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대

  태평양을 건너는 747점보에는 방학이라선지 많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어학연수로 관광으로 북미를 방문하고자 하는 학생들이리라. 옷차림부터가 캐주얼하고 웃고 떠드는 것이 맹랑함과 함께 당당함이 엿보인다.

  잠시 26-7년전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널 때의 모습을 회상해 본다. 그 비행기에는 초행길의 주눅 든 어른들로 가득 차있었다. 모두들 커다랗고 후지구레한 이민가방을 두개씩은 소지하였지만 옷들만은 정장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반나절도 넘게 걸리던 그 비행시간 동안 흰와이샤쓰와 넥타이는 얼마나 답답했던지… 나중엔 발이 부어 구두를 접어신고서야 트랙을 내리던 생각이 난다.

  이제는 어린 초등생들을 포함하여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한다. 그제나 이제나 영어는 어렵기 마련이지만, 26-7년전 꿀먹은 벙어리들과는 다르게 제법 한두마디씩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들을 본다. 당당하게 우리 문화며 음식을 자랑하는 모습들을 본다. 국력이 신장되고 세계화의 물결이 뒤덮이니 그전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인 것이다. 우리가 언제 몇 천불짜리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고 언제 몇 만불짜리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던가…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들하고 정치적인 이슈들로 나라가 뒤숭숭하기는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때로는 직접 방문해가며 손쉽게 세계의 문화, 경제, 정치에 다양하게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유행에 민감해지고 과감한 복장, 헤어스타일, 악세사리도 마다치 않는다.  

  어떤 이들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한국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고, 쉬운 한자어를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이들이 일제와 6.25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님들의 희생적인 뒤받침에도 감사를 모른다고 절망들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들의 당당함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웬일인가?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이들과 같은 당당함을 내보일 수가 있었던가? 기성세대의 문화가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이들의 문화 속에도 장단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니, 이들의 인생은 이들 스스로 신축성있게 가꾸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겨우 한 시대가 주어진 우리들로서는 자기 몫에나 충실 할 수 밖에 없음을 애통해 하면서…    

  하지만 생각해보면 변화를 겪는 것은 젊은 세대들만이 아니다. 이들처럼 인터넷게이머가 될 수도 없고 MP3를 작동할 줄 모르더라도, 기성세대들도 세상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40대는 물론이고 많은 수의 5-60대들도 이메일을 이용하고 있다. 동창싸이트들을 하나둘씩 마련해서 매일 접속들을 하고 있다. 한달에 한 두번 씩은 남여동창들이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방식으로 만나고들 있지 않은가? 예전과 다르게 5-60대에도 젊은 언니, 오빠소리를 듣고 싶어하지는 않는가? 암이며 당뇨를 경계하면서 조깅하고 골프치고 여행도 하면서 100세까지 젊게 살 꿈들을 꾸고 있지 않은가? 분명 이 시대는 누구나에게 주어진 “우리들의 시대”인 것이다. (尾)

필자는 서울사대부고 24회 졸업, 서울공대 및 USC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및 개발학박사, 미국도시계획기술사, 현재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

2004. 8. 6.
서울사대부고 총동창회지 200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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