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몇십마일 북쪽마을인 산타크라리타에는 강풍이 몰아쳐서 나무들이 쓸어진다는데, 내 사는 곳은 구름과 안개가 짙게 드리울뿐 바람은 별로 불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가로수나 집 주변의 나무들이 크기 때문에 가지가 꺽어지거나 뿌리채 넘어지게 되면 주변의 차들은 물론이고 집들도 반파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내 뜨거운 열기속에 가믐이 계속되다가 겨울 몇달 동안은 비도 내리고 큰 폭풍이 찾아 오기도 하는 것이다. 땅속에 말라있던 뿌리 식물들이 땅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여기저기서 풀씨며 열매들이 싹을 티우는게 이 겨울이다. 집 주변의 오크추리도, 팜추리도, 사이프러스도 더욱 푸르름을 보인다. 담장에 몇그루 오렌지나무도 푸른 잎에 짙노란 열매를 무수히 매달고 있다.
오늘은 정오 채 못미쳐 버뱅크에 있는 이탈리언 레스토랑인 \’올리브가든\’에 갔다. 지난 여름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헛탕을 친적이 있기에 이번에 좀 서둘러 가본 것이다. 이곳은 대형마켓과 대형스포츠전문용품점 등이 크게 자리 잡은 곳으로 그 주변에는 넓직넓직하게 아주 다양한 전문음식점들이 들어차 있다. 땅값 비싼 다운타운이라면 마켓과 음식점들이 이렇게 넓게는 자리잡지 못할 것이지만, 좀 교외에 속하는 버뱅크라서, 인구밀집지역과 그리 멀지 않고, 후리웨이 인근이라 교통이 편리해서 고객들을 불러 모으는 것 같다. 올리브가든도 이곳에 자리잡은 여러 전문음식점중 하나이다.
며칠째 비도 오고 마음도 울적하여 나선 길인데,멋진 건물과 인테리어를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건물안쪽 창가로 안내되어 자리를 잡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미리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큰 소쿠리에 담긴 따뜻하게 구어진 빵을 뜯어먹고 있자니, 음식이 나왔다. 나에게는 토마토가 주재료인 야채스프에 소고기, 닭고기, 호박, 피망 등을 굽고 뽃은 것이 큰 접시에 담겨져 나왔고, 집사람과 작은 아들에게는 큰 그릇에 가득 담겨진 싱싱한 샐러드와 각각 바비큐치킨이 얹어진 아주 가는 스파게티, 그리고 바비큐비프가 얹어진 치즈파스타였다.
저녁이라면 와인도 한잔들며 좀 푸짐하게 시간을 보낼 것이지만, 점심, 정확히는 브런취라서, 가벼운 담소를 즐기며 1시간여를 보냈다. 며칠전 훗힐의 올리브랜치가 시골스러운 분위기에 투박한 음식이 특징이라면, 이곳 올리브가든은 좀 더 화려한 분위기에 좀 더 세심한 음식맛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값도 두배라서 팁까지 꽤 큰 돈을 지불하고 비 그친 후리웨이를 질주하여 집으로… 하늘은 짙은 구름에, 앞산은 짙은 안개에 싸여있다.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에서는 폭우가 내려 산이 무너지고 집들이 물에 잠겼다는 뉴우스이다. 하지만 이곳은 안전하고… 우리집 정원도 물에 약간 젖었을뿐 예나 다름없는 푸르름이, 그리고 오렌지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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