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쌓여 세월이 흐르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계절의 바뀜 속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젊을 때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법인데, 10~20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세월이 빠르게 흘렀음을 자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청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세월이 빠름을 한탄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은퇴하여 일이 없어지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육체적으로도 변화가 와서 과거를 그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100세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83.7세(남성 80.8세, 여성 86.6세)이다. 40~50대 때만 해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보지만, 60대 후반이되고 70대 초반만 되어도 이를 심각히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 본다. 보통 10여년 더 살 수 있다는 말이니까. 지난 코로나 팬데믹때도 70대 초중반 분들 사망률이 높았다. 뉴스를 보면, 부유하게 살던 헐리우드 스타들이 6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이러니이다.  

  2026년 새해를 맞으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한해를 설계할 것이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좀 더 나아지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해에도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며, 또한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날 것이다. 그 많은 인구 속에서 한두명 죽고 태어남이 잘 나타나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서서히 사람들이 바뀌는 것이며 사회도 변해가는 것이다. 어제는 현재가 아니며 내일도 현재가 아닌 것처럼 사회도 사람도 변해가는 것이다. 하루가 간다는 것은 지구가 1번 자전하는 시간이며, 1년이 간다는 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한바퀴 공전하는 시간이다. 물리학자들이 규명하려 많은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우주공간에는 수 많은 항성들이 무언가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확산도 하고 밀집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공간에 우리가 사는 미세한 지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구의 모든 물질, 우리 인간의 몸도 분자/원자로 구성되고 이러한 우주공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신비로운 것이다.

  물리학에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사건들이 특정한 규칙에 따라 정렬되고, 관찰자와 물리적 조건에 따라 그 속도와 방향이 정의되며, 엔트로피 증가가 그 ‘방향성’을 만들어낸다는 좀 난해한 개념들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시간은 지구의 자전·공전, 원자의 진동(세슘 원자시계)에서 나타난 1초의 정의에서 시작된다. 뉴턴역학에서는 시간은 우주 어디서나 동일하게 흐르며, 관측자와 무관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현재를 공유하며,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흐른다.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의 시간은 거의 이 모델에 가깝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시간 + 공간 → 시공간이며, 사건은 (x, y, z, t)로 표현된다. 시간의 흐름은 물체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느리게 가며, 강한 중력장에 있을수록 시간은 느리게 간다. 즉, 세월이 간다는 말은 관측자마다 다르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친한 동기 물리학자가 있어서 가끔 물리학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철저하게 논리와 공식에 의해 세상을 설명하는 듯 보이는 그에 비해, 공학으로부터 전공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좀 더 정책분야에 집중된 필자로서는 그와의 대화가 이해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맞닿은 점 없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물리학 법칙만이 아니라 진실/거짓(Truth/False), 합리성(Rationality), 경제성(Economic Efficiency) 등 현대 사회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론들마저 넘나들며 예술가들만이 아닌 철학자며 정책분석가들은 다양한 논리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둘 다 크리스찬으로서 가치중립적인 물리학/생물학의 법칙에도 지나친 주관적 철학 논리나 인문학적 상상력에도 전적인 찬동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 일반인들의 시간은 뉴턴역학의 정의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같은 현재를 공유하며,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른다. 하지만 철학자나 낭만적인 문필가들은 ‘기다리는 5분은 길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5분은 짧다’고 표현하며, ‘시간은 양이 아니라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리학이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가를 묻는다면, 철학은 시간이 왜 흐르는 것으로 느껴지는가를 묻는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낭만적 스타일인 필자로서도 글/영상으로 나타내는 가상적 스토리가 아닌 내 마음 솔직히는 그러한 짧은 시간을 길게 여길 수 있음에 대한 자신은 없다. 아직도 주어진 인생을 의미가 있던 없던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게 90살이든 100살이든…

  동물들과 다르게 우리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를 살고 또한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우리의 주어진 시간의 성격을 바꾼다고 본다. 인간에게 시간은 자원이고 기회이지만, 또한 압박인 것이다. 시간이 우리의 삶을 제한하기에, 유한함을 알기에 우리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되기를 노력할 것이다. 2026년 한해가 포항시, 경북도, 그리고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좀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빈다.

대경일보 2025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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