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포항

  울산은 국내 제일의 산업도시라고 어릴 적 외우던 기억이 난다. 군대에 가서는 필자보다 몇 달 빠른 선임 병장이 장생포에서 고래잡이였다고 했다. 작살에 다쳤다는 오른쪽 허벅지의 꽤 큰 상처를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이때부터 울산의 장생포가 고래잡이로 유명한 어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만난 선후배들 중 울산출신이 있어서 울산에 대해서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되었지만, 그 지식은 매우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십 수년의 세월을 해외에서 보내고 귀국하여 인근도시인 포항에 자리 잡기 전까지는…
  포항이 울산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산업도시라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두 도시가 천년고도인 경주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도 매우 근접해 있어 관심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항에서 울산 가기가 도로사정 때문에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기에 울산사람을 만나려면 중간지점인 경주 보문단지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한국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중발전으로 지역불균형의 문제가 큰데, 울산과 포항은 이러한 지역불균형의 예외적인 사례가 될 만큼 산업도시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지방화·무한경쟁화의 추세로 볼 때 이들 도시가 연계·발전해야 할 이유가 크다. 수도권도 글로벌도시로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도시들도 자체적인 노력을 더욱 크게 기울여야 할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국내제일의 자동차, 정유, 에너지 등의 산업도시이고, 포항은 국내제일의 철강산업도시, 경주는 천년고도의 역사문화도시로서 국내 어느 도시들보다 차별화된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각자는 글로벌도시로서의 기능과 위상에는 인구, 도시인프라, 국제비지니스 등에 있어 부족함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도시의 시설과 기능들이 긴밀히 네트워크화 된다면 각자의 추진에 벅찰 수 있는 특성화된 ‘글로벌 첨단산업 및 관광·비지니스도시벨트’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울산-경주-포항을 통합하여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 그렇지 못하더라도 긴밀한 네트워크 도시로 만들자. 몇 년전에도 이와 같은 주제로 지역에서 한두 차례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었는데, 몇 주전에도 같은 주제로 한 국가위원회 주최의 토론회가 열렸었다.  
  정부는 지방 대도시권역 성장을 위해 5+2의 광역경제권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과 포항은 국토계획상 같은 광역경제권으로도 설정된 적도 없고 독립된 도시권으로 설정된 적도 없다. 울산은 부산권에 포항은 대구권에 예속되어 있을 뿐이다.  
  필자는 울산-경주-포항이 긴밀한 네트워크 도시권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우선 세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의 조속한 완공, 울산신항과 영일만항의 기능적 연계, 네트워크 된 관광개발 및 이미지 제고 등이 필요하다. 또한 더 나아가서 울산-경주-포항이 기존의 광역경제권에서 떼어져 나와 하나의 독립된 광역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2012년 임진년 새해가 울산-경주-포항이 수도권 및 부산권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글로벌도시권으로 발전하는 계기 마련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하여 이 지역이 동해안권의 발전을 이끌고, 환동해경제권 활성화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고, 우리나라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한 견인차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1년 12월 27일
울산매일신문 새해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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