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들을 보면서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건들로 떠들썩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원인은 전세제도 자체를 포함하여 복합적이다. 경제가 어렵고 전세가가 주택가격을 넘어서기도 하는 상황에서,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1천여 채 이상 구입하고 비싸게 전세 낸 ‘빌라왕’ 및 ‘전문 꾼’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임차인들이 전세금을 지불했는데,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하거나 계약이 끝나 나가려는데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 특유의 임대제도이다. 다른 나라의 임대제도가 임차인들이 입주시 한달 임대료의 2~3배를 키모니(Key Money)로 선납하고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인데, 한국의 전세제도는 임차인이 주택가격의 50~60%에 이르는 돈을 입주시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살면서 나중 나갈 때 그 돈을 받아가는 형태인 것이다. 물론 다달이 내는 임대도 존재하고 전세와 임대의 중간형태도 존재한다. 전세제도는 다른 나라 환경에서는 좀 받아들여지기 힘든 형태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같이 주택가격이 빠르고 상승하고 있는 환경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전세를 끼고 구매하게 되면 30~40%의 돈만을 가지고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니 큰 이익이 되며, 나중 여유가 되면 구매자가 그 집에 살게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투자를 하게 될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Mortgage(은행장기융자)’가 발달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것이 일종의 은행권 밖에서의 모기지 같은 것이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는 구매자들만이 아니라 임대차인들에게도 유리할 수 있다. 물론 큰 돈이지만 그 돈을 맡겨 놓으면 월세걱정 않고 살 수 있게 되니 좋은 것이다. 물론 계약을 다시 하려면 전세금이 올라 어려움을 겪지만 그 돈을 모아 언제가 자기 집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전세제도로 인해 주택시장의 수요도 높아지게 되고 주택경기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세사기는 전세금을 이용한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전세 놓은 ‘전문 꾼’들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많으나, 이러한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 및 주택경기 침체 상황에서 개별적인 전세인 경우에도 매우 많아 집주인이며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차인이 나가려 하나 집주인은 돈을 다 써 버렸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나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니 집주인이든 임차인이든 함께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2020년 7월 단기임대 및 아파트 장기일반매입 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했다. 대한임대주택협회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집값·전셋값 상승의 주범인 양 매도되고 부도덕한 파렴치범으로까지 내몰렸다”면서 “당시 주택정책의 실패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 탓이라는 등의 마녀사냥식 공격이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사실상 한 배를 탔으며 임대인이 파산을 하면 그 피해가 임차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면서 “작금의 전세사기로 인한 시장 불신과 정부의 무차별적 정책으로 건전한 임대사업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갑자기 전세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그 영향이 매우 크므로 기간을 두고 오랜 연구와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Rent Control (임대료 연간 인상 상한제)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저소득 임차인들이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인들이 주택 유지비를 줄이고, 주택투자자들이 줄어들고 임대주택이 줄어들어서 가난한 임차인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주택관련 세금도 주택시장과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주므로 항상 긴 기간의 다양한 주체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주택시장의 문제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 비싼 주택가격이라고 판단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지난 수 십년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해결이 쉽지 않았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도시들도 주택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중 한강을 중심으로한 일부지역의 토지 및 주택가격이 가장 높다고 보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의 도시들도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 자가 점유율은 60%, 임대가 40% 정도인데, 임대자들중 80% 이상은 민간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물론 자가가구들도 많은 수가 자기 집은 임대하고 자기들은 다른 곳에 임대하여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는 좀 덜하지만 단독주택의 경우는 다가구주택의 형태로 많은 가구들이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 주거의 질에 대해서는 누구도 손쉽게 그 기준을 말하기 힘들지만, 과거보다는 분명 좋은 집에 살게 되고, 우리가 홍콩 등지에서 보는 바와 같은 ‘닭장 같은 주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진다. 물론 값싼 고시촌에 거주하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 극빈층·노령층에 대한 주거는 정부가 LH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원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목표를 제대로 겨냥하고 있는 것인지, 충분히 지원되고 있는 것인지 등일 것이다. 또한 정부는 각 하위시장으로 구성된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데, 특히 중고가격 주거건설이 큰 필터링효과를 지니고 있음도 사실이므로 이도 분명 밝히며 추진해야 함이 옳다고 본다.
영남경제 2023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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