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도시 포항이야기

                                             일출도시 포항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아침 해맞이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생각된다. 이는 전국의 어느 마을이든 아침 해가 멀리 앞뒷산 위로 혹은 수평선으로 붉게 떠오르면 사람들은 이를 바라보며 시작되는 하루를 새롭게 알차게 보내기 위한 다짐을 하곤 했다고 생각된다. 이는 남녀노소 부지런한 이들의 일과이기도 하지만, 특히 젊은 청년들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이외에는 일출을 맞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하다고 본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어릴 때인데도 아버지를 따라 마을 언덕에 서서 솟아오는 붉은 해와 아침 햇살을 맞이한 적이 적지 않다. 그후 서울로 유학을 가게 되고 높고 낮은 건물들 사이에 혼잡하게 살아가면서 일출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서부 대도시에 살던 때도 마을이 앞과 뒤 높은 산 큰 골짜기 같은 곳에 자리 잡아서 아침 해를 맞이했던 감흥이 기억에 없다.

  그러다 귀국을 하고 20여년 거주하는 곳이 동해안에 위치한 포항이다. 이곳 동해안의 일출은 서해안이나 내륙의 일출과는 다른 면이 있다. 아침에 조금만 서둘러 나가면 멀리 수평선으로 솟아나는 아침 해를 볼 수 있다. 이는 온 하늘과 주변 바다가 붉게 물드는 장관이다. 잠시 지켜보는 사이 아침 해는 수평선 위로 솟아나 황금빛 햇살을 온천지에 뿜어낸다.  

  포항만해도 일출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많다고 본다. 하지만 포항도심 가까이라면 환호해맞이공원이 대표적인 장소이다. 이곳은 도심해변인 영일만해수욕장과 접하고 있으면서 그리 높지 않은 구릉이지만 바다로부터 떠오르는 아침해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산책로가 잘 닦이고, 장차 케이블카 출발타워가 자리 잡아, 여기서 케이블카가 영일대해수욕장 전방상공을 가로질러 1.8km 떨어진 울릉도선착장타워까지를 왕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보는 일출도 대단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외지역으로 가면 북쪽에 칠포와 월포바닷가, 남쪽에 호랑이꼬리로 알려진 호미곶에서의 일출이 잘 알려졌다. 특히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곳으로, 육당 최남선(崔南善)이 말하는 ‘조선10경’ 중 하나인데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찾지만 정초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는 광장이 있고, 거대한 청동수상(手像) \’상생의 손\’이 있고, 그 옆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상생의 손은 양손 한 쌍으로, 바다에 있는 것은 오른손이며 육지에 있는 것은 왼손이다. 이곳에서 2000년도에 ‘새천년해맞이행사’가 있었고, 매년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리는데, 해맞이는 물론이고 버스킹페스티벌, 마당놀이, 불꽃잔치, 먹거리 및 체험행사 등이 거행된다.  포항의 영일만은 해류의 흐름과 형산강의 물줄기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만(灣)인데, 과거에는 고래의 서식지였고 지금도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으나 국제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 포스코항으로 불리는 영일만신항, 그리고 동빈내항으로 불리는 영일만구항을 지니고 포항을 특징짓고 있다. 포항이라는 이름은 근대화 이후에 생겨난 것이고, 그전에 이곳은 영일군(迎日郡)이었는데, 그 뜻 자체가 해를 맞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곳 호미곶 인근의 호텔과 모텔들도 이때쯤이면 미리 예약 없이는 방구하기가 힘들다. 포항시내에서 잘 뚫린 고속화도로를 타면 15~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고, 차량이 혼잡해도 한시간 이내로 오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 인근에도 갈 곳들이 많은데, 남으로 5분 내려오면 구룡포해수욕장이 있고 구룡포항이 있는 구룡포 도심에 와 닿는데 이곳은 저명한 어업중심의 항구도시로서 구룡포대게와 구룡포과메기로 유명한 곳이다.  

  구룡포도심은 항구이면서도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지역이라서 과거 ‘여명의 눈동자’ 최근에는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이기도 했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를 포함한 오래된 어업전진기지이기도 했지만 지방의 소도시로서 근대회의 물결과 좀 무관한 세월을 보낸 탓에 요즈음은 오히려 각광을 받는 관광지가 되어 있다. 이곳에 지정된 ‘근대문화거리’에는 과거 일제 강점기인 1930~40년대의 모습을 지닌 건물들과 거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은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 자리 잡았는데, 바다로부터 1km 정도 떨어져 있어 학교건물에서 바다를 보거나 일출을 직접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장소인 감자밭터에 UNAI(글로벌교육원) 건물이 세워지고 그곳 옥상에서 동해일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건물의 건립목적도 특수하기도 하지만 이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아 동해일출을 볼 수 있음으로 해서도 나름의 장소성을 지닐 수 있다고 본다. 포항의 다른 지역에도 건물옥상 등에서 동해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을 것으로 보는데, 포항이 일출도시로 알려지려면 이러한 건물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고, 주요건물 건설시 이를 감안한 건물배치와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아진다.

대경일보 2019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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