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날씨는 서안해양성기후와 지중해성 기후를 닮아 가는 듯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 여름동안 ‘지중해성기후’인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면서, 대낮은 화씨 90~95도 (섭씨 32~35도)를 넘나들지만, 해가 지면 시원해지고 좀 춥게 느껴지기까지 했기에 한국으로 되돌아가면 더워서 어쩌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포항에 내리니 그날따라 덥지 않았고, 며칠이 지나도록 날씨가 더워지지 않아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냈다. 한국의 다른 지역이 물난리가 날 때 포항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았고, 7월 중순이 넘어가는데도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았었다. 물론 장마기가 끝나며 중하순이 되자 크게 더워지고 있다.
지난 29년간 포항에 살면서 세계의 이곳저곳을 다녀보면서 기후를 비교해볼 기회가 많았는데, 포항지역이 한국의 다른 지역 기후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우나, 내륙보다는 덜 덥고 덜 추운 편이다. 물론 여름에는 장마가 있지만 겨울은 좀 건조하고 눈 보기가 힘들다. 동위도 상의 서해안에 비해 온난한 것은 동해 난류의 영향을 받아 해양성을 띠기 때문이며 과거부터 측정해온 기상 조건은 연평균 기온 14.6 °C, 1월 평균 2.2 °C, 8월 평균 26.0 °C, 연평균 강수량 1,192mm이다.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대륙성 온대하계고온기후’라고 하지만, 북한을 포함한 북쪽 내륙지역은 겨울이 긴 대륙성 냉대기후에 가깝고, 남쪽지역은 좀 더 온난하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경북에서 강원에 이르기까지 높은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기에 포항을 포함한 산맥 동안의 기후는 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필자의 선친께서도 20여년전 포항에서 봄~초여름 한 계절을 지내시며 주변의 산불이 휩쓸고 간 벌거숭이 산들을 보시며, 캘리포니아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필자도 포항이 여름은 더운데,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고, 건조한 계절이 길어서, 꽤 오래 거주하던 로스앤젤레스 지역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당시 포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강우량도 적었고 겨울에 눈도 내리지 않았으며, 민둥산들이 많아 그렇게 느껴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중해성기후란 여름철에 고온건조하고 겨울철은 온난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중해 주변 지역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온대기후이기에 그렇게 부른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상당히 건조하기에 물 부족이 자주 발생하며, 가뭄이나 산불도 생기기 쉽다. 또한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도 춥지 않고 비가 많이 내려서 사시사철 푸르름이 계속되고, 꽃이 피고 오렌지가 열린다. 동아시아에서는 장마를 비롯한 우기가 여름에 형성되므로 원리상으로 지중해성기후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중해성기후가 되기엔 절대적인 강수량은 많고, 겨울은 춥고 강수량이 적기 때문이다.
2024 파리올림픽 개최지인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는 대부분 ‘서안해양성기후’를 지니고 있다. 이는 쾨펜의 기후 구분에서 온대기후에 속하며, 여름은 비교적 선선하고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며, 연교차가 작다. 연중 고르게 내리는 비로 인해 이 지역 주민들은 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으며, 항상 우산을 들고 다니고 멋스러운 레인코트가 발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일년 내 온화한 기후 덕분에 겨울에도 푸른 잔디가 자랄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물폭탄, 한파 등 기상 이변이 끊이지 않는데, 프랑스에서도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일어나며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등 극단적인 기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는 이미 언급했듯이 ‘대륙성 온대하계고온기후’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냉대기후 지역이 가장 넓고, 온대, 아열대 기후가 뒤섞여 있는 형태로서 지역마다 계절마다 큰 기온 편차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대륙성 기후의 특성이 탁월하지만, 해양의 영향을 받는 해안지역은 내륙과 기후가 좀 다르게 나타난다. 포항의 여름도 역시 덥지만, 인근 내륙인 대구나 북쪽의 서울 등 다른 지역들에 비해 시원하다. 특히 초여름에는 의외로 시원하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지만 포항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물난리는 드문 편이다. 겨울에는 춥지만 대구나 서울보다 온난하고, 눈보다는 비가 내린다. 강우량이 적지는 않다지만, 건기가 길고 산야가 메말라서 용수는 영천댐이나 안동댐에서 이송해와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한국형 서안해양성기후 내지 지중해성기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강원 해안 일부, 북한 원산, 청진, 울릉도 지역 등을 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서안해양성기후 아류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0년간 한반도 지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했으며, 평균기온 역시 지구평균기온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혹한기온 발생은 감소하고, 혹서기온 발생은 증가하여 평균기온의 상승을 유도하였고, 한편 여름철 평균 강수는 그 이전에 비해 15%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집중호우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강수가 없는 날, 즉 가뭄 지속 일수 역시 다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따로 구분해 놓고 있지 않지만, 해안도시인 포항은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받아 겨울이 춥다지만 비교적 온난하며, 봄가을이 건조하다고는 하나 비는 일년내내 내리는 편이다. 여름은 덥지만 더위가 늦게 찾아오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덜 덥게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들과 함께 포항지역의 기후가 우리나라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근래의 기후온난화 영향과 함께 정말 살기 좋기로 소문난 서안해양성기후 내지 지중해성기후를 닮아가면 좋을 것 같다.
영남경제 2024년 7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