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동에 대한 소고

순간이동에 대한 소고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이번 미국에 머물며 복잡한 후리웨이를 장거리 뛰면서 생각한 것은 자동제어 되는 ‘승객용 드론’이기도 했지만, 물리학에서 말하는 ‘순간이동’이었다. 지리적/물리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순간이동에 의해 필요한 곳에 즉각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릴 때부터 즐겨 들어오던 요절한 미국가수 ‘짐 리브스’의 노래는 ‘Put your lips a little closer to the phone. Let’s pretend that we all together all alone (네 입술을 전화기에 좀 더 가까이 대어라. 우리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자)로 시작되는데, 구식 전화기를 통해 그렇게 속삭였겠지만, 지금은 TV나 전화기 스크린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면 좀 더 친숙하게 같이 있는 듯 통화를 할 수 있다.

  지금은 각종 회의도 세계 여러 곳에 있는 사람들이 줌회의 등에 참여하여 스크린을 통해 진행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전력이 좀 소모되기는 하지만 가상현실 하에서 상대가 3-D로 눈앞에 나타날 수 있고 나 자신도 상대편에 나타나 대화도 하고 각종 회의가 좀 더 현실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발달 되면 냄새와 감촉까지 느끼게 하는 통화장치가 나타날 것이라니, 가상현실 자체가 거의 현실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먼거리를 순간적으로 오가며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니까.

  이때 우리는 물리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순간이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말 순간이동 가능할까? 우주선처럼 초속 2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가성비 좋은 개인 비행기가 상용화된다면 순간이동은 아니더라도 먼 거리, 예를 들어 한국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먹으며 회의도 하고, 저녁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이착륙시키는 장소도 문제고 준비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고, 비용 때문에 이용가능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영화 ‘점퍼’, ‘스타트랙’ 등에서처럼 즉시 원하는 장소로 옮겨가는 순간이동 기술은 실현될 수 없을 것인가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필자는 학부생 동아리들을 여럿 지도하여 그 당시 전국적인 인기를 끌던 ‘LG Challenger’ 경쟁에 참여시키고 명예의 1등도 한번, 2~3등도 여러 차례 수상한 적이 있는데, 7년 전 한 팀의 주제는 과거 수상작인 ‘사막의 수자원 보존장치’, ‘농촌 폐교 활용’ 등과 같은 주제가 아니고, ‘DNA 메모리 저장장치’에 대한 연구였다. 물론 우리가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구미 등지에서 연구를 시작한 이 주제를 우리 학생들이 견학하고 국내에서 개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DNA 저장장치 1g이면 현재로는 집채만한 저장장치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흥분하여 학생들에게 ‘면접에서는 언급하지 말거라’ 하며, 순간이동에 관해 설명도 하고, 이러한 장치가 좀 더 발전하면 우리 인간의 두뇌를 복사하여 멀리 우주로 전파같이 보낼 수 있을 것인데, 그러면 아주 먼 안드로메다 어느 별에 몇 천년 후에라도 복사된 내가 갈 수 있는 게 아니냐? 두뇌가 가는 것이니까 몸은 다시 만들고라고 설명도 했었다. 학생들이 불행히도 이 이야기까지 심사위원들에게 한 것 같고, 그들은 주제가 너무 황당하다고 느꼈는지, 우리 팀은 안타깝게 2등을 했다. 하지만 5명 모두 LG계열사로 취직했다. 1등 상은 ‘버섯을 이용한 인조가죽 제조’였다.  

  그런데 비슷한 스토리들이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물리학자들을 통해서 연구되고 있다. 이는 영화 점퍼에서 보듯이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해 양자정보를 한 곳에서 사라지게 하고 동시에 다른 곳에서 나타나게 하는 양자 순간이동 기술로 양자정보를 원격 전송하는 것이다. 양자 원격 전송은 문자 그대로 사라지는 동시에 나타나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눈 깜짝하는 사이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속도에 좌우되며,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알려진 물리적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체는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며, 빛의 속도에 도달했다 해도 지구에서의 이동은 순간이동이라 할 수 있지만, 100광년 떨어진 곳은 100년이 걸린다.

  우선 지구권 내에서라도 양자정보를 순간이동 할 수 있다면, 양자로 구성된 사람도 순간이동 할 수 있을까? 사람이나 사물을 순간이동 시키려면 모든 질량을 양자정보로 바꾼 뒤, 그것을 원하는 위치에 복원시켜야 한다. 관련 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모든 구성 요소를 양자화하면 1조의 수경 배에 이르는 양자비트가 발생하고, 이를 현재의 컴퓨터로 처리해 보내려면 수억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아주 간단한 분자 정도의 정보는 원격으로 보낼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양자비트를 제어해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가 나온다 해도 사람을 순간 이동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말은 우리가 상상하는 순간이동 기술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간이며 이 세상은 어찌 보면 태양계 및 더 광대한 은하계 우주공간처럼 중심에 핵을 지니고 주변에 전자들이 도는 원자구조로 되어있지만, 인간은 생명과 높은 지능을 지니고 인간사회를 구성해서 살아가고 있다. 순간이동 같은 다른 차원의 현상들을 실현하지는 못해도 상상력을 동원하여 소설/영화로 만들고 감상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순간이동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일부 학자들의 이론적인 연구영역일지언정, 우리 인간들이 조바심내며 실현해야 할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남경제 2025년 3월 16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