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간의 의미

                                                         공공공간의 의미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국의 도시화율은 90%에 이른다. 이 말은 대부분 인구가 도시지역에 몰려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 도시거주자들의 활동범위는 집에서 직장, 학교, 백화점, 커피숍, 체육관 등을 연결하는 정도이고, 이들을 물리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도로 내지 빈터들이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수많은 자동차와 인파로 거리는 붐비는데, 집이나 상업시설들은 ‘사적공간’이고 도로나 광장은 지자체나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공간’인데, 도시공간은 크게 이처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0~50년간 도시개발사업들이 수행되면서 수많은 신도시와 신시가지들이 생겨났는데, 대부분 민자사업, 엄밀히는 민관협력사업이고 사업성이 강조되다 보니 공공공간인 도로는 좁고 광장이나 공원도 부족하게 된 것 같다. 선진국의 대도시들도 혼잡한 경우가 많지만, 전통적 도시이건 새롭게 계획된 도시이건 도로가 넓고, 랜드마크적인 공공건물들이 많고, 여기저기 특징 있는 광장 내지 공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유럽의 도시건 북미의 도시건 보행자들에게 쾌적함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공공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국가의 힘이 강대하고 재정이 충분할 때에는 다양한 목적에 의해서 공공의 광장과 건물을 대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 건물과 광장의 크기와 아름다움이 그 나라의 위엄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독재국가 몇몇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민의 삶과는 관계없이 크고 넓은 건물과 광장으로 꾸며진 도시를 우리는 이들 몇몇에서나 볼 수 있다.  

  한동안 일본의 수도 동경(東京)이 한없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건축물, 거대하고 편리한 빌딩과 구조물들이 부러웠었다. 동경만(東京灣)을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 넓은 공원과 대형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건물과 건물들 사이는 지상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3~4층 높이에 또 다른 평지인 데크가 존재하여 연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 과다투자성향으로 인해 일본의 도시들이 경제적 지출 과다로 어려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한국의 도시는 이렇게 개발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저명 학자들도 있었다.  

  너무 부족해도 탈이지만 너무 과해도 탈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들은 어떠하냐? 너무 부족하다에 손을 들고 싶다. 빈곤하던 때 무계획하에 성장한 시가지와 건물군, 그 후 도시계획이 입혀졌지만, 일방적인 고층아파트나 상업시설로 이루어져 신도시나 재개발지역은 고층건물들로 채워지고, 그 외의 지역들은 좁은 길과 열악한 건물들로 재건축 내지 재개발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듯 보인다. 신개발지라 하더라도 도로가 좁고 주차시설이며 공원 및 녹지대가 법적인 기준만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든 확장하든, 도심광장이나 도심숲 만들기가 시민들의 동의받기도 재정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정부가 좀 더 투자하여 공공요소를 지닌 광장, 공원, 녹지대 등을 좀 더 확보해주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하여 세계적인 계획도시들 만큼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여건 하에서 좀 더 나은 공공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공공공간들은 첫째, 도시에 쾌적함과 아름다움을 주며, 둘째, 도시형태 형성과 향후 토지이용 보전지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셋째,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을 주며, 넷째, 좀 더 나아가 도시를 특징짓는 브랜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USC교수이자 도시학자인 ‘트리디브 배너지’와 그의 제자이자 UCLA교수인 ‘아나스타샤 루카이토-시더리스’는 공공공간의 사적공간 연계역할 보다 정치철학 내지 정치경제 면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공간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커뮤니티 중심’이 되고 ‘시민참여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공공공간이 자본주의 논리와 개인주의 영향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적공간을 공적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도시는 시민들의 거주지이자 직장이며, ‘지역발전의 엔진’이자 ‘혁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 도시는 많은 인구와 함께 다양함을 품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고 토의되고, 새로운 상품들이 만들어지며, 세계와 네트워크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은 개인주의 적인 틀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 집과 직장을 쳇바퀴 돌듯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구의 근대화된 개인주의적이던 도시들도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건물 밀집된 구도심의 경우 낡은 집들을 헐어서라도 다공질화(多孔質化)로 표현되는 크고 작은 공공공간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이는 시민의 휴식장소이고 대화의 장이며, ‘아고라(Agora)’ 같은 민주주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이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고 본다.  

  우리 포항에도 좀 더 많은 공공공간이 필요하다. 도심에도 필요하고 부도심에도 필요하다. 양덕동 같은 부도심의 중심지는 어디인가? 길과 집들이 모여 있을 뿐이며 시민들이 함께 모일 공간이 없다. 중심에 플라자 같은 공공공간이 주어진다면 그것이 사적개발의 부산물이라 하더라도 그 기능과 상징적인 의미가 클 것으로 보아진다.

2018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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