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과 인근지역 이야기

영일만항과 인근지역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영일만항이 국제컨테이너항으로 개항한지 11~12년이 되는데, 요즈음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계획대로의 물량확보, 노선개척, 크루즈 운항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2~3단계 항만공사도 답보 중이라 안타까움이 크다. 인근 마을에 사는 필자는 자주 그 근처를 방문하는데, 영일만항 시설물들을 지켜보거나, 북측 서핑장소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전망하거나, 인근 편의점에 들러 커피나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오후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거기서부터 바닷가 둘레길을 따라 북쪽 칠포해변 인근까지 걷기도 하고, 아예 차를 몰아 칠포해변이나 칠포1리 바위해변까지 가기도 한다.

  요즈음은 한 대학동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찾아가는 곳은 영일만항 뒤편 언덕 마을이다. 과거에는 파도치는 넓은 영일만이 내다보이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풍경의 일부를 영일만항 시설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넓어서 아직도 전망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 언덕배기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농어촌마을이 남아 있고, 맨 뒤편 작은 산등성이에는 지은지 꽤 오래된 커다란 3~4층 상업용 건물이 남아 있는데, 아마 예전에 대형 경양식집으로 지어져서 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었을 것 같다.

  입구에 차를 대고 근사한 계단을 올라가면 지금은 한식뷔페가 자리하고 있다. 말은 뷔페지만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아는 이들이나 드문드문 찾는 곳으로 보여지고, 음식도 시골밥상 같은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정갈하고 맛이 있어, 필자는 몇 차례 대학동창과 그곳을 찾았었다. 다른 층들은 공간이 넓어도 이용하지 않아 낡아지고 있는데, 좀 아까운 곳이라서 우리 학생들이 스튜디오 사진이나 단편 영화를 찍어도 될 것 같은 곳이다. 아마 건물주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매각하려고 때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이 든다.  

  밖으로 나오면 꽤 넓은 공터 한편에 4층짜리 아파트 같은 건물이 있는데, 펜션으로 운영되는 듯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 차를 두고 아랫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아주 오래된 건물들, 20~30년 된 것 같은 건물들, 그리고 최근 지은 듯한 건물들이 혼합되어 있는 마을인데, 한적했던 이곳이 영일만항의 건설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대학동창은 이곳 땅을 좀 구입해서 컨테이너 하우스를 설치하고 바닷말 식량화 및 재배 관련 연구를 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전공이 물리학이고 은퇴 후인 요즈음은 수학연구소에 근무하지만,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연구가 영상 코드화와 관련 있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버섯 등 농산품들도 성장과정에서 품질관리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영상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전공에 구애됨이 없이 농업에 관심이 많고 개발도상국 농업증진정책 등을 위한 연구와 세미나를 유네스코 유니트윈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다양한 곡물, 채소, 과일 등의 재배기술 소개이기도 하지만, 이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인프라인 저수지 및 관개시설, 농민조합, 농촌지도소, 그리고 커뮤니티 정신 등의 함양에 중점을 두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일만항이 활성화되면 아마 이곳 언덕배기도 좀 더 번화한 지역으로 변할 것인데, 전망이 좋기에 다양한 상업 및 서비스시설들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커다란 음식점 건물도 좀 더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일만항 2~3단계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부근도 종합적인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어야 할 것인데, 모든 게 불투명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 영일만항이 좀 더 활성화 되려면 항만네트워킹도 좀 더 활발해져야 하고 환동해권 크루즈와 페리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코로나팬데믹도 문제이고, 포항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도 문제이고, 우리들 자신의 지극히 지엽적인 시각과 네트워크 개척 노력 부족도 문제라고 본다.  

  아무튼 이곳 영일만항 지역에서부터 연결된 산업단지를 거쳐 흥해들에 이르기까지 물류시설도 많이 들어서야 할 것이며, 인근 바다에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풍력단지도 들어서게 될 것이다. 대학동창처럼 이 부근에서 바닷말 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외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인근 서핑장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욱 생겨날 것이다. 이곳 항만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서 인근이 한적한 편인데, 주말에는 더욱 그러해 보인다. 지난 주말에 모처럼 차를 몰아 아직 개장 못한 부분인 여객선 접안지역에 가 보았다. 지금 동빈내항 입구에 있는 울릉도행 여객선 선착장이 장차 이곳 부두로 옮겨올 것이며, 환동해권 크루즈도 여기를 정박지로 쓰게 될 것이다.

  날씨는 추운데 맑게 개어서 여객선부두의 깊은 물이 매우 맑고 푸르며, 꽤 큰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전방 멀리에 방파제가 5~6킬로미터 길이로 건설되어 있는데, 낚시가 아주 잘 되어 많은 낚시꾼들이 모이는 곳이다. 물론 부근에는 서핑장도 있지만 어부들이 직접 잡아온 물고기로 회를 쳐주는 맛집들도 여럿 있다. 어서 코로나팬데믹이 끝나고 영일만항이 활성화되고 인근 관광지들도 활기 얻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영남경제 2021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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