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부중심 지방 사립대학과 글로벌 경쟁력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오랫동안 몸담았던 대학에서 은퇴하여 명예교수로 지내고 있지만, 아직은 옛 생활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상이, 찾아오는 학생들 진로상담을 하거나, 예전부터 대학원생들과 진행해오던 연구를 좀 더 진행하거나, 지역신문 게재용 칼럼 등을 쓰고 있다. 물론 서울에서 좀 먼 거리에 있는 경북 해안지역의 발전 문제나 어려움이 가중되어 가고 있는 지방대학 문제 등을 생각해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캠퍼스 조그만 연구소 공간에 아직 머물고 있어서, 은퇴한 대학 동창 선후배들이나,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이 같은 주제들에 대해 토론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들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공과대학을 졸업했지만, ‘건축학’을 전공하며 어느 정도나마 예술적인 감성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대학원을 거치며 좀 더 인문사회적인 요소를 지닌 ‘도시 및 지역계획학’을 전공하게 되어, 지역사회 및 글로벌 이슈 등을 연구하고 고민할 때가 많아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성이 학부 학생들의 교육 및 진로지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지역사회 관련 이슈 분석 및 정책 제언에 있어서도 좀 더 종합적인 시각하에 추진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꽤 오랜 기간을 미국에서 유학 및 직장생활을 했었고, 한동대에 자리 잡은 이후에도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을 자주 방문했고, 정부/학교 프로그램 수행차 여러 개발도상국들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었기에 나름 세계를 보는 안목도 생겼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자주 잊고 있지만 지역과 지역대학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서로를 이끌어주고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학교수 및 직원, 그리고 학생들은 그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경제사회활동의 주요 주체들이다. 또한 우리가 근래 지역혁신이며 테크노폴리스의 구성요건으로 볼 때, 지역에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지역을 혁신적으로 키워내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게 하기 위한 기본 요건인 것이다. 필자가 자주 가는 캘리포니아의 얼바인만 하더라도, 60~70년 전 아무것도 없는 광야였는데, 그 땅의 지주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얼바인분교(UC Irvine)’를 유치하기 위해 수백만평의 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다양한 혜택을 줌으로서 그 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벤처가 생겨나고 주택가들이 개발되어, 지금은 대학도 크게 발전하고, 인근에 바이오메디클 관련 연구소와 벤처들이 수없이 생기고, 고소득의 과학자들이 몰려들게 되어 매우 핫한 장소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포항은 수도권에서 먼 인구 50만의 지방도시이지만, 글로벌 철강기업 ‘포스코’와 국내외 경쟁력을 지닌 연구중심대학이자 석박사 중심의 ‘포스텍’이 1987년에 시작되어 지속적인 성과를 내어 테크노폴리스로서의 기본여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으로 말하면 캘리포니아의 그 유명한 ‘칼텍’과 같은 대학이 포항지역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8년 후인 1995년 학부 중심의 작고 강한 대학 ‘한동대’가 시작되어, 어려운 경제사회여건하에서도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미국으로 말하면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칼리지연합’의 소규모 학부 중심이지만 미국 최우수 대학들인 인문계 ‘포모나 칼리지’와 이공계 ‘하비머드칼리지’가 함께 포항지역에 있는 것이다.
강한 R&D의 대학원 중심 대학과 작지만 강한 학부 중심 대학이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그 지역의 중장기적인 미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선 이들은 다른 지방대학들이 학생모집 힘들어 폐교의 위기에 몰리는 가운데,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들인 것이다. 이 두 대학의 역할은 다르다. 칼텍이 그렇듯이, 포스텍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받아들여 석박사를 배출해내며 지역과 국가산업발전을 이끌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클레어몬트의 포모나/하비머드가 그렇듯이 한동대에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일부 우수한 학생들은 국내외 우수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석박사를 취득도 하지만, 대부분은 국내외의 정치경제문화산업, 유엔 및 국제개발분야 등으로 진출하여 차차 리더쉽을 발휘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면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제2의 도시 부산 만해도 인구가 정체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니 대구 등 다른 도시들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육도 ‘인서울’이 중요해졌고, 사업을 하더라도 벤처를 하더라도 ‘인서울’이어야 장사도 잘되고 자금 얻기도 수월한 것이다.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오랫동안 부르짖고 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것은 서울의 관성적인 그리고 상징적인 힘을 이겨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은 서울대로 ‘글로벌시티’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놓아두고, 각 지방은 중심도시들을 중심으로 각자 도생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북해안권인 인구 80만의 포항권역(포항, 경주, 영덕, 청송 등)에 포스텍과 한동대가 존재함은 권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소중한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산업에서부터 육체노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이 필요하고 각자 우수한 인력들이 공급되어야 하고 서로 연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피라밋 형태로 밑에서부터 여러 층들이 모여 차차 위로 정점을 이루어야 하는데, 인력들도 그렇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포스텍, 한동대, 그리고 2~3년제 초급대학들도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경제 2025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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