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임인년을 맞으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또 한해가 가고 또 다른 한해가 온다. 흰소의 해였던 신축년이 가고 흑범의 해인 임인년이 온다. 이에 크고 작은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 기대에 찬 이들이 많겠지만, 연말연시가 매년 되풀이되는 일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는 새해가 좀 더 공부에 열중하자 등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맛있는 음식도 먹고 부모님이 마련해준 설빔인 새옷을 입고 새신을 신는 행복한 시간이었으니, 1년 중 가장 즐거운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워가면서 연말연시가 더욱 바쁘고 걱정도 많아지는 시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직장인들은 회사의 망년회나 시무식 등으로 흥청대는 듯하지만, 명년에 대학진학할 아이들 학비며 생활비걱정 등에 평온할 수만은 없는 연말연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좀 더 나이를 먹게 되고 주변의 친구들이 아프거나 세상 떠남을 보면서 수없이 반복될 것 같았던 연말연시가 그리고 새봄이 몇 번이나 나에게 더 주어질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60~70 혹은 그 이상의 나이를 먹더라도, 수 많은 걱정과 안타까움에 싸여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하루하루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새해에 대한 희망, 비록 실현 불가능할지 모르는 가냘픈 희망이라도 가지게 됨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도 분명 다사다난한 가운데서도 새해맞이를 크게 기념하고자 했는데, 이는 본인과 가족들의 화목과 건강을 위해서나 자녀들 교육에 있어서나 큰 도움을 주는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때가 되면 외지로 나갔던 식구들도 고향을 찾는다. 차례도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도 하고, 떡국도 먹고, 온 동네를 다니며 인사를 나눈다. 모두들 설빔을 입고 이때만은 어려운 일상을 잊고 기쁘게 대화하고 힘차게 새해를 다짐하는 때이기도 했다. 지금은 양력1월 1일이 신정이고 음력 1월 1일은 구정으로 불리는데, 한동안은 정부에서도 양력을 이용하고 양력설을 쇠자고 홍보도 하였으나 수천년 전통의 음력설이 사라질리 만무라서 양력 1월 1일은 연말연시 기념일 그리고 해맞이 기념일로, 음력 1월 1일은 민족의 명절로 지켜지게 된 것 같다. 아무튼 양력 12월 말에서 1월 초가 연말연시로 여겨지게 되고 역시 이때인 양력 1월 1일이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신년해맞이행사가 되었다. 올해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공식 해맞이행사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2022년 정월 초하루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안 숙박시설은 만원이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동해안 이곳저곳은 과거부터 일출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강원도 경포대가 유명했고 근래에는 정동진이 유명해졌다.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던 경포호는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고 해 경호 혹은 군자호라고 불렸다. 경포호 서쪽 언덕에 자리한 경포대는 과거부터 해맞이 장소로 유명했다. 광화문에서 정확히 동쪽에 있다는 정동진은 주변 탄광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수송하기 위해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는데, 탄광들이 폐쇄되면서 간이역의 수명도 끝나는가 싶었는데,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되면서 부활했다. 수배를 피해 외딴 어촌에 내려와 숨어있던 여주인공이 경찰에 쫓기며 초조하게 열차를 기다리던 그 기차역. 그가 뒤쫓아 온 경찰들에게 체포되던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는 겨울바다 기찻길’ 촬영지가 바로 그 정동진역이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사람들이 정동진역으로 몰려들어 적막하던 어촌은 ‘동해 일출 기차여행’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포항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장소로 유명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대부분 해변에서 해맞이가 가능하지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장소들을 꼽아 보았다. 1) 호미곶: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하는데 시발점을 제공한 장소성으로 유명하고, 바다와 광장에 거대한 상생의 손 조각상이 있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바다와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2) 신창리 일출암: 포항에서 동해안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작은 바닷가 마을, 장기면 신창리가 나오는데, 그 곳에 일출암이 있다. 우뚝 솟은 바위와 그 위에 소나무들 사이로 떠오르는 해의 조화가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3) 유명 서핑장이 있는 흥해읍 용한리에서 칠포 거쳐 월포에 이르는 해변에는 수 많은 해맞이 장소가 있는데, 포항도심과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하며 많은 관광시설들이 있는 곳이다. 4) 송라면 지경리: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마주치는 이곳은 전망도 좋지만 장엄한 일출을 볼수 있는 곳이며 멋진 카페와 식당도 많은 곳이다. 5) 포항 영일대해변 및 해맞이공원: 아름다운 도심해변으로 해상누각과 장미공원이 있는 사시사철 해맞이가 가능한 곳이다. 각종 호텔, 식당, 카페도 많지만 넓은 광장에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요트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년간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이기에 연말연시를 맞이하면서 어서 빨리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대통령선거며 지방선거가 내년 전반기에 있기에 기대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이슈들이 누구에게도 평온함을 주지 못함이 안타까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말을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지혜를 내고 힘을 합쳐서 이 어려운 난국을 하나 둘 헤쳐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찬란한 빛과 함께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힘을 얻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영남경제 2021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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