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 황리단길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오랫만에 경주 구도심에 들렀다. 필자가 사는 포항 양덕동에서 4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경주는 포항과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게 위치하고 문화와 전통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근대화 이후 각기 역사문화도시로 철강산업도시로 다르게 발전되고, 행정적으로 다른 도시들이지만 1,500년전 신라시대에는 포항의 대부분 지역은 지금 경주지역이 중심인 서라벌에 속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포항에 오래 거주하면서도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가 어차피 이웃인 경주이며, 대부분 경주 보문단지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문단지는 관광객들을 위해 새로 건설되고 가꾸어져 온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관광시설이 있는 뉴타운도시이며,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주의 구도심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경주를 처음 가보는 사람들은 구도심의 모습을 보고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천년의 고도가 일반적인 건물들, 그것도 전혀 화려하지 않은 일상적인 건물들로 둘러싸인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 번 더 방문하다 보면, 그리고 조금 더 골목 안을 들여다 보면, 많은 역사유적들이 있고, 아름답고 특색있는 건물과 조경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세미나 참석차 보문단지에 머무를 때 안압지 밤풍경을 보러 가려 했었는데, 주말이어서인지 너무 많은 이들이 몰리고 차가 막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오늘 찾아간 황남동 황리단길도 많은 이들이 찾는 특색을 지닌 곳이다.
황리단길은 황남동 포석로 일대의 ‘황남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이었는데, 지금은 전통한옥 스타일의 카페와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은 황남동과 이제는 고유명사화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색적인 카페·레스토랑·클럽·호텔 등으로 유명한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이곳에는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즈음 많은 1~2층 한옥카페들이 들어서고 오래된 한옥들이 새롭게 단장되어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필자도 몇 년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보니 더욱 새로워진 것 같다.
인근 큰길가에 차를 세우고 좀 걸어서 약속된 장소로 갔다. 그 장소는 예전부터 잘 아는 분이 오래된 한옥을 구매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얼마 전 카페를 오픈한 곳인데, 건물외관도 아름답고, 내부도 아름답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널따란 꽃밭이 이곳의 특징인 것 같다. 이 카페 ‘마르셰’는 커피와 음료는 물론이고 케익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는데, 벽면 가득 차지한 유리창을 통해 이 꽃밭을 감상하려 자리다툼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 건물은 원래 전통한옥이었는데, 이 카페주인이 구입하여 지붕만 빼고 모두 리모델링 한 것이라고 한다. 필자의 ‘도시계획 및 개발학’이라는 전공분야도 그러하지만,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이곳저곳 수리해본 경험이 많은 편이며, 수리된 한옥들을 실제로도 사진으로도 살펴본 경험이 많은 편인데, 이 건물처럼 전통적인 한옥 벽면을 통유리 내지 목조유리창틀로 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용도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는 한옥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인근에 이 지역 유명 한옥건축가 한분이 짓고 운영하는 2층 카페를 방문한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 골목 길에 위치한 이번 방문지 주변도 그 건물과 비슷한 형태의 2층 카페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 좀 더 전통적인 모습의 1층 한옥 카페들이 있다. 코로나팬데믹에도 꽤 많은 이들이 거리를 걷고, 사진을 찍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동네 저 멀리서부터 한옥들이 꽉 들어 차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 전통 그대로의 혹은 낡은 그대로인 집들도 많이 섞여 있다.
필자는 미국의 여러 도시 도심과 교외지역들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 발전된 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하기도 하고, 카트만두, 호치민시티, 프놈펜, 마닐라, 발리 등 개발도상국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기도 한다. 물론 서울의 전통마을인 인사동이나 북촌마을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가본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은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공사 중인 곳도 많고, 아직 특색이 제대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현재 있는 건물들과 골목의 분위기만 해도, 천년고도 경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근에 첨성대와 왕릉들이 있다는 것들만 해도 방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해 주는 것 같다.
우리 일행 중에는 우리 동네 사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한동대를 15년전 졸업한 분도 있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이분은 경주와 포항에 여러 개의 피트니스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카페 건물 밖 길가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약간 서늘한듯한 날씨인데도 따스한 햇빛을 즐길 수 있는 한낮의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담소를 나누었으며 주변을 감상했었다. 조만간 주말쯤에 다시 이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좀 더 시간을 내어 돌아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남경제 2021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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