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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병원 이야기

구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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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병원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가 아프면 찾는 곳이 병원이다. 인간 수명이 길어진 것은 음식을 잘 먹게 되고, 좋은 집에 살게 되고, 상하수도, 화장실 등을 포함한 위생시설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학이 발달되어 좋은 약품과 첨단의 치료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장수의 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평평하지 못한 것처럼, 이러한 병원과 의원을 포함한 의료시설들이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도 농어촌에 가게 되면 병원은 물론이고 의원들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지에서는 약국도 아닌 약방이 이러한 병의원 역할을 하기도 하며, 면단위 중심가에는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한국의 경우 영토도 그리 넓지도 않지만 도로망과 교통시설이 잘 발달되어 예전과 같은 오지는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아무리 오지 마을이라 하더라도 한 30분 운전하게 되면 소도읍 중심이 되고 1시간 운전하게 되면 나름 대도시의 중심지가 된다. 그곳에는 대형병원도 있고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의료비가 비싸 치료도 못받고 죽어가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수준도 높지만 의료보험제도가 비교적 잘되어 있어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많은 이들이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된 것은 사실이나 의료보험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중간소득 혹은 그 이하인 경우에도 한달에 일인당 400~500불 정도로 높고 진료나 검진도 느린 편이다. 의료보험이 없다면 간단한 진료조차 비싸서 감당이 힘들다. 물론 65세가 넘으면 ‘메디케어’가 있어 큰 돈 안들이고 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 이외 연령대에서는 극빈층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구 50여만 도시에 살기에 필자로서도 병원이나 의원가는 일에 큰 문제는 없었다. 기껏 아파보았자, 감기몸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요즈음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 지역 병원에서는 진료나 치료가 못 미더워 서울로 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곳 병원에서 직접 예약을 잡아 주기도 한다. 우리 집도 지난주 애들 엄마가 미국에 머무는 중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간신히 귀국하여 지역에서 큰 병원 중 하나에서 종합검진을 받게 되었다. 엑스레이도 찍고 MRI도 찍으면서 한번은 반나절 그다음 날은 한나절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었는데, 필자로서도 아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아침부터 주차빌딩 꽉 차게 차를 세우고 각 부서 이곳저곳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시간 기다리고 5분 진료를 하는 것인데, 지역병원이지만 많은 진료분야들이 있고, 첨단 기기들이 있고, 의사들도 많았다.

  잘 아는 직장동료 한분이 지역병원에서 경증이기는 하지만 좀 심각한 병이 진단되었는데, 치료에 앞서 본인이 원하기도 했지만 지역병원에서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재진료를 권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기계도 더욱 첨단이지만 저명 교수 및 전문의들이 진료를 보고 중요한 처방이나 수술 등의 경우에는 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진행을 하니 더욱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역의 대형병원들도 일차진료기관이 되어 버리고 대부분의 중환자들은 서울로 가고, 정 힘들면 대구나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의료선진국이라는 우리 한국에서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 지역의 중심도시인 대구만 하더라도 의료관광을 내세우며 외국인 환자들(특히 성형외과 등)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서울의 저명병원이나 의원들은  크게 선전하지 않아도 환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사는 포항의 경우에는 대학부속병원도 없고 대형병원이 두세개 존재하지만 주로 1차 진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의과대학 유치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건 민간이건 누가 종합병원을 세우거나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세운다면 생활여건 및 사업여건 좋은 수도권을 택하지 지방 중소도시를 택하겠는가?  

  지역의 한 신생 명문대학이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애썼지만 이루지 못했다. 이 대학은 의사들을 양성하여 가난하고 힘든 사람, 특히 개발도상국의 무의촌 주민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요즈음 지역의 저명 연구중심 대학이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세우겠다고 천명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서 먼 중간크기의 도시이지만 글로벌기업인 포스코가 있고,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과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 각종 첨단 연구소들이 있고, 인근에 한국전력 및 원자력연구소 등이 집적되어 있어, 연구중심 의과대학 수립에 적지라고 생각되며 이로 인해 암진단 및 치료, 줄기세포 및 인공장기 배양, 첨단 수술 및 치료기기 개발 등 세계의학분야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라는 것은 감기 등에서부터 소아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및 내과 등의 치료가 중요하고, 지금 서울행을 택하는 적지 않은 중환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므로, 아무쪼록 이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첨단의학 연구만이 아니라 임상도 중요시하는 대학병원으로서 지역의 병의원들과 원활한 네트워크하에 잘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대경일보 2023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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