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개발보다 리모델링 중요하다

아파트 재개발보다 리모델링 중요하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주택은 지어지면 세월이 감에 따라 낡아지게 된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짐에 따라 아직 물리적으로 튼튼하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평면구조와 시설들이 구식이라서 허물거나 크게 정비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그 지역이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되어 수요가 없어지거나,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건물들이 허물어져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나라는 아직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대도시에 가보면, 중심가는 일부 지역을 빼고는 심하게 슬럼화되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슬럼이라는 것도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되었다는 것이지, 건물들이 못쓸 만큼 낡아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중심상업지역의 높은 현대식 빌딩들이 바라보이는 위치에서 슬럼지역들은 대개 오래된 저층 건물과 주거단지로 구성되어 제대로 유지되지도 못하고 범죄율도 높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지역이 되어 있다.

  이 지역을 정부 주도로 재개발하거나 재생사업을 벌인다고 하면, 대개 일부 지역을 헐고 무언가 중심되는 문화시설 같은 것을 들여오거나 젊은 프로페셔널들을 겨냥한 중고층의 경비가 삼엄한 아파트를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 슬럼지역의 주택들은 지어진지 70-80년 혹은 그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우가 많지만 물리적으로는 아직 쓸만한 경우가 많다. 대도시의 양호한 주거지역은 대개 교외지역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주택들은 10-20년 된 것들도 있지만, 70-80년 혹은 그 이상이 된 것들도 적지 않다. 잘 정비되어 100년이 지나도 낡아 보이지도 않고 살기에 불편하지도 않다. 1990년대 초반에 필자가 LA시정부에 근무할 때 당숙께서 LA영사관에 근무하시게 되어 West LA에 위치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집을 얻으셨는데, 꼭 특급호텔같이 외부도 멋지고 집안 내부도 좋았는데, 196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이 아파트는 건재하고 렌트비도 비싸다.  

  우리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에 세계에 전래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하여 선진국에 진입해 있다. 물론 주거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그 동안에 주택문제와 정부의 정책은 그 수립과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주택가격의 상승과 각 가구의 지불능력(Affordability)의 문제였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의 소득이 오르니 좀 더 나은 주거에 대한 열망이 수요로 발생하게 되었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말미암아 주택보유로 인한 재산증가가 커지게 되어, 너도나도 주택구입에 힘을 쓰게 된 것이다. 정부로서도 주택공급을 위해서도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주택경기를 살리고자 애를 썼는데, 그중 한 정책이 선분양제이다. 먼저 수요자가 건설회사에 살집을 신청하고 일부 선수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당연히 건설회사로서는 위험부담을 크게 줄이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7년전 규모 큰 지진 때문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건축법도 강화된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저층아파트 내지 연립주택, 1960년대 후반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중고층 아파트들이 많다. 물론 부실공사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고 보며, 꽤 많은 수가 재건축 및 재개발되었다. 1980년 초중반의 자료를 보게되면 서울의 연간 준공된 주택수와 비교하여 여러 이유로 헐린 주택수가 70-80%를 차지하여, 연간 증가율이 매우 미진하게 보이는 것을 알수 있다. 그 당시 헐린 집들이 대개 한국전쟁 이후 1950-60년대 지어진 허술한 집들이라고 보아지지만 상당수는 지은지 얼마 않된 저층 아파트나 연립주택들이었다. 그 이후에 서울을 비롯하여 지방도시들에서도 대규모 아파트들이 더욱 많이 지어졌는데, 이러한 도시개발사업들은 도심의 오래된 마을들을 다 헐거나 교외 새로운 부지에 고층아파트타운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스타일의 고층아파트 타운’으로 세계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한국인의 주거의 질 향상이 크게 이루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역사전통의 파괴, 네이버후드의 파괴, 가난한 세입자들의 강제이동 등 문제도 많았다.

  그런데 한국의 아파트들은 20년만 지나도 낡은 아파트로 여겨지고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경제성이 맞아야 하고, 각 주호 주인들의 이득이 커야 하고, 과거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발생 등이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지어진지 20년에서 30년으로 재개발/재건축 가능 기간이 늘어났는데, 이 기간이 채워지게 되면 건물 컨디션에 관계없이 누구나 허물고 다시 짓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미 20~30층 혹은 그 이상의 고층아파트인 경우가 많은데, 과거와는 달리 용적율도 줄어들었고, 도대체 몇 층짜리를 지어야 수지타산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 말은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이 쉽지 않고 모두들 60—70년 혹은 그 이상 아파트를 허물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에 구조물만 남기고 다른 부분은 모두 새로 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혜택은 과거 용적률 적용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그 당시 신축아파트들의 용적률은 300%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150~200% 혹은 그 이하로 휠씬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지어질 때, ‘하브라켄’의 ‘SAR이론’이 적용되었다면 좋았을 것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의 이론을 홍콩에서는 1970년대부터 적용하고 있었는데, 각 주호의 평면/구조를 고정(Fixed)과 변환(Flexible) 파트로 나누어, 추후 변환을 쉽도록 하니, 두 개의 주거를 하나로 합하기도, 하나를 둘로 나누기도,  그리고 전기시설, 파이프 등 시설들을 손쉽게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해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들은 재정비 비용이 신규건축의 70~80%가 될 수도 있는데, 하브라켄의 SAR이론을 따른 경우 50-60% 혹은 그 이하일 수도 있다고 한다.          

영남경제 202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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