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산사태

                                                            봄비와 산사태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봄비가 내린다. 한동안 가뭄이 계속되었기에 반가운 비일 수밖에 없지만 일상생활은 건조기후에 맞추어져 있는지 불편함이 크다. 더구나 포항의 강우는 강풍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서 우산이 뒤집어지고 걷기가 힘들어 건물 밖으로 나가기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

  올초 필자가 머물던 캘리포니아에도 큰비가 와서 작년 말 크게 번졌던 산불로 인한 타다 남은 나뭇가지와 타버린 재들이 골짜기를 메우고 그 위로 우수가 덮쳐 그 진흙들이 도로와 주택가로 넘쳐흐른 곳이 많았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교외지역은 산기슭에 자리 잡은 동네가 많아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산불도 많이 나고 봄철 산사태 및 진흙홍수 피해가 나는 것 같다.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인데, 그곳에서도 산사태와 진흙홍수피해가 많다. 히말라야산맥의 언저리라서 경사도 급하지만 우기 강우량이 많아서 급격히 홍수를 이루어 흙더미와 함께 동네를 덮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수로(Waterway)를 내고 법면(Slope)을 보강하는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으나 계획된 도시나 마을들도 아니고 재정이 풍부한 것도 아니라서 피해가 되풀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사태며 진흙홍수가 흔하다. 과거 서울 ‘우면동 산사태’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대규모 아파트 등의 공사 시 주변지형 및 지질, 수계, 건축물로 인한 변화와 영향들을 엄밀히 분석하고 대처방안들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고들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포항의 경우에도 산불이 나서 도심과 주변의 산들이 벌거숭이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이 사업 저 사업으로 절개면이 많고 흙을 대량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공사 중이거나 공사가 중단된 채 겨울을 나는 경우가 많아서 해동기나 여름홍수에 많은 피해가 예상되기도 한다.

  얼마 전 도심에 위치한 과거 산불로 타버린 몇 군데 산등성이를 올라가 볼 기회가 있었다. 몇 년전 산불로 타버린 지역이 넓었는데, 다행히 타다만 나무와 재들은 잘 정리 된 것 같고 대부분 지역에 어린나무들을 규칙적으로 식재해 놓았다. 하지만 아직 나무들이 어리고 토양도 이암층으로 푸석거려서 비탈이 심한 곳은 분명 산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포항에 폭우와 홍수가 엄습했을 때 시내 곳곳이 대규모 산사태로 길이 막히고 인명피해까지 났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곳들은 이미 잘 복구해놓았고 20년 세월동안 나무들도 높이 자라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포항의 토양이 연약하고 요즈음 잦아진 지진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건물신축시 절개면이 커서 콘크리트축대를 높게 쌓는 경우가 많고, 도로건설도 구릉지 절개가 많아 법면에 촘촘히 잔디를 심고 철망을 덧씌우거나 콘크리트 블록을 격자형으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물론 배수구도 규칙적인 간격으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미관에 좀 더 신경을 쓰느라 계단형 축대에 경관석으로 장식하고 꽃이나 덩굴을 심기도 한다. 이처럼 지형안정과 사고예방을 위해 공을 들였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물이 스며들고 겨울과 봄을 지나며 얼다 녹다 하다보면 약해지기도 하고, 강진만이 아니라 좀 더 흔한 미세지진에도 균열이 생겨서 해빙기나 폭우시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건물들이 지어지고 아스팔트 덮인 곳이 많아지며 우기시 발생하는 도시홍수도 큰 문제이다. 건물 위나 노면으로 낙하되는 강우가 지면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매우 적어진 것이다. 이 강우가 우수관이 있더라도 용량을 초과하여 도시일부를 침수지역으로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의 비는 대다수 7~8월에 내리기에 이 우수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다면 대부분 홍수를 일으키며 바다로 흘러가 지하수는 메마르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차장이나 보도를 블록으로 조성하고, 녹지대를 넓히고, 때로는 빗물활용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쓰레기매립지나 지하오일탱크 등의 파손에 의한 토양과 지하수오염이다. 매립지는 규모도 크고 불투수층을 두껍게 구축은 하고 있으나 미세지진 등에 의해서도 균열이 생기고 이곳으로 부패된 유독물질들이 지하수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주유소나 공장지대의 지하탱크도 균열에 의한 누수로 인근 토양과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된다. 물론 홍수로 유실되어 더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심각히 추진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필자의 직장 인근에도 산비탈 수림대를 밀어버리고 대규모 복토와 함께 택지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사속도가 느리고 지나치게 토지를 깎아내고 옮기는게 아닌지 염려된다. 도심이나 부도심도 아니고 산업단지도 아닌 교외지역의 주거개발의 경우 되도록 등고선을 보전하고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중·저밀도의 개발을 추진함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실천이며 홍수와 산사태를 막는 방안이라고 생각되며, 우리 모두의 새로운 시각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2018년 3월 25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