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리-이가리, 바닷가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비온 후 날씨가 개이니 햇빛이 따갑다. 좀 늦은 오후 바닷가에 나갔다. 바람이 약해서인지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 서핑장은 파도가 좀 약한 것 같으나 꽤 많은 이들로 붐비고 있다. 여러 팀들이 서핑교육을 받고 있고 백사장에도 많은 이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요즈음 수도권에서는 코로나 방역체계가 크게 강화되고 모두들 긴장상태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은 그 정도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되지만, 방역당국만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바닷가에서도 다들 마스크를 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를 잘 지킨다고 보는데, 물에서는 그러지 못하기에, 막힌 실내가 아니더라도 공기전염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보겠다.
하지만 용한리해변에 서핑 온 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매우 상쾌했다. 이 곳에 이러한 서핑장이 존재하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지만, 시민과 외지 방문객들이 이러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산이라고 본다. 한국에 서핑할만한 곳이 제대로 개발되지도 않았지만 서핑객들도 많지 않은 탓에, 현재 대부분 이곳 방문객들은 초보자들이고 기초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영일만 북방파제 인근이 교육장소로서 아주 적격이라고 본다. 바닥이 부드러운 모래이며, 갑자기 깊어지지 않고, 파도가 연속적으로 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이곳에서 칠포를 거쳐 월포에 이르기까지 서핑할 만한 곳이 없지 않지만, 이곳 용한리해변이 모래가 좋고 넓어 그 중심이 되고 있으며, 해변이 큰길로 연결되고 서핑기구 임대 및 교육센터들 몇 개와 아쉬운 규모지만 가게들도 몇 개 있다.
이 지역에 해변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가끔 부근을 산책하기도 하지만, 그날은 해변도로를 타고 좀 더 북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곧 칠포해수욕장을 지나고, 암각화로 유명하고 행글라이더 출발점이기도 한 곤륜산을 옆으로 끼고 돌아 칠포2리와 1리를 지나고, 자주 방문하던 \’해오름전망대\’를 지나고, 오도리와 청진리를 지나고, 이가리 어촌을 지나서 곧 도착한 곳이 \’이가리 닻 전망대\’였다. 이곳은 큰 바위가 많은 해변이라 많은 이들이 캠핑도 하고 낚시도 하는 곳인데, 주변에 큰 키 소나무들이 크게 우거져 있다. 이곳 해변언덕에서 바다로 ‘피어 겸 전망대’를 만들었는데, 강철지지대의 높이가 20미터는 되는 높은 피어이다. 해변언덕에서 바다로 50미터 이상을 나갔는데, 전망이 매우 좋고 바람이 시원하다. 아래로는 출렁이는 바다이다.
코로나 사태라고 하지만 주변 이가리해변에 꽤 많은 이들이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필자 일행은 전망을 즐기며 아래 바다를 오래 관찰했는데, 평소에 비해 물이 맑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얕은 곳은 바닥이 보이나 1~2미터 수심에도 탁도가 꽤 높아 푸른 빛을 띄고 있다. 아 녹조구나. 이 맑아야할 교외해변에 녹조라니. 녹조현상은 질산염이나 인산염과 같은 무기 영양염류가 물속으로 많이 유입되고 수온이 높아지면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들은 냄새와 독소를 배출하며 산소농도를 저하시켜 물고기들을 폐사시킨다. 계단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와 바위 사이를 걸어보니 일부 지역에서 약간 썩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어딘가 하수구를 통해 배출되는 오수 내지 캠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오염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다.
이 주변지역에 해변길을 잇따라 큰 키의 소나무들이 울창한데, 이는 좋은 경관자원이자 생태계의 보고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찾고 주변을 밝고 다니니 뿌리 부분에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있는 히말라야에 많은 트래킹 및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나무뿌리를 밟아대어 나무도 죽고, 주변의 풀도 죽고, 공생하는 벌레들도 죽고, 날짐승의 먹이와 영역이 파괴되는 등 생태계에 큰 폐해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를 좀 지나면 포스코 월포수련관이 있고,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월포해변이다. 이곳은 필자도 자주 들리는 곳으로 백사장이 넓고 길고 푸른 물과 수평선이 아름다운 해변인데, 여름 한철 반짝할 뿐 나머지 기간은 한가할 뿐이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된 호텔도 상점도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 이왕 철도역도 생긴 만큼 동해의 브랜드화된 해수욕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날은 월포해변에서 차를 돌려 다시 용한리로 되돌아왔다.
이제 해가 져서 좀 어둑어둑해지니 붐비던 서핑장이며 백사장이 좀 한가해졌다. 우리는 차를 잠시 한 편의점 앞에 세우고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사먹으며 더위도 식히며 어둠 깃드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필자의 직장과도 집과도 지척인 곳이라 가끔 들르는 곳이고 나름 애착이 많은 곳이다. 어떤 이들은 서핑을 하고, 어떤 이들은 낚시를 하고, 어떤 이들은 바닷가 경치를 보며 커피잔을 기울일 것이다. 물론 한 외국인 은퇴 노교수부부처럼 사시사철 바다수영을 즐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이 바다는 언제나 아름답고 새로움을 주는 곳이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이 바닷가의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냥 바닷바람만 맞아도, 어쩌다 끼는 물안개 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날이 행복해진다. 과거 20~30년간 이 지역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더 변할 것이라고 보지만, 이 지역이 그 기능에 맞게 제대로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깔리고, 크고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도 생겼으면 좋겠다. 또한 이를 통해 서핑해변이며 뒤편 상가지역들이 잘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좀 더 많은 서핑객과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부터라도 해변과 상가 인근 공터에 쌓인 쓰레기가 제때제때 잘 치워지고 오염된 폐수들도 잘 관리되면 좋겠다.
대경일보 2021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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