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7월을 보내며

                                                  미국에서 7월을 보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이곳 로스앤젤레스의 날씨가 예년에 비해 서늘한 편이라서 지내기가 수월하다. 물론 낮 기온은 섭씨 30도에 이르겠지만 저녁이후 아침까지는 15도 이하까지 내려가서 창문을 닫고 자야 할 정도이다. 물론 언제 더위가 들이 닥칠지 알 수는 없다. 얼마 전 만났던 뉴욕에서 이사 왔다는 분들은 로스앤젤레스에 1년 살면서 과거에 추운 뉴욕에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이곳에 오면 마찬가지 생각을 할 것 같다.

  일년 내 추운 겨울이 없고 여름이거나 봄·가을의 날씨 정도이니 사람살기도 좋지만 농사를 짓거나 화초 키우기도 좋다. 물론 사막지대에 가까워서 겨울철 우기 빼고는 건조기후이지만, 비가 전혀 오지 않는 것은 아니고 관개시설이나 스프링클러만 잘 설치한다면 대규모 농업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 운전하여 북쪽으로 2-3시간만 가면 베이커스필드 등 농사지을만한 곳이 많아서 대규모 쌀농사·채소농사만이 아니라 과일농장을 운영하는 이들도 많다. 동쪽으로 1시간 여 가면 리버사이드가 나오는데 이곳은 과거부터 오렌지농장으로 유명했던 곳이고, 20세기 초반 한인이민1세대들이 멕시코 애니깽농장을 거쳐 어렵게나마 이곳에 정착한 이유도 오렌지농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쌀은 우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찰진 쌀이다. 감자도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서 보는 것 같은 껍질 노란 작은 종류이지만, 다른 한 종류는 대단히 크고 껍질이 허연데 찌거나 구우면 푸석하고 고소하다. 미국이 원래가 옥수수·콩·밀을 중심으로 소, 돼지 등 농업생산량이 많은 국가이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쌀, 야채, 과일 등을 다양하게 생산해 내고 있다. 미국의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3%에 지나지 않으나 농업생산량은 인구 전체를 충분히 먹여 살리고 농업국가로 불릴 만큼 수출량도 대단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이기도 하고 모든 면에서 최강국이기도 한데, 처음부터 영토가 넓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 처럼 방대한 해외 식민지를 개척한 것도 아니었다. 영국인을 중심으로한 이주자들이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본국과의 독립전쟁을 벌일때만 하더라도 대서양연안의 작은 규모 13개 주를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 독립전쟁에서 이기며 오대호에서 미시시피에 이르는 영토를 영국으로부터 할양받았고,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지아나를 헐값에 매입했고, 1845년 멕시코로부터 독립한 텍사스가 자발적으로 연방에 편입되었고, 멕시코-미국전쟁 이후 1848년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네바다, 유타, 뉴 멕시코, 그리고 와이오밍을 멕시코로부터 헐값에 매입했고, 1867년 알라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했고, 그리고 1898년 하와이왕국 병합을 통해 현재의 영토를 이루었다.  

  7월 4일은 미국독립기념일이다. 이날은 휴일이며 각가지 행사가 벌어지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트럼프가 군인과 탱크 등 무기들을 동원하며 행사를 크게 했다고 ‘재선을 의식한 행사가 아니냐?’ ‘이 같은 행사가 아니라 좋은 정책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라!’ 등 말들이 많은데, 독립일을 기념하며 그만큼도 못하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미국만 해도 양당체제가 잘 구축이 되어 각 정당의 특징과 정책방향이 잘 알려져 있고 시민들도 이에 맞추어 상황에 따른 판단들을 잘하는 것 같다. 양당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 서로 견제도 하지만 대통령이든 상·하원이든 수권정당의 성과들이 국민투표에 의한 결과로 지지여부가 판별되고 정권이 교체도 되는 것이다. 인물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이고 정책방향인 것이다. 정치와 의회제도의 역사가 길고 시민 및 시민단체들의 역할도 크게 신장되어 있고, 무엇 보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정직함과 신뢰성이며 미국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애국심이라는 것이다.  

  동네에서는 매년 어둠이 깔리면 대개 학교 운동장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필자도 이를 기다리고 구경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직접 가서 보기 보다는 집 근처 전망 트인 곳에 식구들 친구들 둘러앉아서 터지는 불꽃을 감상하는 것이다. 평소 조용하던 동네가 떠들썩하다. 각 마을별로 불꽃을 터트리는데, 그 비용은 각 동네 상가 및 기관들이 십시일반 마련한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는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고 동네사람들이 힘을 합쳐 학교나 커뮤니티 관련 크고 작은 행사를 벌인다. 십시일반이 이러한 것들을 말한다고 생각되는데, 학교에 에어컨 시설이 부족하다고 하면 이들 학부형들이 동네에서 드링크를 하루 판다든지 하여 기금을 마련하는데 몇 십불씩 내기도 하겠지만 시간을 할애하여 같이 참여함에 목적을 두는 듯 보인다. 파사디나에서 매년 1월 1일 열리는 로즈퍼레이드는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참여 하는데, 수십만불에 이르는 혹은 그 이상인 생화로 꾸민 꽃차들을 각 도시의 기업과 시민들이 기금과 재능을 기부하여 참여한다. 기업인들은 세금 때문에 큰 기부를 하기도 하지만 미국사회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순수한 재능 및 재정기부가 잘 정착되어 있다.  

영남경제 2019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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