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Monica, Santa Monica Beach
크리스마스휴일이라서인지 오랜만에 찾은 산타모니카해변은 아주 붐비고 있었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코리아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식구가 바람도 쏘이고 옛 추억을 더듬어보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다른 비치들에 비하여 더 아름답다 볼 수는 없겠지만, 이곳은 해변의 규모가 크고, 도심에 인접해 있을 뿐더러, 대규모 피어(Pier)가 건설되어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 피어 위에 있는 파킹장은 물론이고 피어 아래 파킹장들도 만원이어서,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겨우 진입할 수 있었다. 피어는 커다란 통나무 기둥을 수없이 받치고 위에 굵은 널빤지들을 깐 형태로 바다 멀리까지 뻗어 있는데, 그 위에 각종음식점, 롤러코스터를 포함한 각종 놀이기구, 게임룸, 전망대 등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바닷바람을 쏘이고, 음식도 먹고, 낚시질을 즐긴다. 또한 피어 위 소광장 이곳저곳에서는 마술, 코미디 등 즉석쇼가 벌어지기도 한다.
피어 아래로는 해안선을 따라 넓게 백사장이 발달되어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라 좀 쌀쌀함에도 물가를 산책하고 가벼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또한 많은 갈매기와 오리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고 물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백사장위쪽으로는 인라인 내지 산책로가 있고 6차선 후리웨이가 관통되고 있으며, 그 위로는 숲이 가꾸어진 언덕이고, 아름다운 호텔, 콘도. 상가건물들이 많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로스앤젤리스에 10년을 살면서 가끔 찾아오던 산타모니카해변은 나에게나 어린 두 아들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다. 시간을 내어 멀리 놀러가진 못하더라도 마음이 답답하면 이곳을 찾아 네 식구가 게임도 하고 바닷바람을 쏘였었다. 두 아들과 아내는 모래성을 만들고, 물가를 첨벙대고, 갈매기를 뒤쫓았고, 나는 피어위에서 애들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찍곤 했었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아 피어 끝에 위치한 커피집에서 향긋한 모카 한잔 시켜놓고 바다를 감상하기도 했는데, 아침의 한적함 가운데 유럽에서 신혼여행 온 듯한 성장의 남녀들과 마주치기도 하는 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추억들이 남아있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닷바람에 기온이 로스앤젤리스 다운타운보다 몇 도씩 낮아서 여름이 긴 이곳에서는 주거지로도 선호를 받는 곳이다. 지금은 더욱 올랐겠지만, 내가 로스앤젤리스시정부에서 일하던 십여년 전에도 산타모니카지역의 주택중간가격은 로스앤젤리스 다운타운의 주택중간가격인 20만불보다 3배나 높은 60만불이었다. 물론 지금은 두배쯤으로 뛰었겠지만… 이 지역은 또한 주거임대가를 정부가 통제하는 렌트콘트롤(Rent Control)제도를 시행하기로 미국전역에 잘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장단점과 찬반론은 여기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이곳 써든캘리포냐(Southern California)만 해도 바닷가에 연이어 많은 비치들이 존재한다. 말리브, 산타모니카. 레돈도, 헌팅턴 등등. 또한 마리나 델레이 등 요트정박시설도 곳곳에 존재한다. 이들은 각자 위치에 따라 찾는 이가 다른 편이다.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찾는 곳이 있는가하면 좀 젊은층들이 찾는 곳도 있다. 이곳 산타모니카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남여노소, 인종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찾아오는 것 같다. 삶에 지친 한국이민자들이 맥주 한캔에 태평양 건너 한국땅을 그리며 눈물짓는다는 곳도 산타모니카이며, 로스앤젤리스를 찾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다음으로 찾아오는 곳도 산타모니카이며, 직장동료이던 한 미국인 친구는 매주 금요일밤에 십수년째 산타모니카의 한 바(Bar)를 찾는대서, 왜냐 물으니, 대답이 궁해선지 정말인지, 그건 내 신앙같은거야 (It is my religion…) 대답했었다.
온 식구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산타모니카비치는 피어시설자체도 좀더 낡아진 것 같았고 각종 상점들도 찾는 사람들도 좀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변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푸른 바다, 흰백사장, 언덕위의 푸른 숲, 이색적인 건물들, 그리고 피어위의 각종 놀이들. 그때 아이들이 흠뻑 빠졌던 전자게임, 미니자동차, 미니 롤러코스터, 그리고 아빠와 같이 소리 지르며 내기하던 ‘개구리 망치로 치기’ 등의 게임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해질녁의 몇 시간이었지만, 우리식구들 2004년 크리스마스를 제법 쌀쌀하던 산타모니카피어 위에서 아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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