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사 인근 마을 전원별장 방문기

보경사 인근 마을 전원별장 방문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포항의 북부지역인 천년사찰이 있는 보경사 인근은 해변에 가까우면서도 좌우가 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촌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해변가 7번 국도에서 5분만 내륙으로 운전해가도 산촌풍경이 펼쳐진다. 산맥이 길게 여러 갈래로 흐르고 있지만 산봉우리들이 높게 솟아 보는 이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 준다. 많은 이들이 보경사 입구 밀집한 음식점거리를 방문하여 산채비빔밥, 닭백숙, 호박전 등을 들기도 하고 이곳을 지나 보경사를 거쳐 산중턱까지 물흐르는 골짜기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연산폭포가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해발 7~800미터급의 이산 저산을 등반하기도 한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시절 중국 진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대덕 지명에 의하여 창건된 절이라는데, 왜적의 침입을 막고 진평왕이 삼국을 통일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지은 절이라고 한다. 절 내부에는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을 모신 대적광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사자를 탄 문수와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 16나한 등을 배열한 영산전, 석가모니의 팔상시현을 나타낸 팔상전이 자리 잡고 있다. 중요 문화재로는 보물 252호로 지정된 보경사원진국사비와 보물 430호로 지정된 보경사부도가 있다. 보경사 주변은 경북3경의 하나로 일컫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연산 줄기 봉우리들이 높게 솟아 있고, 우거진 송림과 내연산 12폭포는 웅장한 자연경관을 선사한다.  

  요즈음 몇 차례 이 지역을 방문했는데, 그곳은 보경사 좀 못미쳐 왼편으로 가지친 길을 따라 올라간 동네인데, 중산1리라는 곳으로 사과가 빨갛게 열린 과수원, 정원용이나 울타리용 묘목 키우는 곳, 오래된 농가, 최근 지어진 별장들이 뒤섞인 한적한 곳이다. 좁은 길을 따라 죽 가다 보면 눈앞에 피라미드 같은 삼각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무가 우거져 있지만 과거에 피라밋이 아니었을까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집트만이 아닌 만주지역에 우리 동이족이 세웠다는 피라밋이 수없이 존재하는 만큼, 이것도 피라밋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 정도의 모습인 것 같다. 다만 산속 여러 산과 산맥 사이에 존재하니 우연히 조성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 몇채 별장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몇차례 방문한 ‘소담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마당 넓은 개인 집이다. 대지가 700평이나 되는데, 그곳에 집을 짓고 테라스도 넓게 만들어 손님들 방문하기에 알맞아 보인다. 소나무, 모과나무, 석류나무 등 정원수가 있고 7가지 다른 색깔의 목련 등 크고 작은 꽃나무, 화초, 들꽃 등이 존재하는데, 이 집주인은 이 집을 지은 후 한 3년간 두문분출하며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모과나무에 열매가 있어 필자도 한 개 얻어 온 적이 있는데, 매우 크고 껍질이 짙노랑으로 반짝거려서 특이해 보이기도 했다. 그날은 소나무 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가지치기는 소나무 모양을 잡기 위해서 혹은 이식된 나무 증발을 막기 위해서 초봄이나 늦가을에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제 겨울인데 좀 늦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는데, 주인이 직접 틈틈이 하다 보니 좀 늦어진 것이라고 본다. 마당에는 초겨울날씨이지만 꽃나무며 야생화들이 일부나마 아직 살아 있고, 넓은 마당 잔디가 마른 듯 살아 있어 돌로 만든 테이블에서 가든파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 방문은 한창 김장 중이었고, 식구들과 친구들이 많이 찾으므로 김장을 여러 차례 한다고 하는데, 이번 방문시 맛을 보니 배추김치가 젓국과 함께 깊은 맛을 내고 있었다. 과거에는 많은 이들이 땅을 파고 장독을 묻어 김치를 겨우내 보관했었고, 필자도 초등생으로 어릴때 고향집 앞마당에 김칫독 묻을 땅을 팠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겨울이 매우 춥고 눈도 많이 왔던 것 같다. 이곳 포항은 좀 남부 지역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후가 따뜻해져서 김장독을 땅에 묻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제는 아파트 주민들만이 아니라 교외 마당 넓은 전원주택지에서도 모두들 김치냉장고를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아쉬워한다고 한다.  

  이날은 오후 2시 넘어 동네친구들 몇몇이 갑자기 찾아갔는데, 도중 청하시장에서 삼겹살, 항정살 등 생고기를 좀 사들고 방문했고 그집 멋진 유리창 넓은, 크고 작은 화분들로 잘 꾸며진 거실 겸 그린하우스에 모여 고기도 굽고, 무국도 끓이고, 라면도 끓여 먹었다. 소담이라는 별호를 지닌 집주인 외에는 술들을 잘못해서 운전자 빼고 맥주 한두잔씩만 했었다. 처음에 집주인이 듣자는 음악은 가벼운 경음악 정도였는데, 한 여성분이 이런땐 한국음악이 좋지 않느냐는 말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필자도 어릴 때 듣던 문주란의 곡들을 시리즈로 들려주기에 모두들 저음의 옛노래에 취해있었다.

  그날 모이게 된 또 다른 이유가 필자 동네 양덕동에 사는 한 후배가 15년생 산양삼을 몇 뿌리씩 나누어 준다고 해서였는데, 그날 필자도 두어 뿌리 맛을 보니 산삼과 비슷한 모양에 품질도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래된 것들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구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날 좋은 산세와 좋은 마당 지닌 교외주택 정원, 좋은 음식과 음악, 산양삼, 그리고 좋은 대화가 어우러진 좋은 오후 시간을 보냈었다.  

영남경제 202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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