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일상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미국에 머물게 되면 생각과는 달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출한다 해도 인근 동네 쇼핑가는 정도이다. 물론 필자의 미국행이 집안일을 돌보거나 쉬는데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과거 LA시정부에서 일할 때도, 하루 10시간씩 4일 일하고 3일 쉬면서 아직 어리던 아이들을 돌보고, 앞뒤 뜰 화초들을 가꾸는 등 주로 집안일에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직도 지속되는 몇 개 연구물에 다소 시간을 보내는 것 이외에는 집안청소, 정원가꾸기, 그로서리 쇼핑 등이 전부이다. 물론 일요일에는 한인타운 교회출석, 평일에는 집사람 따라 동네교회 새벽기도 참석 등이 있지만 말이다.
LA 교외 라크리센타에 머물 경우에는 주변에 중소규모의 한국마켓이 많아 자주 들러 한국식재료들을 구입하기도 하고 한국식당에서 불고기, 순두부 등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2~3시간 거리 남쪽에 위치한 샌디에고 산 칼로스 지역에 머물 때는 주변에 한국마켓이나 한국음식점이 없어서 주로 인근에 위치한 코스트코에 자주 가게 된다. 알버슨, CVS Pharmacy, 홈디포, 그리고 햄버거집에도 자주 가게 된다.
코스트코는 한국에도 진출해 있지만, 이곳 샌디에고 지역에는 인구 5만 정도의 동네에 한 개씩은 있을 정도로 많다. 운전해서 10분 정도 거리에 두 개가 있어 1분 덜 걸리는 곳으로 자주 가게 된다. LA에서만 해도 우리 동네에서 코스트코를 가려면 30분은 가야 했고 인구 30만의 도시에 1개 밖에 없었다. 이곳은 창고형 매장이기에 많이 사야 하기는 하지만 물건 가격이 품질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우리는 아침 8시 반에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고, 9시에 매장에 입장한다. 고기, 채소, 과일, 달걀 등을 구입하는데, 작년부터 미국의 달걀값이 크게 비싸졌지만 코스트코는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그릇, 화장지, 가구, 영양제 등도 구입하지만, 의외로 입기 편한 좋은 옷들이 많이 나와 있다. 직접 입어 보지는 못하지만, 바지, 잠바, 운동복, 신발 등을 자주 구매한다. LA 라크리센타에서는 옷이나 운동화를 사러 주로 유명상품 할인매장 마샬 등을 이용했었다.
또한 식당에 가더라도 아침 일찍 커피와 아침을 간단히 먹으러 오전 6시에 여는 파네라에 가거나 점심에는 케밥집 루나그릴에 자주 갔는데, 샌디에고에서는 햄버거가게에 자주 간다. 한동안은 해빗버거에 자주 갔으나 요즈음은 ‘인 앤 아웃버거’에 가는데, 더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집은 주문을 하면 얼린 고기가 아닌 생고기를 다져 구워 햄버거를 만들며, 감자도 즉시 깍아 후렌치후라이를 해주는데, 가격도 좀 저렴한 편이다. 또한 이곳은 고용인들의 시간당 임금이 좀 더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된 이들도 많고 서비스가 좋으니 사람들이 몰린다. 저녁쯤에는 드라이브 스루에 줄이 매우 길어서 15~20분은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황으로 맥도날드 등 다른 햄버거 가게들은 문을 많이 닫았는데,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5 이상이고 보통 $20은 주어야 해서, 고용인들을 많이 쓰지 못하기 때문이고 햄버거 가격이 오르니 고객이 적어져 문을 닫는 것이다. 하지만 ‘인 앤 아웃버거’는 예외인 것 같다.
샌디에고에 유일한 대형 한국마켓인 시온마켓은 우리 집에서 후리웨이를 타고 20~30분 거리에 위치하나 2주에 한번 정도만 가게 된다. 가격면에서나 품질면에서도 LA의 대형 한국마켓들만 못하다고도 하는데, 이것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본다. 우리는 김치, 주로 오씨김치를 사고, 과일, 채소, 쌀, 떡 등을 사러 간다. 이왕 간 김에 같은 건물에 있는 파리바게트에서 빵도 사고, 때로는 같은 콤보이지역 10분 거리에 있는 한국식 중국집 홍콩반점에서 음식을 시켜가기도 한다. 물론 경쟁이 없으니 LA지역 음식점과는 질이 좀 낮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필자는 맛있게 잘 먹고 있지만…
지금 머물고 있는 샌디에고 집은 둘째아들이 거주하는 곳이며, 첫째아들이 사는 곳은 오렌지카운티 얼바인시 바로 옆 동네 레이크포리스트이다. 둘째 이들이 요즈음 재택근무를 하는데 비해 첫째아들은 좀 더 바쁘게 회사도 다니고 IT수업, 비행기조종 수업 등을 택하는 터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방문하게 되는데, LA 라크리센타와 샌디에고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서 샌디에고에서 북쪽으로 1시간 30분은 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5번 후리웨이가 사고가 잦고 공사도 많아 도로가 폐쇄되거나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형상, 마을들이 해안가를 따라 발달되어 5번 후리웨이가 막혀도 다른 대체도로가 제대로 없음이 문제인 것이다.
레이크포리스트는 매우 조용한 주택가로 구성된 마을인데, 후리웨이에서 내리면 여러 개 상가들 중에 좀 큰 규모의 파리바게트가 있어서, 처음에는 한국가게라 반가운 마음에 갔지만, 지금은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나 빵 한조각 들기 위해 들린다. 요즈음은 코스트코, CVS Pharmacy 등에도 한국화장품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니 잘 팔리기도 할 것이다. 예전과 달리 미국인들도 한국 내지 K-beauty 등 K자가 붙으면 좀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샌디에고 산 칼레스에서도 주변사람들이 말을 걸며 한국인이라면 반가워하고, 미국고교 남학생 두명과도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과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다. 물론 필자도 설득력있게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5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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