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며칠 비더니 다시 맑아졌어. 하지만 아직도 대기와 대지는 축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그런데 이것좀 봐, 앞뜰뒷뜰 빈 땅에 파란 비로도같이 돋아나는 것… 이것, 풀이야. 쨍쨍한 햇빛속에 가믐속에 조그만 씨로 숨겨져 있던 작은 풀들이 발아한거야. 또한 이편저편에 제법 굵은 줄기들을 드리미는 건, 난초들이지… 며칠후면 수센치 자라고 겨울내 자라서 이른봄에 희고붉고노랗게 꽃을 피울거야. 그동안 가믄 여름동안 줄기는 말라버리고 뿌리만 잠을 자다가, 이젠 때되어 깨어나는 거지. 우린 보통 동식물의 겨울잠을 이야기하잖아. 잔인한 사월을 그리는것도, 그 추운 겨울은 남이나 나나 모두 웅크리고 겨울잠에 빠져 별 아쉬움 없었는데, 사월은 그 꽃피는 사월은 나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거잖아… 하지만 여름잠 흔한 여기선 잔인한 사월대신 어떠한 비유를 들어야 할까??
우리동기들 기다리고 노래하던 \’인터컨티넨탈 그 장소\’ 난 갈 수 없겠지만, 모두들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들 되길 바라겠네… 난 당분간 이곳에 칩거할 예정. 늦가을비 온후의 푸르름속에… 책냄새와 커피향속에… 막내둥이와 몸짓하며 따라 부르는 \’트라피클 킹크랩\’ 리듬속에… 트라피클 킹크랩(Tropical King Crab)은 태평양 적도부근의 외딴 섬에 모여 사는 커다란 \’게\’. 붉은 껍질과 커다란 앞발을 가지고 있는 이 게들은 다른 게들과 다르게 그 섬 산속 나무위에 살지. 알 낳을때면 수십수만마리가 바닷가로 행진하는거야. 논밭마을 지나 깔려죽기도 하면서, 그리곤 바닷가에 알을 낳고 되돌아가지. 알에서 깨어난 아기게들은 바다에 머물다가 몇달후 점점점 수백만마리 빨간 비로도를 이루며 숲으로 되돌아가는거지… 그 커다란 킹크랩의 느릿느릿한 행진모습을 흉내내며 리듬에 담아 쿵쿵쾅쾅 쿵쿵쾅… (쿠스지아그로피)
안식년중 남가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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