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치료를 받으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어릴때 부터 튼튼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감기에 잘 걸리고 편두통이 잘나서 어린 시절에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약국은 자주 드나들었고, 언제부턴가 한의원에도 가끔 가게 되었다. 물론 감기가 심하다든지 신체검사, 내시경검사 등으로 병원이나 의원에 주로 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몸이 찌뿌듯하던가 근육통 등이 생기면 한의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사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인삼을 자주 먹었고, 녹용 든 탕약을 복용한 경우도 없지 않은데, 그 이유는 필자가 어릴 때부터 쓴 인삼이나 탕약을 군말 없이 잘 먹고 마시는 것을 보고 부모님께서 형제자매들 중 유독 필자에게 집안 어른들 탕약 여분을 자주 나눠주셨던 탓에 습관적으로 그리된 것 같다.
과학문명이 발전되고 의료기술이 각종 질병예방, 검사/분석, 치료 등에 있어서 첨단장비 및 의약품 활용에서부터 근래에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 및 처방에 이르기까지 크게 발전하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양의학이라고 불리는 병원과 의원을 찾게 되고 이에 의지함이 사실이다. 한의학의 경우에도 각종 장비들이 개발되어 진단·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직접 진맥하고, 침놓고, 탕약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방법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랜 경력과 경험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실수할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음을 염려하는 것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오래전에 저술된 ‘동의보감’이나 ‘침구경험방’ 등을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고 보는데, 이러한 의서의 내용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지고 다양한 기기 및 약품들이 발달하는데, 이를 일부 인용하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인용함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인 염려를 피력하는 것이다.
다행히 필자의 경우, 아직 치명적이라 할 큰 병에 걸린 적은 없어서 병원에서 크게 검사 내지 치료를 받거나 입원한 적이 없었다. 다만 동네 한의원에는 가끔 들렀었는데, 대개가 근육통, 오십견, 허리통증 등으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대개 빠른 효과를 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은 동네뿐만 아니라 도심에 있는 한 한의원에 꽤 자주 다녔었는데, 그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왼쪽 눈 아래가 좀 심하다 싶게 떨려서였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그때그때 효과가 있는 듯하면서도 증상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물론 그간 병원, 특히 신경외과를 찾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이분들이 볼 때 필자의 눈 아래 떨림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여겨졌는지 혹은 테스트 결과가 그러했는지, ‘신경성이니 쉬면 낫는다’, ‘살을 빼라’, ‘고농도 마그네슘을 섭취하라’ 등이 주된 처방이었고 그들의 처방을 잘 따르기도 했었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 한의원을 찾아 진찰도 받아보고, 침도 맞고, 보약도 지어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방과 양방전문의들의 노력에도 필자의 증세는 괄목할 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지인들은 뇌병원에 가서 MRI/MRA를 찍어 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증세가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했고 의사들의 권유도 없었기에 무시하고 있었는데, 언제든 관련 전문의가 권한다면 한 이틀 병원에 머물며 종합검진을 받아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근래 한 동년배 친구를 자주 만나고 있는데, 얼굴 떨린다는 내 고민을 듣고 한 한의원을 소개해 주었다. 이 의원분은 연세가 80 되시고, 한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침술을 크게 연마하셨다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모르고 지낸 것 같다. 그분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처음에 왔으면 금방 낫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좀 늦어서 신경이 좀 굳어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고 멈추어 있으니 낫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얼굴과 머리 여러 곳에 40~50개에 이르는 많은 침을 놓았는데, 장침도 한두 개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필자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러한 침들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이 분은 진료 및 상담 중에 한의학만이 아니라 양의학 의술들도 언급하고, 자신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환자들은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연락을 취해 예약·진료받게 한다. 물론 과잉진료나 처방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침을 맞으며 엿들으면, 이분은 노인이든 젊은이든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만이 아니라 일상에 대한 걱정도 같이 해주며 삶에 대한 희망 내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이분이 놓는 침의 효과는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마그네슘과 오메가3를 섭취했고, 몇 번 지압과 뜸치료도 받고, 동네 약사분 조언에 따라 캡슐에 든 액체 콜라겐을 섭취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요즈음은 지난 수년간 필자를 불편하게 하던 얼굴 떨림이 많이 나아지고 좀 더 마음도 편해지고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낫는다는 확신하에 가벼운 운동도 해가며 좀 더 건강을 챙기고 있다.
이러한 글을 쓰게 된 것은 어느 한의원을 선전하거나 한의학 내지 대체의학을 대단하다고 선전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이러한 한의사들이 계시고 이들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 존재할 수 있음을 필자도 경험으로 알게 되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에 머물 때 집사람이 심한 독감 후 갑자기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큰 통증이 와 걸을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미국침구사(Acupunturist)의 6~7회 침술과 카이로프렉터 (Chiropractor)의 3~4회 치료로 크게 나아짐을 지켜보기도 했었다. 물론 귀국 후 종합병원에서 좀 더 비용을 들여 MRI도 찍어 보고, 혈액검사, 골밀도검사 등 종합검진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 몸 상태를 진단해 보기도 했었다. 아무쪼록 양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보완협력하여 국민건강은 물론이고 인류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글을 마친다.
영남경제 2023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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