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포항의 다핵도시체계 형성

  동북아시아의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회랑’이라고 불리는 지역에는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만 하더라도 112곳이며, 1,000만 이상의 대도시권이 6개가 있다. 이는 베이징, 텐진, 상하이, 서울, 도쿄-요코하마, 그리고 오사카-고베이다. 이 베세토 회랑은 상하이 권역의 성장에 따라 ‘사베세토(상하이-베이징-서울-도쿄)회랑’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중심지 간에는 셔틀항공 운항, 회랑 인근 항만들의 협력적인 운영 및 공동물류기지 건설 등으로 초국가적인 광역서비스 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으며, 이 사베세토 회랑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각국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동남해안에는 인구 53만의 철강산업도시 포항, 27만의 천년고도인 역사문화도시 경주, 그리고 120만의 국내 제일의 제조업 중심도시인 울산이 있다. 이들 각자는 특색 있는 도시들이지만 도시규모의 제한으로 대도시의 역할이 힘들고 사베세토 회랑의 일원으로 작동하기도 힘들다. 또한 요즈음 이들은 철강 및 조선산업의 쇠퇴, 지진으로 인해 관광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3개 도시들도 각각 ‘규모의 경제’ 및 ‘창조·혁신기능’ 강화, 그리고 ‘국내외 정치·경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도시권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구정체기에 도시인구 증가가 쉽지 않으며, 이들 3개 도시들이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도시들이 긴밀한 네트워크의 ‘다핵도시(지역)체계’로 발전한다면 큰 시너지가 발생 할 것이다. 다핵도시체계란 일정 지역 내 다수의 도시들 간에 경제·산업의 상호보완을 위한 네트워킹, 공통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거버넌스 체계들이 존재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핵도시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의 ‘란스타드’와 독일의 ‘라인-루르’이며, 일본의 ‘간사이 도시연합’도 그 범주에 들 수 있겠다. 특히 란스타드지역은 중규모 도시들의 집합임에도 유럽에서 런던 다음의 경제중심지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다핵도시체계 확립의 기본이 되는 공간적 형태, 기능전문화, 거버넌스체계, 지역문화와 정체성 등의 조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필자는 울산, 경주, 포항의 ‘하나의 광역 도시화’를 찬성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3개 도시들의 네트워크화를 통한 다핵도시체계 형성을 주장하고자 한다. 울산과 포항은 한국의 산업 및 R&D 중심지역들이며, 경주는 천년고도의 문화관광도시이다. 그러나 울산은 동남권, 포항과 경주는 대경권의 변방으로, 행정구역단위로 설정된 5+2 광역경제권과 이들의 산업연계권역이 불일치했다. 또한 이들은 배후지가 없어 성장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개 도시가 단일 도시 내지 광역도시권으로 설정될 경우, 인구 200만 명, 경제규모 95조 원, 수출액 844억 달러, 예산규모 5조 5,834억원의 거대 도시권을 형성하게 될 것인데, 울산-포항고속도로의 완공으로 그 실현 가능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 3개 도시인 포항, 경주, 그리고 울산은 다핵도시체계에 바탕을 둔 광역도시권의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 또한 이들은 각자의 산업과 R&D 역량을 연계한 혁신클러스터 창출의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 우선적인 연계 가능한 분야로 광역기반시설 확충, 관광산업, 그리고 R&D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3개 도시는 철강-자동차-기계 등의 기계금속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클러스터 형성이 가능하여 국가주력산업의 특화권역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경주와 울산의 역사·문화관광자원, 울산과 포항의 산업관광자원, 포항-경주-울산의 해안관광 및 산악관광자원을 연계하는 환상형 관광거점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다핵도시체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도시들 간의 지리적 근접성, 도시 수 및 인구규모, 교통연계, 기능전문화 및 산업경쟁력 정도(대표산업 존재), 도시간의 차별성 및 대외정체성 존재, 광역지역계획 존재 여부, 지자체간의 협력 여부, 지자체 및 민간단체들의 정책역량 등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점검해 보면, 울산-경주-포항의 경우 대부분의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문제이던 교통연계는 울산-포항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으므로, 가장 부족한 부분은 광역지역계획의 존재, 지자체간의 협력, 지자체 및 민간단체들의 정책역량 등이라고 보아진다.

  분명 이들 3개 도시들은 각자의 성장한계를 넘어선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다핵도시체계를 형성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인구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 도시가 뚜렷한 대표산업을 지닌 브랜드화된 도시들이므로 어떻게 수평적이고 보완적인 다핵도시체계를 정립할 것이냐에 대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다핵도시체계는 강력한 대도시권역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동남권 및 대경권과 연계하며 수도권에 버금가는 동북아시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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