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를 견디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여름 가을이 엊그제 같은데, 겨울이 오고 영하의 날씨 속에 해가 가고 신년 두어주가 지나고 있다. 12월 중순 접어들면서 날씨가 추워져서 남부지방인 포항의 아침 기온이 섭씨 영하 5~6도를 기록하고 서울은 영하 10~11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일요일 오후 친구들과 운동 삼아 동네 운동장이라도 몇바퀴 돌려고 했으나 너무 추워서 다시 차로 돌아갔고 식당으로 직행했는데, 그 당시 체감온도가 영하 7~8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보니 그 당시 포항시 장량동의 날씨는 영하 2도 정도였다. 그 추위에도 우리는 방한복을 입고도 추워 떨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서울 살 때인 1960~70년대만 해도 겨울기온 영하 10도는 자주 있었고, 가끔 며칠씩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고, 중량천, 안암천은 물론이고 한강도 크게 얼어 사람들이 썰매나 스케이트도 타고 얼음구멍 뚫고 낚시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니 방한복도 제대로 없어 교복 안에 내의 정도나 입고 어떻게 추위를 견뎠는지, 그리고 꽤 먼길을 책가방 들고 걸어 다녔는지 모르겠다. 1940~50년대에는 더욱 추워 한강에서 두꺼운 얼음을 잘라 여름철에 쓰기 위해 석빙고 같은 창고에 보관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았다. 지금은 분명 겨울이 덜 추운 것 같다.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겨울 날씨를 덜 춥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함경도 바로 위에 위치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가도 12월~1월 기온이 보통 영하 10~20도 혹은 30도에 이르지만, 좀 더 북쪽에 위치한 몽골 울란바타르에 가면 12월과 1월의 기온이 낮에는 섭씨 영하 15~20도 밤에는 30~40도에 이르는 것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 몽골의 겨울을 겪어 보았는데, 분명 살을 저미는 듯 춥지만, 옷을 많이 껴입고 나서니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물론 집안은 따뜻해야 한다. 참 사람은 기후에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지난 연말에 기후가 냉해져서 동남아시아의 밤기온이 십씨 영상 6~7도로 떨어지고 동사자가 여럿 나왔다는 것이다. 필자도 학생들과 지난 12월 초에 네팔 카트만두에 갔다가 낮기온은 20도가 넘지만 밤기온이 6~7도로 떨어졌는데 호텔방 난방이 부실해 9명 모두 감기에 걸려 고생한 기억이 난다.
12월 중하순 막 학기를 끝내고 채점에 열중하던 때, 동료 이박사와 최연구원과 같이 자동차 브레이크패드를 갈러 갈 겸 정말 오랫만에 죽도시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가 영하 3~4도를 가리키는 추운 날씨라서 뜨거운 국물을 먹기로 하고 역사 깊은 ‘할매소머리곰탕집’에 가기로 한 것이다. 길에는 세울 곳이 없어 인근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좀 걸어서 곰탕집 근처로 가니 비슷한 집이 여럿이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고 있으나 모두 만석이지만 비집고 들어가서 소머리곰탕을 한그릇씩 먹고 나왔다. 요즈음에도 이런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낡았고 주인이나 일하는 분들도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인데, 곰탕맛도 좋고 옛 명성을 듣고 찾아 오거나 과거 향수 어린 추억을 찾아 오는 그룹들도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자리가 없어 안쪽 구석방에 앉았는데, 70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여성분들 10명이 모여 동창회를 하는 것 같았는데, 참 정겨워 보였다. 이 추운 날은 이러한 국물있는 음식들을 드셔야 할 것 같다. 필자는 10여년전 좀 멀리 떨어진 신도시로 이사를 가서 요즈음은 도심에 위치한 죽도시장에 올 기회가 많지 않았고 오더라도 지인이 운영하는 대게횟집을 찾고는 했었다. 하지만 요즈음 대학동창이자 동년배인 이박사를 만나서 그리고 아직 30대 초반인 최연구원을 만나서 이곳저곳 좀 더 잘 찾아가는 편이다.
지금 필자는 포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와있다. 이곳 날씨도 겨울이다. 낮에는 섭씨 20도를 넘어갈 수도 있지만 밤에는 아주 드물게 0도를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춥다고 느껴지는 날 아침기온이 영상 5~6도 정도라서 그리 춥다고 할 수도 없고 낮기온이 크게 올라가니 지낼만하다. 대부분의 나무와 화초들도 일부 활엽수 이외에는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오렌지나무는 푸르고 겨울에도 노랗고 향기로운 열매를 맞는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대로서 사람살기 아주 좋은 지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름과 봄가을은 비가 않오는 건기라서 매우 메말라서 사막과 같은 곳이다. 모든 푸른 것들은 스프링클러를 통해 수분을 공급받는다. 이 큰 도시와 그 많은 사람들도 멀리 콜로라도강 지류의 후버댐에서 수송해온 물을 마시고 쓰며 살고 있다. 겨울은 우기라서 그래도 비가 자주 오는데, 그로 인해 메마르던 산야가 그리고 집 앞뒤뜰의 잔디와 나무들이 푸르러 지는 것이다.
지난 3년 가까이 코로나사태로 인해 국내외 여행이 제한되었지만, 이제는 많이들 여행에 나서는 것 같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되어 비행기 왕복가격도 크게 오르고 물가도 뛰어 생각보다 국외 여행객은 적은 편인 것 같다. 필자야 미리 마일리지로 표를 끊어 놓아 큰 부담이 없었다지만 미국에 와서도 크게 돈 쓸 일 만들지 않고 조용히 앞뒷뜰이나 정리하며 지내고 있다. 국내외 뉴스에는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 주택시장 동결, 2023년의 경제불황 등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서 이 겨울 추위도 가시고 경제적인 추위도 어서 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대경일보 2023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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