3m의 거인 유골이 발견됐다고 하며, 1950년에 터키 유프라테스강 인근에서 거인 화석 일부가 여럿 발견됐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 대퇴골로서 길이가 1.2m에 달했기 때문에 당시 학자들은 뼈 주인의 신장을 5m로 추정했다. 지난 2004년에도 쓰나미가 휩쓸고 간 태국 피피섬에서 3.1m의 유골이 발견됐고, 2005년에는 시리아에서 10m에 달하는 고대 거인의 묘지 두 곳이 발견됐다고 한다. 거인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또한 거론되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거인족 ‘네피림(Nephilim)’에 대한 것이다. 구약 창세기에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로서 옛날부터 이름난 장사들이었다”고 기술되어 있고, 민수기, 신명기 등에도 “네피림이 사는 마을은 성읍을 둘러싼 성벽이 하늘에 닿을 듯 어마어마하다”고 묘사된다. 한편 인류의 조상 아담의 키가 4.6m, 또는 25m라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있기도 하다.

  물론 거인들만이 아니라 영국의 한 호수에서 나타난다는 거대한 네시로 불리는 동물도 호기심을 자극했고, 과거 초원을 휩쓸었던 티렉스, 브라키오소로스, 트라이세라탑스 등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도 어린 시절 호기심을 자극하던 것들이었다. 이러한 것들에 비해 인간은 매우 작은 편이다. 물론 모기 같은 미세한 곤충이나 송사리 떼 같은 작은 물고기들에 비하면 우리 인간이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약 2만~3만년 전 이탈리아/유고슬라비아 지역에 살았던 고대 인류 그라베트인은 매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가 존재하던 시기에 사냥하며 살았기에 단백질 섭취량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키가 183㎝ 이상으로 현대 유럽인 못지않게 컸다고 한다. 구석기시대 유럽인 평균 키도 남성 174㎝, 여성 162㎝ 수준이었으나 신석기 혁명과 더불어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키는 점차 줄어들었다. 농경시대 인류들은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했고, 단백질은 어쩌다 잡은 물고기와 작은 짐승들에서 얻었기에 영양이 부족해진 탓이다. 이후에도 인류는 오랜 기간 구석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의사 빌레르메가 나폴레옹이 징집한 병사 10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키는 162㎝ 수준이었는데,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서, 부유한 지역 출신은 168㎝, 가난한 산악지대 출신은 156㎝였다고 한다.

  15~19세기 조선시대 116명의 유골의 평균 키를 분석하니 남성 161.1㎝, 여성 148.9㎝였는데, 2024년에 남성 20~30대 174.4㎝, 40대 173㎝, 50대 170㎝, 60~70대 168㎝, 80대 166㎝이고, 여성 20~30대 162㎝, 40대 160㎝, 50대 157㎝, 60대 155㎝, 70대 152㎝, 80대 148㎝로 세계에서 금세기 가장 큰 성장을 해왔다고 한다. 영국 로햄튼대의 루이스 할시 교수 등은 세계보건기구와 여러 나라의 정부 공식 데이터를 토대로 생활환경에 따라 키와 몸무게의 변화를 조사했다. 생활환경은 기대수명, 교육 시간,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0에서 1까지 점수를 매기는 인간개발지수(HDI)로 측정했는데, HDI가 0.2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평균 1.7㎝ 더 크고 2.7㎏ 더 무거운 반면 남성은 4㎝ 더 크고 6.5㎏ 더 무거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시 교수는 키와 체격은 건강과 활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이며, 파트너와 자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더 잘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건강한 남성을 선호함이 선택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여성에게 남성의 큰 키가 매력적일 수 있음은 더 강인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 컸음’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키가 크다는 것은 성장과정에서 불우한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잘 자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는 “여성은 키 큰 남성을 더 원하고, 남성이 키 작은 여성을 더 원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에 동의하고도 있다. 큰 키의 단점도 있는데,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축적할 수 있는 세포가 더 많기 때문에 다양한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들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이고, 문명화된 사회에서 키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이기도 하다.    

  필자는 ‘환경친화적 삶’과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환경친화적 인간사이즈’를 우스개 섞어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다른 학자들의 의견을 참작하기도 하면서, 지구에 가장 적합하게 살려면 남성 키가 160~170㎝ 범위에 있어야 하고 몸무게도 60~70kg 혹은 그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너무 크면 많이 먹고 자원을 더욱 소모하게 되며, 히말라야 트래킹을 가서도 식물 잔뿌리며 곤충들을 밟아 죽고 다치게 하므로 환경친화적 사이즈를 강조한 것이다. 거인족 이야기는 현재 지구의 기온/기압/산소농도에 비추어 허구일 수밖에 없으니, 각자 주어진 키와 인종 등에 서로 편견 없이 건강히 살아가며 인간사회와 지구환경을 지속가능하게 가꾸어 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5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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