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개발과 해변도로

  우리나라의 도시에선, 예를들어 서울이건 대전이건 광주건 도시의 이미지와 건물의 모습에서 차이점 내지 특색을 발견하기 힘이 든다. 같은 형태의 아파트, 같은 형태의 관공서 건물, 비슷한 가로망과 광고판… 당연히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은 한국도시의 지역성과 장소성의 부재에 많은 염려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닷가 마을들은 좀 다른 정취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대도시의 도심해변은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특색있는 장소로 변모될 소지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진다.

물가에 아름답게 늘어선 갖가지 건물들로 특징지어지는 홍콩, 바닷가 피어(Pier)위에 갖가지 놀이시설로 유명한 산타모니카, 도시전체가 바다로 향한, 아직도 구식전차가 다니는 영화의 장면들 같은 샌프란시스코, 또한 인근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이웃 일본의 요코하마나 후쿠오카해변도 너무나 아름답게 개발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해변도시로 알려져 있고 도심 꽤 깊숙이 어항이 존재하고 수산시장이 존재하지만, 주변의 정취는 그리 쾌적하지 못하다. 수 백개의 전구를 단 오징어잡이배들이 수없이 정박해있고 갈매기들이 낮게 날아드는 모습은 정말 이색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항의 물은 그리 깨끗지 못하고, 주변에는 횟집과 소형공장들이 뒤엉켜있고 생선박스들이 쌓아져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고 분위기를 즐기려는 아베크족이며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 리 없다. 문어나 대게를 사려면 몰라도…  

  그런데, 바로 몇 주전 도심해변인 북부해수욕장을 연결하여 환호해맞이공원쪽 해변으로 4차선도로가 개통 되었다. 일주일전 난 그걸 모르고 가끔 가던 조그만 횟집을 찾아가다가 새로 뚫린 길과 함께 횟집도 없어져 버렸음을 발견하였다. 밤이었지만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함께 후레쉬한 바닷바람이 불어 왔었다. 그제는 주일예배 후 미국인 친구인 에릭부부와 애들을 태우고 그 길을 다시 찾았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푸른 바다와 흰 파도, 푸른 숲, 산책객들, 그리고 어른, 어린이 혼성의 낚시꾼들. 한 낚시꾼이 낚시대로 잡아챈 물고기가 줄에 걸린 채로 펄펄뛰며 옆차 지붕위로 떨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같이 간 에릭네 가족들은 너무나 즐거워했고…

  도심에서, 별로 감미로움을 주지 못하던 그 내항과 어시장에서 정확히 4-5분 드라이브 거리에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아름다움은 전에도 존재했겠지. 다만 길이 뚫리며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겠지… 어쨌든, 이미 완성된 환호해맞이공원과 함께 이 새로 개설된 해변도로가 이 도시의 미를 재발견하게 해주고 살만한 곳으로 바꾸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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