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대립·여유로움의 로스앤젤레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동안 밤낮으로 더웁더니 기온이 제법 내렸다. 밤이 되면 공기가 제법 시원해서 창문을 활짝 열고 공기를 순환시킨다. 올여름 내내 열대야를 동반한 더위가 몇 번이고 계속될 것이나, 이렇게 한숨 돌릴 새가 있으니 다행이다. 윗동네인 샌 개브리엘 마운틴지역에서는 오늘이나 내일쯤 비가 올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낮은 더울 수밖에 없고 잡화점이나 사무용품가게들은 큰 규모에도 사람들이 뜸하다. 그러나 인근 훗힐의 스타벅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새벽 4시 30분에 열어 밤10시에 닫는다고 하는데, 새벽부터 일 나가는 사람들이 커피한잔하기 위해 줄을 선다. 낮에는 더운 날씨를 피해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으러, 혹은 커피 한잔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필자도 기억하지만 이곳 스타벅스는 햄버거가게였다. 한국에도 진출한 꽤 이름 있는 곳이었는데, 자체건물이 작지도 않고 주차장이 넓음에도 수년간 고객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인근에 직접 구워 파는 햄버거가게가 인기를 끎에 따라 찾는 이들이 적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로 바뀌고 나서 이런 인기를 구가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도 하지만, 필자의 아들들 중 큰애는 스타벅스가 단골이며 둘째 애는 커피빈스를 좋아한다. 두 가게의 커피 맛이 약간 다르다는게 이유이다. 요즈음 우리 애들이 즐겨 마시는 것은 ‘나이트로 콜드브루’인데 카페인 함량이 높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물론 한국의 브랜드 커피숍 커피가격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캘리포니아는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찾아오므로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우리 식구들도 한동안은 수제 햄버거나 멕시코식 구운 닭 엘폴로 요코를 즐겨먹다가, 또 한동안은 중국식당에서 몽골리안비프, 팔보채 등을 즐겼는데, 요즈음은 아르메니언 피자나 캐밥을 즐겨 먹는다. 그 이외에도 일본식 스시, 베트남쌀국수, 브라질리언 스테이크, 멕시코식 브리또와 쿼사디야도 즐겨 찾는다. 물론 한국의 불고기나 순두부도 즐겨 찾는다.
한 도시가 많은 이들이 찾고 경제적으로 부흥하려면 도시의 전반적인 이미지와 접근성이 중요하고, 거리와 시설들, 그리고 호텔과 식당의 안전함과 편리함이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것들 중 으뜸은 역시 음식인 것 같다. 미국사람들도 코리아타운하면 불고기와 비빔밥을 먼저 떠올리고 맛보기위해 찾아가기도 하는데,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여전히 맛있는 불고기와 비빔밥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한국의 음식과 문화정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포항, 경주 등 각 주요도시들에서 좀 더 지역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음식, 문화예술 등을 경험한다면 좋을 것이다.
포항이라면 ‘포항물회·대게·과메기·돌문어’, 경주에는 ‘경주법주·경주한우숫불갈비와 떡갈비’ 등이 특색 있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후쿠오카 스테이크’처럼 명품화된 ‘경주스테이크’, ‘영일만와인’ 등 세계인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한국화된 아이템개발도 필요하다. 여기에 신라문화축제, 안동탈춤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 포항설머리물회축제 등 문화예술, 그리고 편리한 전국토 WiFi, 고속철 KTX 등과 함께 볼거리 많고, 깨끗하고, 잘 정리된 안전한 도시이미지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제적인 번영과 한류의 영향으로, 또한 로스앤젤리스 전반의 경제부흥으로 인해 코리아타운도 호텔, 쇼핑센터 등 다양한 대형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한국인을 모르거나 코리아타운의 번영을 모르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잘사는 이들로, 일 열심히 하고 공부 잘하는 이들로 알려진 한국인들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다른 인종 커뮤니티의 질투를 받기도 하고, 중앙과 지역정치, 영화나 음악 등 문화면에서는 아직 무시되고 있는 면이 많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코리아타운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정치사회적으로는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20여년전의 LA폭동 당시 코리아타운의 어려움과 무시됨을 뒤로하고라도, 얼마 전 이미 코리아타운화된 일부 넓은 지역을 ‘방글라데시타운’으로 지정하자는 발의가 한 시의원을 통해 상정되어 많은 다툼 끝에 어렵게 무산되었다. 요즈음은 다운타운 ‘스키드로우’에만 몰려있는 홈리스들을 분산하겠다고, 코리아타운 사람들과 논의 없이 시의회 의장이 나서서 코리아타운 중심부 빈 땅에 홈리스구호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하여 한인동포들이 고민 중이다.
한국동포들이 아직 지역정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국토 넓고 인구 많고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은 작은 국토와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에도 주류를 차지하는 그룹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프로아메리칸, 히스패닉, 중국인, 인도인, 아르메니아인 등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자기 커뮤니티 이익을 위해 경쟁한다. 그런 가운데서 통합된 안이 나오고 그것들이 모여 미국의 의견이 결정되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미국커뮤니티에서 한국동포들도 힘을 길러야 함이 맞다. 한국인과 코리아타운의 이익을 대변할 만한 정치적인 역량이 키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국 정부와 동포들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함이 맞다.
2018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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