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파동, 촛불집회 등 어수선함을 뒤로하고 미국땅에 도착했다. 예전같으면 6월말-7월초엔 장마에 더위에 한참을 시달렸을터이나, 올해 날씨는 강우량없는 이상저온이었다. 서울 아닌 동해안에 위치한 포항은 아침저녁 서늘함이 다른해와는 구별될만한 특징이었다. 엘에이의 날씨는 예나제나 지중해성의 마일드함이지만, 예년보다 약간 낮은듯한 기온에 아침저녁 쌀쌀함이라니… 더위 같지 않은 더위속에 일주일을 보내자니, 한국에서들려오는 열대야의 무더위. 내가 떠난후 고온으로 바뀐 모양이다.
방학이라 미국집에 오면, 집안밖 수리와 청소에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차고문(Garage Door)을 바꾸고, 거실의 낡은 소파도 바꾸고, 차고의 냉장고도 고치든가 바꾸어야 하고 등등 해야할 일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오래된 크지 않은 집인데도 그간 안밖으로 페인트 칠하고, 꽃과 나무도 심다보니 얼핏 숲에 묻힌 동화속의 집같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가가 급등하고,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르고, 집값이 20%씩이나 폭락하고 경제가 말이 아니다. 먹고사는거야 예나 다름없어 보이지만,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는게 사실인 것 같다.
큰애가 대학을 졸업하고(Biology)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애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Engineering) 여름방학이라 집에 머문다. 오랫만에 온식구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것 저것 쌓인 이야기도 많지만, 끼니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큰일중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미국산쇠고기 우려를 하지만, 이미 큰 덩어리로 몇개나 구워먹었고, 그제는 \’아웃백\’에서 스테이크, 어제는 \’두부집\’에서 김치순두부, 오늘은 \’베트남식당\’에서 월남국수를 먹었다.
그간 운동도 못하고 사무실에만 틀어밖혔던 탓으로 허리둘레가 몇달전보다 1-2인치 늘어나서 제대로 입을 옷이 없었는데, 이곳에 오자마자 X-Large 사이즈 바지 두벌에, 색깔마춰 구두까지 사서신으니 한결 몸이 편하다. 일은 좀 잊고 잘먹고 쉬며, 엑서사이스로 땀을 흘려봐야지 마음을 먹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체중계에 올라본다. 밥을 먹고 않먹고가 2-3파운드 차이가 나는구나. 좀 배고픈듯 땀을 흘리면 그 정도 2-3파운드는 가볍게 빠지는구나.
다시 생각해보면, 서울동창들이 매우 부럽다. 내가 포항에살든 미국에 살든 좀 쿨 앤 젠틀한(Cool and Gentle)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3-4마일 매일 뛰며 몸을 가꾸어보겠지만, 천성이 좀 시골틱하고 우유부단(Rustic and Shilly-Shally)해서 같이 갈 사람이 없으면, 누가 강권하지 않으면 모든게 작심삼일이니 문제이다.
드라이브를 하면 바라보는 로스앤젤리스는 예나제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경제도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사오년후에나 경기가 회복될거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파산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야, 올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내년쯤 부터는 상승곡선으로 가파르게 돌아설거야… 난 아직 애들을 가르쳐야하고, 이제부터라도 10년후 은퇴를 대비해야 하는데…우리 한국은 지금 무더위에, 금강산 주부관광객이 피살을 당하고, 환율과 주가가 불안정한 진퇴를 거듭하고, 높은 유가에 운전습관마져 바뀌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들이다.
하지만, 아직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며, 여러 거시적인 상황들이 한국경제를 그리고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어 줄 기회는 많이 남아 있고 생각된다. 중동에서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오일가격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되고, 남북문제를 포함한 국가간의 갈등해결에 진전이 있다면, 위축된 소비심리도 회복이 될 것이고 공장들도 제대로 가동을 시작할 것이다. 좀 더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곳 엘에이는 예나제나 일년사시 꽃피는 마일드함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있어 하루에 변화를 주고 정신을 맑게해준다. 이곳에 좀 더 머물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궁리도 해볼참이다. 8월에는 예정된 몽골여행, 그후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도 한번 다녀와야겠지… 왜 그리 돌아다니냐고? 난 원래 방랑벽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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