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언제까지 존재할 것인가?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인들이 수천년 전부터 어려운 시절을 겪어가며 살아왔고, 특히 지난 수백년간은 연이은 왜란과 호란, 그리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차대전 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도움으로 해방이 되었으나 남북이 갈리게 되고, 동족상잔의 6.25를 겪게 되고, 그 이후로도 남북분단과 사상/체제 대립으로 인한 어려움을 끝없이 겪어 오고 있다. 한국인은 남북을 합하여 인구 7,500만으로 적지 않은 규모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인구 14억의 중국, 1.5억의 러시아, 1.2억의 일본 등 수퍼 파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는 거대한 대륙의 한 작은 반도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중국대륙에 할거하던 50여개의 족속들이 모두 중국에 흡수되어 버렸는데, 우리 한국인이 한반도에서나마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적 같아 보인다. 그 이유로 우리의 신축성 있는 정치/외교 수단도 있었겠지만, 대륙의 말단에 위치하며, 산악 많아 침략이 쉽지 않았고, 농업생산량 적은 한반도를 힘들여 점령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한국인이 동이족으로 불리며 만주를 포함한 중국 북부 및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초강대국인 고구려, 그리고 백제, 신라, 발해, 거란, 여진 등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1949년 이후 그 넓은 대륙이 시대적인 행운 하에 중국이라는 공산체제 국가로 통일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는 우리 한국인과 혈연적으로 가까운 금나라며 청나라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은 진보된 DNA 테스트를 통하여 부계/모계의 기원을 체크해 볼 수 있고 언젠가는 그러한 테스트를 광범위하게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게 꼭 DNA 테스트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족이라는 것은 물리적 형질만이 아니라 언어, 관습, 문화, 역사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인의 경우에도 과거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되었겠지만, 한 지역에 3000년 이상 함께 살아오면서 한국 민족을 이루었다고 본다. 사실 민족이란 단순히 생물학적 유전자가 아닌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정치사회적의 공동체인 것이다. 한국인은 단 하나의 순수한 혈통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며, 선사 시대부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살던 원주민, 요하, 서북방, 시베리아 등지에서 이동해 온 집단, 남방계 계통 등 다양한 집단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삼국시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중국계, 여진계, 돌궐계, 아랍계 등 수많은 귀화인이 한국 사회로 흡수되어 동화되었는데, 하나의 단일한 민족의식을 갖게 된 결정적 요인은 한반도에서의 지리적 안정성과 시간의 축적이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경계로 인해 내부에 들어온 유입민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서로 섞이도록 만들었다.
근래 인구가 줄고 있고, 국제결혼, 특히 농촌지역 남성들이 동남아에서 신부를 얻고 젊은 층들도 흔히 일본인, 러시아인 등과 결혼하고 있다. 또한 인력이 부족하여 동남아, 실크로드 인근 국가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한국인의 변화를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 형질학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걱정된다는 이들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다문화 혼인은 전체 혼인의 약 7~10% 수준이니 당장 한국인 전체의 대표적 외모나 형질이 급변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50년, 100년 지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남방계’ 유전자의 비중이 다시 높아지거나, 중앙아시아·러시아 계통의 유입으로 새로운 유전적 형질(골격, 면역 체계 등)이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유전학적 관점에서는 단일함보다 ‘다양성’을 건강함의 지표로 보고 있다. 다양한 유전자가 섞일수록 유전적 취약성이 보완되고 면역력이 강해진다. 앞서 한민족이 3,000년 전 북방계와 남방계의 ‘정교한 융합’으로 탄생했듯, 미래의 한국인 역시 또 한 번의 유전적 업그레이드를 거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한국 문화가 완전히 바뀔까 봐 걱정된다는 우려에 대해, 문화인류학자들은 한국 문화의 강력한 ‘동화 작용’과 ‘수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입된 외국인 인력과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어’를 쓰고 ‘한국의 법과 제도’를 따라야 한다. 외형은 다양해지더라도 이들이 공유하는 ‘정신적 전제(언어, 규범)’는 한국 문화가 주류를 이루게 해야 하는 것이다. 캐나다나 호주의 ‘다문화주의(각자의 문화를 존중하며 공존)’와 달리, 프랑스는 다양한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도 ‘동화주의(Assimilationism)’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민자가 프랑스 사회로 들어올 때 개인의 종교나 문화적 색채를 공적 영역에서 내려놓고 완전히 ‘프랑스 시민’으로 녹아들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차별화된 문화를 지녔지만 비교적 적은 인구를 지닌 우리 한국이 다문화주의를 고집한다면, ‘우리’의 경계가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장차 문화적/종교적/인종적 갈등이 두드러질 수도 있는 만큼,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민자 통합 정책을 좀 더 촘촘히 짜야 한다는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0.7명대)이 고착화될 경우 100년 뒤 대한민국 인구는 현재의 15% 수준인 750만 명 선까지 급감하고, 300년 후에는 지구상에서 살아질 것이라고 한다. 사실 선진국 중 인구 감소와 이민자 유입을 겪지 않은 나라는 없는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들을 ‘이방인 노동자’가 아닌 ‘미래의 세금 납부자이자 새로운 한국인’으로 포용하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출생이 극심한 상황에서 외국인 유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어보다 ‘어떻게 잘 바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한국인은 “피부색과 이목구비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지겠지만, 여전히 한국어를 쓰고, 한글을 사랑하며, 김치를 먹고, 한국의 역사적 성취에 자부심을 느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이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영남경제 2026년 10월 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