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안타까움 몇 가지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얼마 전 ‘포항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주제의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포항의 안타까움 몇 가지’라는 주제로 생각해 보았다. 많은 이들이 과거를 회상하고 후회하고, 역사가들도 과거의 큰 사건의 발단을 돌이켜 보면서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 하의 스토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물론 역사가 되돌려 질수는 없을 것이다. 본 칼럼도 이러한 가정들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나, 이는 현 상황의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고쳐가거나 새롭게 변신해나가기 위한 토대 마련의 일환이다.
포항은 필자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20여년 몸담아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포항은 아주 많이 발전했고 변모되었다. 이곳에서 많은 이들을 알게 되고 대화하면서 혹은 자료를 찾다보니 이 지역의 현황과 역사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게 되었다. 포항은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해안도시이지만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지도상으로도 인공위성 사진 상으로도 다른 곳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동해바다가 포항 깊숙이 파고 들어와 길게 타원원형으로 영일만을 이루어 한쪽 끝인 호미반도가 한반도의 꼬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호랑이 꼬리 같다고도 하고 토끼꼬리 같다고도 했다.
포항이 철강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도농통합시로서 면적 넓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영일만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내연산 같은 아름다운 산을 지닌 생태적 도시이다. 하지만 포항의 이러한 장점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음이 큰 안타까움이다. 분명 생태계가 잘 융합된 독일 프라이부르크, 브라질 꾸리찌바, 혹은 일본 기타큐슈 등과 같은 생태환경도시이자 산업연구도시로서, 또한 해양테마파크, 과학박물관 등 볼거리를 지닌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곳이다.
포항을 특징짓는 영일만이 형성된 것은 태고적 일일 것이다. 경주 인내산과 울주 백운산에서 발원된 형산강이 하류에서 삼각주를 이루며 포항의 지형을 형성하기도 했겠지만 바다는 바다대로 해풍과 해류에 따라 이러한 만을 이루었다고 본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어족이 풍부하고 이들의 대표적 산란장이었다고 한다. 고래도 이곳을 회유했으며 때로는 형산강 모래톱에 얹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포항에 산업단지가 크게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며 그 생태계를 거의 잃어버렸는데, 이것이 큰 안타까움이다. 몇 십년 전만 해도 동빈내항은 오징어, 대게, 고등어 등을 잡는 고깃배로 북적였다. 정어리는 너무 많이 잡혀 부둣가에 쌓아놓고 사료로 쓸 판이었다. 산업화로 사라진 영일만항의 어류생태계를 어떻게 얼마나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크다. 되살리는 작업 자체가 포항의 특징적인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것이다.
포항에는 전통어항인 포항구항, 포스코가 주로 사용하는 포항신항, 그리고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이 있다. 포항은 이 항만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문도시로서의 역할을 증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는 동해안발전이 크게 요구되고 있는데 환동해경제권 활성화와 북극항로 개척의 와중에 영일만항과 포항이 그 발전 허브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일만항 물동량증가가 미진하고 대구경북권의 이용이 저조한 편이라서 안타까움이 크다. 국가에서도 동해안발전과 환동해경제권 문화·산업·물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좀 더 인식하고 영일만항 2~3단계 공사, 배후산업·물류·업무단지 개발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포항에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포스코 중심의 철강산업이 입지해있고 ‘한국의 칼텍(CALTECH)’으로 불리는 ‘포스텍’이 각종 연구소와 함께 위용을 자랑하는데, 이들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첨단산업도시(Technopolis)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게 발전되지 못하고 쇠퇴하는 듯한 도시로 보여짐이 또 다른 안타까움이다.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하여 어떻게 이 R&D를 지역산업과 접목시키고 발전시킬지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포항에는 국제화를 표방하며 ‘작고 강한 대학’으로 이미 브랜드화 된 ‘한동대’가 있다. 지난 20년간 적지 않은 졸업생들을 전국각지는 물론 전 세계에서 모집하여 교육·졸업시켰고, 국제기구 등과 연관 하에 개발도상국에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경제·산업개발, 교육지원, 주택개발, 지속가능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발전 및 새마을운동 관련 아카데미’도 개설하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의 지역학생들이 이 학교에 진학하고 많은 졸업생들이 지역에 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규모 사립대학으로서 재정부족 등으로 아직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함이 안타깝다.
이제 포항은 서울 및 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제한된 KTX운행횟수, 이용객에 비해 좁은 역사, 역세권개발 부진 등이 큰 안타까움이다. 이는 사업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위치선정에서부터 시작된 정책적 판단의 문제일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시민들의 의지와 함께 영일만항활성화와 배후단지개발, 포스코 및 철강공단의 첨단화노력, 각 대학의 특징적 역할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작년에 발생한 규모5.4지진 피해와 트라우마도 큰 안타까움인데 이도 내진설계와 지진대응시스템 완비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므로 관민산학의 협력된 혜안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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