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관련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엊그제가 입동이니 늦가을 지나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말이고 올해가 다 가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에 걸쳐 기후변화가 심해서 우리 한국인들은 좀 더 부지런해져야 했고, 다양한 자연의 변화 속에 감성적인 사람들이 되었나 보다. 물론 사계절을 우리만이 아니고 많은 온대지역 각 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열대지역이나 한대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옛 이론이기는 하지만 ‘헌팅턴 (E. Huntington)’이라는 학자는 기후와 국가의 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가장 발전한 나라들이 4계절 있는 온대지방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대개 유럽과 아프리카/동남아시아를 비교하며 만들어낸 이론이겠지만, 우리나라가 온대지방에 자리한 것은 그 이론 여부를 떠나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온대지방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같은 사계절이 있어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는 대륙해양성기후와 지중해지역이나 남캘리포니아 지역처럼 더운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지닌 지중해성기후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중해성기후가 좀 더 살기 좋다고 하는데, 이들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여 여름은 건조하고 사막기후와 비슷한 면이 많아 농작물 키우기가 좀 불리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울릉도 지역이 해양성기후면서도 지중해성기후와 비슷하여 여름이 시원하고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에도 삼한사온이라는 날씨변화 패턴이 있어서 며칠 견디면 좀 따뜻해질 거라는, 또한 이제 곧 봄이 올 거라는 희망 속에 추운 겨울을 견뎌내었다. 물론 온돌이라는 우리들의 전통방식인 난방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여름은 더웠지만, 장마가 더위를 식혀주었고,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잠그며, 아니면 이열치열이라고 닭백숙, 어탕 등 뜨거운 보양식 먹으며 여름을 보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지고 주거시설 및 도시인프라가 좋아져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과거와는 달리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보내고들 있기에 우리나라의 온난한 기후/사계절기후를 그리 감사히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미국에도 오래 살았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몽골, 네팔 등에도 자주 다니기에 다양한 기후에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그래도 기후가 가장 좋은 곳은 남캘리포니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중해성기후라서 건기가 길고 여름이 덥지만 우리 한국같이 후덥지근하지는 않고 에어컨시설들이 잘되어 있어 지낼만하다. 겨울에는 비가 꽤 많이 오며 기온도 아침저녁 좀 낮으나 섭씨 5도는 넘고 낮에는 20도 정도를 가리키니 사시사철 오렌지가 열리는 것이다. 몽골은 여름이 덥다 해도 뙤약볕만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시원할 정도이고 가을은 없다시피하며 4~5월이나 10~11월도 추운 겨울에 가깝다. 12월~2월은 밤기온 섭씨 영하 30~40도, 낮기온도 영하 15~20도에 이른다.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살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풍부한 자원들로 인해 많은 기업이 찾아들고, 그러한 곳에 추위를 이길만한 건물과 도시들이 지어지고 있다.
필자가 자주 가는 인도네시아의 숨바섬은 열대지역인데 우기가 겨울 3달뿐이며 나머지는 더운 건조기후라서 열대우림이 없고 초원지대뿐이다. 그러나 그늘은 시원한 편이라 한국인들이 가도 지낼만한 곳인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지이고 개발이 안 된 곳이다. 네팔은 고산지대로 알려졌지만 코뿔소와 코끼리 사는 열대우림에서 부터 추운 고산지대까지 분포한다. 소득은 낮지만 사람들의 교육열도 높고 성격들도 좋은 편이라서 우리나라에도 노동자로 많이들 와 있다. 필자도 이곳에 여러 번 갔고 몇주 후에도 다녀올 계획이 있는데, 역사적인 유적들도 많고 약초들도 많이 자라는 곳인데, 문제는 자주 오는 지진이다. 6년전 큰 지진이 왔으니 당분간 큰 지진은 없겠지만 주요 지진대에 위치하여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카트만두 등지의 기후가 온화해서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지낼만하다.
우리나라 날씨는 지중해성기후만큼이나 선호되는 사계절 뚜렷한 대륙/해양성기후인데,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변덕스러운 기후변화이다. 겨울은 더욱 추워져 삼한사온이 사라졌으며, 여름은 더욱 더워졌는데, 장마기간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계절 관계없이 가물거나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우리의 여름기온이 예전과 달리 35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동 등의 여름은 낮기온이 50도를 넘어서는 때도 있으니 사람이 살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비교적 온난한 유럽의 경우에도 여름이 갑자기 더워지거나 겨울에 눈보라가 심히 날리는 등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차차 사막이 늘고 있고 물부족이 심해지고 있어, 100~200년 후에는 지구가 사람 살기 힘든 지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개발 내지 지속가능한 개발을 글로벌 목표로 내세우며 노력하는 이유도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을 ‘자원절약적’으로 ‘미니멀리즘 라이프’로 갑자기 바꾸기도 힘들지만 ‘과학기술 낙관론’도 크게 존재하기에 상황이 악화되는 듯 보인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만 남게 되고 봄가을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걱정하면서, 다가올 경제불황과 국내외 정세를 걱정하면서 계절의 정서는 물론이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조차 잊고들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영남경제 2022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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