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구정 보내기

                                                    2020년 구정 보내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구정이라 이름붙인 음력 1월 1일은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명절이다. 이는 가을의 추석 한가위와 함께 가장 중요한 명절로서, 이때는 외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오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기간이다. 약 100년 전 일제에 의해 양력이 도입된 이후 새해명절을 양력으로 쇠느냐 음력으로 쇠느냐가 한동안 많은 이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신정은 해가 바뀌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휴일이고, 구정은 전통적인 명절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우리나라와 같은 음력설인 구정을 쇠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구정인 춘절이 최대 명절이며 연휴도 매우 길다. 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가는 데 국토도 넓지만 그 행렬이 어마어마하여 보통 15일 정도의 휴일이 아니면 많은 이들이 고향에 다녀오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에서도 구정은 사라져 버렸고, 미국 등 서구에서는 구정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즈음 ‘아시아-태평양’ 출신 이민자들이 늘면서 아시아역사예술관 등의 주최로 ‘Lunar New Year’ 기념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1월 1일 신정에는 몰라도 구정과 추석에는 꼭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있는 서울에 간다. 대개 연말연시를 미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번처럼 구정이 1월중에 있는 경우에는 대개 스케줄도 빡빡하고 교통편 구하기도 힘들어진다. 물론 지난 20여년간 포항~김포 항공편을 많이 이용했지만 KTX개통 이후 주로 이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표를 구하지 못하여 포항~김포간 항공편을 체크하니 운항이 정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이용할까, 운전을 해 갈까 고민하다가 울산공항을 생각해 내고 울산~김포 왕복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물론 이날 한시간 여를 운전하고 주차장에 3일간 차를 세워둬야 하지만…

  과거에는 구도로를 이용하여 울산이며 울산공항을 가기가 1시간 40분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고 도로도 혼잡했으나 새로 개설된 울산~포항고속도로를 타다 중간에서 내리게 되니 크게 편해지고 시간도 단축된다. 사실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지역의 지자체들은 이 동해안고속도로와 동해선철도의 개통을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울산~포항고속도로는 부산부터 동해 및 삼척까지 긴 노선의 일부인 셈이다. 아직 포항 위쪽으로의 노선은 겨우 공사를 시작한 상황이며 울산~포항고속도로의 끝부분인 포항시 동해면 일대에서 영일만을 건너 고속도로가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이를 연결할 영일만대교 건설은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김포공항은 서울의 관문이자 한국의 관문이었는데, 10여년전 광대한 인천공항이 개통되면서 국내공항으로 탈바꿈 하였다. 물론 일본 등 가까운 곳으로 가는 국외노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국내노선이다. 도심과 가깝고 혼잡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 필자도 여기서 내려 택시를 타고 부모님댁으로 간다. 혼잡하지만 않으면 30여분 후 도착하게 된다. 항동에는 형님부부와 고령의 어머님이 계신다. 집 자체도 아름다운 언덕에 자리 잡고 있지만 주변에 자연공원이 있어서 풍광이 좋은 곳인데, 어머님이 기력이 쇠하셔서 집안에만 머무시니 안타까울 뿐이다. 설날 아침에는 형제들이 모이지만 오후가 되며 출가한 딸들도 식구들을 대동하고 모두가 몰려온다. 7형제자매 가족들이 다 모이니 거실이 꽉 차는데,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를 나눈다.

  좀 멀리 사는 필자를 빼고 다른 형제들은 며칠 걸러 한번 씩 어머님을 찾아뵙고 매일 카톡도 하는데, 요즈음 사람들 같지 않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많다. 또한 형제자매들은 좀 멀리 충남 보령에 위치한 아버님 묘소에 성묘도 한다. 필자도 이러한 형제자매들의 모습이 뭉클하면서 자랑스럽다. 필자 자신은 자주 찾아뵙지 못해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으나, 명절 때나 아버님 기일 때는 꼭 찾아뵙도록 노력하고 있다.      

  명절의 긴 휴일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지난 10여년 이상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때문에 명절 즈음에 해외여행을 추진하면 표들이 진작 매진되어 일정을 다른 주일로 조정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직장의 일정이 빡빡하고 핵가족화되니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는 대신 휴식 차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포항에서 울산공항까지 운전을 해준 미국인친구 부부는 마침 이때 울산의 호텔에 예약을 해놓고 있었다. 그리 가는 길에 필자를 울산공항에 내려주고 이틀 후 올 때 다시 픽업해 준 것이다. 물론 친하니까 그리 한 것이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 교수들의 경우 텅빈 캠퍼스에 있는 것 보다는 경주며 울산 또는 부산 정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쉬다오기를 즐기는 것 같다. 아무튼 필자의 이번 구정에 서울 다녀오기는 끝이 났다. KTX를 예약할 수 있었더라면 또는 포항~김포노선이 여전히 운행 중이었다면 좀 더 편리한 여행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의미 있는 일정이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대경일보 202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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