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대홍수와 산사태에 놀라며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미디어를 통해 2026년 8월 26일에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를 보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힘들었다. 학생들과 도시환경 분석 및 경제산업 연구차 10여 차례 네팔을 다녀왔고, 당연히 그곳의 많은 이들을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놀라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에는 진도 7.8의 대지진으로 카트만두와 그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되더니, 이번에는 북쪽 바그마티 주에서 대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여 트리슐리강과 보테코시강 수계를 따라 카트만두 외곽 수십 km 지역까지 피해를 준 것이다. 필자가 방문하던 2015~2024년에도 봄여름에 홍수와 산사태가 잦았고, 여러 전문가들이 큰 규모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도 큰 규모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이 높은 골짜기에 갇혀있는데, 예전에 없던 거대한 빙하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며 골짜기에 갇혀있던 물들과 하류로 터져나가며 산사태와 대홍수를 일으킨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홍수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얼음덩이들이 산비탈의 거대한 바위와 토사들과 섞여 빠르게 굴러내리며 골짜기와 주변의 수 많은 도시와 마을들을 파괴하며 하류로 흘러나간 것이다. 네팔에는 대개 낮은 3~4층의 벽돌과 나무로 허술하게 지은 집들이 많고 많은 이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데, 피할 사이를 주지 않고 모두 휩쓸어 버린 것이다. 그 피해는 천문학적이며, 진흙탕의 돌더미와 통나무 등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팔 정부 공식 집계 기준 사망자는 1,200명이고, 실종자는 5,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회사가 힘들게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소 터널도 다 파괴되어 한국인 9명을 포함한 현장 인력 900여명이 실종되고, 히말라야를 관광하던 미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트레커 590여 명이 역시 실종 중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네팔의 수력발전소를 비롯하여 국가 인프라 마비 및 전력망이 붕괴되었는데, 트리슐리강 유역의 수력발전소 11곳과 태양광 발전소 1곳의 가동이 중단(총 431.1MW 규모)되어 네팔 국가 전체 전력의 12% 이상이 차단되었다. 건설 중이던 15개의 추가 발전 프로젝트 현장도 진흙에 묻히며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네팔과 중국을 잇는 핵심 무역로인 파상 라무 고속도로(베트라와티~라스와가디 국경 구간) 등 수십 km의 도로와 교량이 통째로 유실되어 전면 마비되었다. UNDP의 초기 위성 분석에 따르면, 이번 돌발 홍수로 유입된 흙더미와 잔해물만 최소 220만 톤에 달해 정부는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85,000명 이상의 주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집을 잃은 수 천명의 주민들이 학교 등 대피소의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이번 재난의 구체적인 원인은 1)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영구 동토층이 녹아 지반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산 정상부의 거대 빙하와 암석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히말라야의 단층활동으로 인한 지진과 이를 촉진시킨 중국의 티벳 등 히말라야지역에서 진행 중인 초대규모의 댐 및 국경 연결도로 공사가 공기 단축을 위해 대규모 발파를 남발했는데, 이 또한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2) 무너져 내린 빙하와 토사가 강 상류를 순간적으로 막아 자연 댐을 만들었는데, 이후 막혔던 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약 200억 리터의 급류가 하류 협곡으로 쏟아졌다. 아직도 강 상류가 여전히 불안정하게 막혀 있어 추가적인 돌발 홍수(2차 홍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팔 국민들이 느낄 깊은 상실감과 절망감에 필자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2015년 대지진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터진 이번 2026년 대홍수·산사태는 네팔의 자생적 복구 능력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으며, 외부 원조 없이는 복구는 물론이고 경제산업 발전도 암담해 보이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재해 지역의 인프라 복구가 지연되면서 생계 수단을 잃은 수많은 농촌 주민들이 결국 일자리와 기본적인 의료·교육 서비스가 남아 있는 수도 카트만두로 대거 이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카트만두가 처하게 될 도시적 위기는 빈곤, 비고용, 주거부족, 교통시설부족, 환경오염, 의료 및 교육서비스 부족 등과 함께 커질 것이다. 지진 복구에 쓰인 막대한 차관을 갚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번 홍수로 국가 기간산업인 수력발전소와 도로, 터널 등 인프라가 대거 파괴되었는데, 복구 비용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 국가의 성장 동력 추진이 힘들다고 본다.
현실적인 돌파구는 국제 사회가 무상원조를 제공하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조성한 ‘기후금융’을 적극 유치하고, 물리적 재해에 취약한 1차 산업 대신 디지털·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4차 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그리고 관광산업이 안전한 시설들로 새롭게 구축되어야 경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는데, 현재는 앞날이 깜깜할 것이다.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인한 돌발 홍수는 AI 기반 위성 감시와 실시간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전 예측과 대피가 가능하다지만,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 완벽한 방제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빙하 호수 강제 배수, 대형 토목 공사 금지, 주거 구역 고지대 이전 등 국토 개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추가적인 홍수와 산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차차 사라지면서 이 지역의 식수 및 농업용수 부족 문제가 재난 수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는데, 이 물줄기가 네팔, 인도, 방글라대시, 또 다른 물줄기들은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연결되는 만큼 국가들간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남경제 2026년 9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