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경제권은 어찌 되는 것인가?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경북인들, 특히 포항인들은 환동해경제권에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 동북아의 역사적/국제정치적 긴장에 비겨 현실적이지 못함을 지적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30년은 지나간 30년과는 다를 것이므로 대책을 세워 추진해나가자는 이들도 있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나 지역의 개발계획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틀을 잡아가야 하므로 환동해경제권에 대한 비전적인 틀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들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감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러-한 협력이 두 나라의 필요, 특히 러시아의 절박함에 의해 예전과는 크게 다른 스케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방향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선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시작으로 대서양 동맹과 NATO의 역할, 미중 패권 경쟁과 인도-태평양 전략, 기후 및 환경 정책과 같은 현안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EU 및 NATO와의 협력, 대중 관계, 기후정책 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환동해경제권에서의 변화도 제대로 예측하면서 준비해 나가야 할 필요가 크다.
우리나라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등 서방과 같은 라인에 서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요청에도 살상무기 제공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인도적인 견지에서 물품만을 지원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태도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 한국에 적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북한과 긴밀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 2년반 동안의 전쟁으로 그리고 서방의 무역제재로 경제산업이 매우 피폐해 있고, 가전제품/생활용품 부족으로 시민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다. 분명 러시아는 한국과의 경제산업 협력을 바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식품에서부터 핸드폰, 가전제품, 중고차 등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고 수출도 잘 되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중지되었다. 다른 나라 기업들과 다르게 한국의 대기업들은 한동안 경제적 손실에도 러시아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서방의 무역제재가 경제산업에 걸쳐 다양하지만, 농수산품에 대해서는 제재가 없었다. 포항 출신 농수산업자들도 그동안 러시아에서 농장경영, 수산업 중계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전쟁발발 이후 블라디보스톡을 가려해도 직접 가지 못하고 모스크바를 거쳐가는 비행편만 존재했었다. 그후 강원도-블라디보스톡 페리 운항이 재개 되었으나 편수가 크게 줄고 가격이 비싸졌다.
다시 말하면 전쟁과 무역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양국을 연결하는 항공과 해운을 통한 여객 및 물류편이 크게 줄고 가격이 올라 농수산물의 수출입 조차도 힘들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면 폐쇄되었던 활동들이 재개될 것으로 보아진다. 물론 이를 위해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과의 미묘한 관계 변화 속에 국가적으로 추진해야할 정치외교적인 사항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LNG를 수입해야 하고, 러시아가 전쟁 전부터 한국에 수주하려 했던 고성능 LNG선을 재수주출해야 하고, 러시아가 갈망하는 연해주, 사할린, 캄차카 등지의 개발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틀을 짜며 협력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항만 네트워크 증진이 필요하고 두만강 접경지역개발과 TSR노선의 유럽물류노선도 함께 개발해야 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북극항로 개척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차원에서는 1) 영일만항 2단계 개발 및 활성화 추진: 이를 위해 항만확장 및 서비스 향상, 부산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추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연해주와의 농업, 수산업, 관광산업 네트워크 추진. 2) 환동해경제권의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지자체들과 스포츠와 문화활동 교류 증진. 3) 환동해권 대학/연구소들과 학문적/기술적 교류 증진. 이를 위한 물꼬는 지난 수십년간 조금씩 트여왔다고 볼 수 있는데, 물론 이렇게 교류협력이 시작되는 것이지만 그 목표에 비해 구체적인 전략도 부족하고 실적도 그리 크지 않았다. 국가차원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경북도와 포항시 입장에서는 미래 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는 좀 힘들더라도 이들 지자체 담당부서들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네트워크 유지하에 소규모 사업부터 추진해나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에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학부학생들의 교환학생제도를 좀 더 활성화시키면 좋을 것 같다. 한동대에는 이미 러시아 교환학생들이 많이 와 있는데, 러시아에서 직접 왔다기 보다 몽골에 있는 MIU에 입학했다가 한동대 교환학생으로 단기간 오거나 전학하여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한동대와 포스텍이 학부생 교환제도를 좀 더 활성화하여 러시아 연해주/시베리아지역 학생들이 참여할 방안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대학원의 경우에도 그 지역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석사과정을 개설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경북도와 포항시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지자체 차원에서는 축구, 야구, 농구, 삼보/씨름 등 체육교류 활동, 심포니오케스트라 및 팝송 공연 교류, 정기적인 수산물/농산물/천연자원/가전/생필품 수출입상담회 개최, 정보통신/토목건축분야 연해주 진출 상담 등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소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크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영남경제 2024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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